유유자적한 사무실의 정적을 깨는 핸드폰소리
H: 여보세요
S: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고객님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새로 준비한 저희 보험이
불라불라 솰라솰라 유남생?
H: 아...
이걸 확 끊어버려야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지난 주 H모님이 했다는 방법 하나를 써 보기로 했다. 뭐 나쁜 방법은 아니고 사실에 의거한 거니까.
H:아...제가..요즘...수입이 없어서....
S: 예? 그래도 매달 몇 천이신데 별로고객님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십니다~
H: 지금 24개월 째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있는 적금마저
S: 그러셔도 몇 천원이신데...(말끝이 약간 흐려짐)
H: 지금 없는 거 쪼개서 회사도 거의 간당간당하고...저 혼자 회사에 남아 있는 처지라...
(사무실에 나 혼자 있으니 당연한 거였는데, 갑자기 나도 감정에 몰입되기 시작했다.)
흐윽! 왜 이 모양이 된 건지 .....
S: 그렇게 안 좋으세요?
H: 지금 상황에선 앞이 안 보이는군요
S: 언제쯤 나아질까요
H: 2012년이요
S: 정권 바뀐다음에 말이죠? (어, 이 양반 뭔가 말이 통할 것 같아)
H:예..그럼 뭐 좀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S:....고객님 힘내시고요. 형편이 좋아시지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누구누구였습니다.
H: 예, 감사합니다.
장난치려고 했는데 정말 낯 모르는 사람 앞에서 신세한탄했다.
착한 상담원, 얼굴은 모르지만 어쨌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