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있고 사람이 있고'에 해당되는 글 79건

  1. 2011.12.30 김근태 선생 별세. 2
  2. 2011.12.22 논어, 애공이 공자께 물었다. 3
  3. 2011.12.19 아닌 건 아닌거다 2
  4. 2011.10.26 2011.10.26 2
  5. 2011.10.17 눈가리개 6
  6. 2011.10.01 대다수를 위한 면죄부
  7. 2011.09.25 모나리자 & 조용필 & younger & older
  8. 2011.09.10 바람 앞의 갈대에게 정의를 운운하랴
  9. 2011.06.20 동생이 아프다 8
  10. 2011.06.05 자살(2) 2

세한 - 소강절((邵康節)


松栢入冬靑송백입동청(소나무와 잣나무는 겨울이 되면 더욱 푸르니)

方能見歲寒방능견세한(바야흐로 한겨울임을 알 수 있구나)

聲須風裏靑성수풍리청(소리는 바람 속에서 더 잘 들리고)

色更雪中看색경설중간(색깔은 눈속에서 더욱 더 잘 보이는 법이다.)


1.
김영삼 정권시절 일이다. 민주화 재야인사들이 막 복권되던 시기였다.
그 때, 우리 학교에 특강을 하러 오신 양반이 한 분 계셨다. 겨울이었던가. 허름한 코트에 약간 기우뚱한 몸짓으로 단상에 올라와 어눌한 어투로 강연을 하신 분이었다. 김근태 선생에 대한 내 첫 기억이다. 누구인지 나는 잘 몰랐다. 그저 재야인사 중 하나라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그 날이지난 뒤 몇몇 서적과 신문을 통해 김근태라는 사람와 인생과 그 인생에 맞물려 있는 현대사. 그리고 그가 당한 탄압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2, 
나는 김근태 선생을 두번째로 국회에서 만났다. 어쩌다가 인연이 닿아서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잠시 사무를 보던 때,
수수하기 그지없는 김근태 선생 비서하고 마주칠 일이 종종 생기곤 하였다. 사회 초년생이 된 내가 가금 농 삼아
물어보곤 했다. 선생님은 월급받으시면 뭐에 쓰시냐고. 비서관은 웃으면서 말하곤 했다.
"그동안 워낙 신세지신 분들이 많아서 그 쪽으로 다 들어간다"고.
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도리가 없다. 하여간 당시에도 암암리에 유명했다. 국회의원 세비 받아서 20년간 운동하면서 뒷바라지 한 사람들 빚갚느라 정신 없으시다는 말을 들었으니. 
가끔 의원회관에서 보는 얼굴은 학창시절 뵙던 얼굴하고 다를 바가 없었다. 늘 사람들에게 꾸벅꾸벅 인사하고 다니는
그냥 순둥이같은 아저씨.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공분실에서 20일간 사람이 이겨내지 못할 고문을 당하고 한 마디도 불지 않고
평생을 이겨내지 못할 고문 후유증까지 가졌으면서도 저렇게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살아갈 수 있을까.

선비로구나. 저게 선비로구나.

3.
오늘 아침, 결국 고문의 후유증으로인한 뇌질환으로
따님의 결혼식도 보지못하고 누워계시다 결국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살면서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살아가는 정치인은 많지만, 그를 위해 자신의 육신을 버리고
그 이후에 [복수]의 신념이 아니라 화합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정치인인가 종교인인가.

시대가 요구하지 않았다면  험한 여정을 골라 가지 않아도 될 법한 사람들이
끝까지 북풍한설을 맞아가며 푸른 빛을 뽐내는 것을 보면 
그의 주장하는 바를 떠나서 경외감과 존경을 느낀다.
하물며, 그 이후의 삶이 정도를 벗어나지 아니하고 평생 올곧았다면야 더 이상 말 해 무엇하리.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게 해 주신 수 많은 선배님들중의 한 분.
전 솔직히 선생님이 대통령이 되시는 그 날을 기다렸습니다만
제가 원하는 날은 이제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유일하게 사랑했고, 존경했던 대한민국의 정치인.

선비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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哀公問曰 (애공문왈) : 애공이 공자께 묻기를
何爲則民服(하위즉민복): 어찌하면 백성이 복종하겠습니까.


孔子對曰(공자대왈) : 공자 말씀하시길
擧直錯諸枉(거직조제왕):
 
정직한 사람을 기용하여 정직하지 못한 자를 처리하게 하면
則民服(칙민복)하고 : 백성들이 복종할 것이요,

擧枉錯諸直(거왕조제직)이면 : 정직하지못한 사람을 기용하여 정직한 사람을 처리하게 하면
則民不服(칙민불복)이니이다 :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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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면서 관계를 갖는 사람들이 있는 거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 거다. 그 가운데에 친구도 생기고 적도 생기는 거다. 나에게 이유없이 잘해주는 사람도, 이유없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거다. 그리고 같은 굴레가 되면 그 가운데서 자기만 먹고 살겠다고 아둥바둥하는 놈도 있고, 자기는 좀 손해 봐도 남들 챙겨주는 인간도 있고, 더 나가면 나하고는 짝이 맞지 않는데 같은 목적때문에 서로 손 잡고 나가는 놈도 있는거다.

2.
김정일이가 죽었다. 목사아들 김일성이가 죽고 나서 그 아들놈도 이제 천명을 다 하고 죽었다. 부자는 망해도 삼년 간다지만 손자 김정은이가 북쪽의 정권을 계승하면 북조선 놈들은 개만도 못한 것들이다. 인간의 판단력이라고는 쓰레기통에 처박은 놈들인 거다. 나는 김정일이가 KAL을 떨어뜨린것과 아웅산에서 전두환이 아닌 이 땅의 애 먼 기술관료들을 다 죽인 것을 기억한다. 그런 놈이 천수라니 짜증난다. 하지만 그놈은 양떼속의 개새끼였다. 그 녀석은 애초에 같은 리그가 아니었다. 개는 개다. 개는 죽여야 하는거다. 그냥 알아서 죽은 것에 화가 나는거다.

3.
더불어서 이 땅에는 같은 양의 탈을 쓰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모합, 투옥, 밀실야합과 같은 탈법을 저지르는 집단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입으로는 양의소리를 내면서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서는 개새끼들에게 물어달라고 요구까지 하던 집단들이었다. 같은 굴레안에 있다고 하기는 옳지 않은 것들이 있는 것이다. 이것들을 개새끼 하나 죽었다고 용서해 줄 필요는 없는 거다.

4.
아닌 건 아닌거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해가 되는 것은 없애야 하고, 냄새가 나는 것은 치워야 하고, 친구가 아닌 것은 절교해야 하고, 사람이 아닌 것과는 사귀지 않는 것이 맞는거다. 어차피 연관없는 거 두가지를 같이 병립시켜놓고 단결이니 통합이니 미래를 향한 전진이니 이따위 헛소리는 하지 않는거다. 어차피 우리의 리그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쓰잘데기 없는 외부의 파도와 얄쌍한 동정심과 불분명한 미래에 대한 공포에 의해 당연히 해야 할 관계의 청산을 못한다면 그것은 쓸모없이 지지부진한 교제의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 확실히 끊자. 아닌 건 아닌거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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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그 사람
    각하 이런 버러지같은 새끼를 데리고 무슨 정치를 하겠단 말입니까? 퓨슝퓨슝


2. 코레아 우라! 코레아 우라!


3. 2번이 있은 지 100년이 훌쩍 넘었고 1번이 있은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아직도 선거판에서는 [빨갱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누구의 배를 불리는 지 모를 FTA가 진행중이다.
   나는 이럴 때면 아직도 우리의 처지라는 것이 역천을 꿈꾸는 노비의 자식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저 다른 이의 의거에 기뻐하는 백성이었고
   독재자의 죽음 앞에 눈물 흘리며 임금 떠나보내는 백성이었느니라.

  친일파 서정주의 독기에 찬 싯구 첫 장이 떠오른다.
  [애비는 종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고백록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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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예배 끝나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빵을 잠깐 사러 일요일날 움직이는 중이었다.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젊은 아가씨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대학재학생 아니면 졸업한지 1년 안되는 나이 또래로 보였다. 옆에서 상당히 크게 떠들길래 가만히 들어봤다.

"그러니까 박원순이가 서울대 들어갔다가 관둔거잖아. 그랬으면 학력위조지 아니야? 그래놓고 무슨 착한척 어쩌구"

난 제발 이 여자들이 우리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니기를 지금까지도 바라는 중이다. 서울대 입학한지 80일밖에 안되는 신입생을 긴급조치로 퇴학시켜버린 끝내주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게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그 긴급조치를 내보낸 공화당의 적통임을 자랑하는 정치인이 박근혜이고 그 박근혜가 지지하는 인간이 박원순의 대척점인 나경원이라 이거다.  그 쪽에서 주장하는 박원순의 [학력위조]와 같은 죄 Vs 태생 자체가 죄인 정치집단.

응원하고 지지하고를 떠나서 사람이 뭘 어떻게 가치판단해야 하는 지 정도는 좀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


2.
세상이 점점 저열해지고 통치하기가 쉬운 이유가 뭔고 하니
이익과 조회수를 위해서는 제 어미도 팔아먹을 저질성을 지닌 언론들이 창궐하는 나라가 되다보니
그때그때 자극적이고 표면적인 불씨를 계속해서 내던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이걸 계속 흡수하다보면 뭐가 진짜배기문제이고 뭐가 그릇된 문제인지
사람이 판별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배양이 안되는 것이다. 그냥 눈가리개를 씌우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가 터질 성 싶으면 어디서 연예인 거취문제가 터져나오는게 대한민국이고, 상당히 관심가져야 할 정치적 담론이 나오면 되지도 않는 각주나 말꼬리잡기로 본말을 호도해버리는 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라는 거다. 난 이건 [변호사식 트릭]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안되는 것이 아닌 가볍고  단편적인 걸로 무겁고 중요한 것을 이기는 트릭.


3.
세상이 살기 힘들어지면 개혁을 해야한다.
솔라 피데
솔라 스크립투라!

어줍잖은 현란함을 지니고 백귀처럼 떠도는 망령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알고 싶으면 정말 공부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우린 공부 안하잖아. 아마 안될거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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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과거조사, 과거청산이라는 말을 종종 접하게된다. [지나간 것은 두리뭉실]이라는 지극히 간편한 사고방식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참으로 낯선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저 말에 대해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높은 양반들이나 먹물이 들어간 척 하는 오징어땅콩같은 인간들은 늘 저 이야기를 할 때마다 후렴구로 부르는 동일 레파토리가 있다. "그 당시에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대다수가 살았겠느냐. 이해해줘야 한다." 라는 말이다. 난 그럴 때 이런 말을 해 준다.
"같이 살아보지도 않아놓고 웃기고 자빠졌네."


2.
예전에 지존파라는 살인집단이 있었다. 이 집단은 강도집단이 아니라  감옥에서 출소하기 전 결성되어 오직 목표를 [부자납치+살인+현금탈취]로 잡고 결성된 집단이었다. 앗쌀하게 끔찍하다. 목표의식을 잡고 그대로 범죄를 실행한 사람들이라는게 더 무섭다. 그런데 이 중에 한 에피소드가 있다.
이 중에 홍일점 여인이 있었다. 부자가 아닌데 부자인줄 알고 잡혀온 여자다. 지존파가 이 여자에게 불쌍하긴 한데 너도 같이 살인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겟다고 협박을 했다. 그래서 범행에 동조해서 살인까지 참가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여자가 미쳐버릴 것 같았다. 결국 이 여자는 경찰에 조직을 밀고했고, 그때까지 이런 살인집단에 대해 알지도못하던 경찰은 그때서야 이 경천동지할 사건을 수사해서 지존파를 잡아낸 것이다. 그 여자 아니었으면 영원히 미스테리로 남던가. 아니면 지금도 어디선가 사람들이 실종되어 죽어 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3.
사람이라는게, 머리로 생각해 보면 [궁지에 몰리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여기저기 극한에 몰리다보면 그런 일도 또한 실제로 심심치 않게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뉴스가 될 법하니까 뉴스가 된다는 생각은 일단 접자.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당해보면, 사람이라는 것은 여간해서는 그런일을 벌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여자 끼고 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들어봤다고 생각해보자. 돈 많이 번다고 이야기 들어보자. 그런다고 우리가 덥석 그 일을 할 것 같은가? [불법]이라는 말은 둘째 치고서라도 '에이..사람이 어떻게 그렇게...'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게 된다는 거다. 공공기관에 뇌물을 주면 일이 쉽게 풀린다고 이야기를 듣는다.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들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더 크다 '에이...그렇게 일을 해서야...." 이게 정상적인 사람들의 행동인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도 겪어 본 일이다.

우리가 1930년대 일제치하에 산다고 쳐 봤을때, 누가 와서 조국과 민족을 배반하고 영달을 꾀합시다. 라고 하면 말이지. 내가 똥구멍에서 콩나물을 빼 먹는 절박한 처지가 아닌 담에는 '씨발 인두껍을 쓰고 뭔 소리야'라는 반응이 먼저 튀어나오는 법이다. 그리고 콩나물 빼 먹는 처지라고 쳐도, 나중에는 후회하게 된다. 이게 인간의 행동양식이다. 선과 악에 대한 기본적인 행동양식이 교육과 사회를 통해서 전달되는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게 당연히 튀어나온다.
 
아무나 일본에 붙어서 일제치하에서 친일파로 살았다...? 이건 그 시대 사람들 욕하는 소리다. 당연히 그 일본지배 하에서 산업경제를 이용하면서 살았겠지. 그런다고 그 시절 사람들은 동시대에 친일모리배들에게 [잘 살고 계십니다]라고 했을까? 이건 말이지. 80년대 전두환시절 아래 살던 우리 모두가 전두환을 찬양했다라고 말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용납 못받은 부역자들은 그냥 때려죽였어야 하는거다. 무슨 과거에 우리가 못 살아봤으니 그들의 처한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쩌구... 씨발 지랄하네. 그 시대 사람들에게도 욕처먹으면서 인두껍을 쓰고 못할 짓 하던 것들이 민족반역자고 배일모리배고 군사정권 옹호자고 반민주세력인거다. 그냥 책상머리에 앉아서 혼자 씨불씨불 거리니까 별 오만잡상이 머리를 지배해서 별 쓰잘데기 없는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지.

4.
면죄부라는 건 그런 데 달아주는 게 아니다. 병자호란때 끌려갔다 돌아온 환향녀같은 사람들에게나 주는거다. 정신대 억울하게 끌려갔던 우리 할머니들, 징집되어 잡혀갔던 우리조상님들에게나 주는거다.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알고 있다. 누가 친일 모리배이고 면죄부를 받아야 하는 사람인지는. 그걸 쓸데없는 허접스런 논리로 섞어 놓으려는 수작들이나 하지 말라는 거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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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모나리자]를 들어본 것이 아마 80년대 말일거라고 생각난다.
가요계의 황제. 당시 조용필의 별명이었다. 그는 그 때나 지금이나 전설이었다. 하지만 그 때 모나리자를 처음 들었던 내 느낌은 그런 것과는 좀 거리가 있던 감상이었다.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 줄수가 없나~ 어쩌구 이렇게 나가는 후렴구를 처음 들으면서 10대였던 나는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기분이 나빴던 이유는 단순했다.
인류사에 남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작, [모나리자]라는 위대한 예술품을 저딴 유행가의 제목으로 써먹다니!
믿기지않겠지만 이 이유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 줄수가 없나~ 어쩌구 하면서 나가는 조용필의 애절한 후렴구가 왜 그렇게 싼티나게 들리던지. 아, 이건 예술에 대한 모독이야 어쩌구 하면서 중학생인지 고등학교1학년인지 하는 나이의 인간이 그렇게 마구 잣대를 남발하고 있었다. 
사실, [모나리자]라는 노래는 조용필의 노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냇 킹 콜도 동명의 노래를 불렀더랬다. 그런데 하여간 나는 가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조용필의 노래가 무척이나 예술적 권위를 침해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걸 듣는 너희 대중들은 모두 무지몽매해!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2.
세월이 지나고 20대 30대가 끝나갈 무렵, 조용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삶과 인생의 역정을 나름대로 겪으면서 내가 보지못하던 것이 인생의 여정에서 보이기 시작하니까 조용필의 노래와 가사들이 다시 보이고 새삼스럽게 들리더라. 아, 노래가 노래가 아니구나. 그냥 흥얼대는 풍월이 아니구나 그 생각이 들면서 노래들이 새삼 달리 보이더라. 하긴, 이게 당연한 것이지. 중고등학교때 조용필의 [단발머리]나 [못찾겠다 꾀꼬리]를 듣는다고 뭘 알것이며 굶어 죽더라도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죽겠다는 말이 대체 뭔 씨나락인지 알게 뭐냐. 나이대에는 그 나이에 볼 수 있는 것이 있는 것이다. 모나리자. 나는 조용필의 그 노래가 무슨 뜻인지 이제 충분히 이해 할 나이가 되었다.

3.
바꿔 말하면 젊은 시절의 순수라는 것은 일종의 양면성이다. 순수하기 때문에 고집도 세고, 편벽한 자기만의 가치를 가지기 마련이다. 정치적인 견해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정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서는 김주열같은 청춘도 있는 반면, 총통의 모든 행동은 게르만을 위한 선의라고 믿는 유겐트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뭐라고 할 수 있는 계재가 아니다. 인간은 원래 보고 듣고 안 만큼 넓어지는 것이 아니랴.


4.
20대의 보수화, 10대의 생각없음. 우리 때는 안 그랬던가. 마찬가지다. 그들이 과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나이를 먹으면서 머릿속으로 흡수하고 경험하느냐에 따라서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경도된 생각을 나이먹고 끝까지 가져갈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사회라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사회라면 어린아이들의 삐딱한 사고를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믿는다. 인생의 경험만큼 좋은 선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나의 걱정은 그 선생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국가의 미래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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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써 몇년 전 이야기다.
촛불시위가 한참일 때,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뛰쳐나가던 시절이야기다. 한 사내가 있었다. 어디 포목상을 한다던가 하여간 그쪽에서 일하는 양반이었는데 이 분이 참 열심이었다. 그 어려운 시절에 자신이 자비 부담해서 촛불 사고 행사 있으면 옷 구매하고 하여간 여러 사람이 단체로 행동할 수 있는 물품들을 만들어서 보내는 데 들어가는 일들에 앞장서서 나섰다. 돈도 솔찮게 깨졌으리라.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는 꽃까지 몇 박스 준비해서 조계사에 아예 놔 두기까지 한 양반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했다. 결국 이 양반은 그동안 들어온 성금들과 새로 돈을 모아서 회원들명의로 불우이웃돕기까지 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이 양반 사업체가 부도를 직격으로 맞았다. 같이 일하던 놈이 돈을 들고 중국으로 튀었다. 사람이 흔들린 모양이다. 사흘 굶은 사람에게 떡집 지키라고 하면 과연 몇 명이나 지킬 지 모르겠지만 이 양반은 굶어죽을지언정 지조를지키기에는 절박했던 모양이다. 급한 김에 모금통장에서 돈을 일부 인출했다가 다시 채워넣었다. 그런데 그걸 다른회원들이 알아내었다. 

법적으로 심판을 해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그 사람은 다시 채워넣었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건 엄연한 횡령이었다고 떠들더라. 고결하기 그지없는 회원님들께서 아주 사람 하나를 짓이기고 조각조각을 내버렸다. 형사에 가니 어쩌니 하면서 떠들던 와중에 결국, 회비는 다른 사람들이 맡아서 불우이웃에게 기부를 했고, 그 양반은 그 모임에서 찍혀나가다시피 하며 떨궈져 나갔다. 그 사람을 죽이겠다고 덤벼들던 도덕론자들에게는 그래도 명분이 있었다. 공공의 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 당시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2.
세월이 지난 뒤 곽노현 교육감이 선의로 2억을 줬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고 떠든다. 본인의 입으로 선의로 줬다고 시인하였다. 하지만 검찰은 선의와 법치와는 다르다고 말하고 그를 구속하려고 든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같은 모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서 검찰을 욕하더라. 이것은 대놓고 사람 죽이기 아니냐고. 그냥 멍하니 그 모습 보고 있다가 코웃음이 나더라.

독립언론이지만 언론이 교육감을 응원하고, 그가 교수 출신이고, 그릇된 정권이 대척점에 있는 아이콘이기에 핍박을 받으면 안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가 선의로 줬다고 말까지 한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의였기 때문에 법적으로 구속하면 안된다는 것인가. 몇년 전의 그 양반도 자신이 돈을 잠깐 빼 썻지만 기부 전에 다시 채워넣었다. 뭐가 다르길래 그 때는 이빨 내 놓고 찢어발긴 주제에 지금은 [선의로 더 큰 거금을 준]사람에게는 한량없는 자비를 베푸는 건가. 포목상 그 양반은 선의가 없었다는 건가?

3.
난 사람을 애초부터 믿지 않는다.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인간들은 더  믿지 않는다. 누군가에 의해 조작될 수 있는 것이 여론이라는 것을 믿고 경험해 봤기에 더더욱 그렇다.  난 곽노현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의 잘잘못을 떠나서 그가 권력의 개에게 물어뜯기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동류에게 쳐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번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면. 만약 그 사람이 처맞지 않아도 된다고 사람들이 믿는다면 예전에 그렇게 엄격하게 사람 하나를 골로 보냈던 인간들은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를 죽을 떄까지 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인간은 가지고 있는 신분이나 위치나 금액에 의해 다른 평가를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갈대 아니랴?
난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절대로 인간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는 생물이라고 믿는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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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체육대회를 하고난 뒤 식중독에 걸려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
원래 장도 안 좋고, 늘 야근을 하는 회사라서 몸이 더 축나면 축나지 좋아질 리 없는 처지인지라
솔직히 좀 걱정스럽다.

우리나라 굴지의 회사, 이 회사가 없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노인네들이 믿는 그 회사에 들어갔고
봉급도 잘 받고 그 덕에 결혼도 무사히 해서 자식도 두었건만, 이 녀석의 삶은 시간이 늘 모자라다.

내가 꿈나라를 헤멜 무렵 이 녀석은 아침 셔틀버스를 타고 경기도 남부의 회사본사까지 들어가고
내가 모든 일을 다 마치고 잘 준비를 할 때 쯤 되서야 회사 문을 나서서 버스를 탄다.
그 회사에 들어간 이상, 아마 적어도 지금부터 10년 이상은 더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식은 부모님에게 맡겨두고, 두 부부가 그렇게 살아간다. 돈은 그렇게 주니까.
그리고 토요일도 출근, 일이 있으면 일요일도 출근
회사에 일이 있으면 야근이야 예사.

그렇게 살다가 몸이 축나거나 어려워지면
회사는 한14박15일에서 한달짜리로 여행을 끊어준다고 한다.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으니까, 이제는.

난 내 삶이 빈한하다고 여기지만 그렇다고 내 동생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내 동생의 삶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내 삶을 '실패자'의 삶이라고 간주한다.
(아, 내가 오버하는 게 아니다. 우리 아버지는 쿨하시기 때문에 자식을 그냥 면전에서 실패자라고 부르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동생이 너무나도 불쌍하다.

내가 이렇게 나름대로 자유롭게 돈 없이 대충대충 살아가는 대신
내가 져야 할 가정의 짐을 내 동생이 대신 떠 안고 사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혼자 병원에 누워있겠지.
어린 조카년 때문에 아마 아무도 병원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가 있을까.

나 어릴 적엔
난 내 나이 마흔에 가까워지면
동생하고 둘이서 주말에는 어디 낚시나 다니면서
두런두런 돌아다니는 삶을 꿈꾸곤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세상은 그게 아니더라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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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갔더니 자살소식으로 시끄럽다.
우리 교회 다니는 학생은 아니었는데 지역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하나가 자살했다.
우리 교회엔 당연히 그 아이의 친구들이 많이 있다. 충격들을 먹었을 것이다.

"선생님, 자살 한번만 더 생기면 저 학교 안 나갈 거예요."

우리반의 한 아이가 그렇게 이야기한다.

"왜, 학교 재미 없냐?"

"별 재미없어요."

"학교 안 나가면 뭐 하려고."

"박스나 줏어야죠."


우스개 소리겠지만 그냥 우스갯소리로 듣기에는 참 가슴아픈 말이었다.
나름대로 이 동네 고등학교는 학부모들이 척추 뽑아다가 보낸다고 할 만큼 나름대로 학력평가가 높고 돈도 비싸게 받아먹는 학교들이다. 성적들도 좋다. 서울대 몇명 보낸다던가.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시들시들해져 간다.

고개를 돌려보면
이 아이들보다 조금 더 나이 든 학생들이
대학교 등록금을 내려달라고 도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세상이 나아지지 않는다. 

한심하다. 나도 한심하고 나라도 한심하고 애들은 불쌍하고.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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