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투덜'에 해당되는 글 244건

  1. 2012.01.14 순환관계 2
  2. 2011.12.27 2011년의 결산. 그리고 다짐 4
  3. 2011.12.10 민주화 4
  4. 2011.12.08 무의(無意)
  5. 2011.12.02 머리만 커져서 2
  6. 2011.09.27 왜 100명이나 들어왔나 했더니 5
  7. 2011.09.08 제품수명 8
  8. 2011.08.24 문학동네 심사평 2
  9. 2011.08.23 어쩌면 지워버려야 할 이야기 4
  10. 2011.07.17 현대 백화점 밀탑빙수 4

순환관계

투덜투덜 2012. 1. 14. 20:37
나는 나에게 관심 있는 여자를 별반 좋아하지 않는다 ---> 나는 내가 관심있어하는 여자에게만 끌린다 ---> 그 여자는 내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내가 좋아한다 ---> 내가 끌린다고 해도 여자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 --> 내가 관심을 보인다 ---> 여자는 관심이 없다 ---> 관심이 없는 여자기 때문에 내가 관심을 가져봤자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 내게 관심없는 여자가 내게서 멀어진다 ---> 애초에 내게 관심이 없던 여자가 사라졌기 때문에 여자가 사라진 것으로 인해 실제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  혼자 있게 된다 --->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다 ---> 나는 나에게 관심있는 여자를 별반 좋아하지 않는다 ---> 나는 내가 관심있어하는 여자에게만 끌린다



이거 뭐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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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팠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365일중에 300일을 아팠다. 급격한 두통, 구토, 체함. 어지러움. 딱 뇌종양증상인데 CT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MRI를 찍어봐야겠는데 솔직히 걱정이 된다. 중풍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그저 스트레스일 확률이 가장 높긴 하다.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절망과 분노 뭐 그런 일이겠지. 하지만 그게 표면화 되어서 육체에 고통을 줄 정도라면 내가 의도적으로 피하고자 했던 스트레스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오늘 보건소에서 혈압을 쟀다. 98/154가 나왔다. 내일 혈관이 터져 죽어도 아무 이상이 없는 수치다.
술도 안 먹고 담배도 피지 않고 여자랑 자는 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세네번은 한시간씩 토나올 정도로 운동하고 정말 수도승처럼 먹는 것도 굶어 죽지 않는 한에서 최소한의 것만을 섭취한다. 체중도 정상체중을 밑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압은 점점 높아진다.

이걸 보면 인간의 노력이라는 것은 정말 아무런 효험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건강을 위해 관리하고 노력하고, 인생의 지표를 위해 뛰고 노력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들 그것이 내게 주어진 복이 아니라면 내가 한 노력은 어떠한 효력도 발휘하지 않는다. 그게 인생이고 삶의 냉엄한 현실이다. 인생은 절대로 교과서적으로 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은 아프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계획한다. 혈압을 130대로 낮추겠다고 다짐하고, 식이요법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운동을 계속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냥 이렇게 비실비실 시든다는 것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거부감이 있다. 내 인생에 대한 본전 생각이 난다. 


2. 썼다.
뭔가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좋아하는 사람은 소수, 하지만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인기란 바람앞의 촛불 같은 것. 하지만 글에 대해 투자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글은 아름다와진다. 연애보다 낫다. 시간을 들여서 다듬으면 절대로 사람의 손길이 탄 곳이 나빠지지 않는다. 

내년에도 쓸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3. 안 만났다.
천하의 반이 여자라는데, 점점 사람들의 모습이 이지러져 보인다.
씁슬하긴 한데. 어쩌랴.

내년엔? 모를 일이다. 과거의 지저분한 그림자도 있고
아직도 애틋한 추억이 너무 짙은 것도 있고
그 모든 것을 도외시하고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신뢰를 하고 싶지도 않고.
참으로 모를 일 투성이가 인생인 것이다.

하지마 올해보다 심하랴. 올 해는 아파서 모든 것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내년에는 제발 아프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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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투덜투덜 2011. 12. 10. 13:31

민주화: 체제나 사고방식이 민주주의적으로 운영되거나 이동하는 것





요즘 애들이 쓰는 용어

민주화:
1) 전라도 지역의 옹호발언이나 전라도지역에 유용한 구조, 우위적 잇점을 지닌 팩트가 나올 때 비아냥거리는 용어. 
2) 예전에 쓰던 [발렸다] 혹은 [개털리다]와 비슷한 속어. 남아있는 여력 하나도 없이 쫄딱 다구리 당했을 때
    나오는 말.


* 그냥 적고 보니 한심할 뿐이다.  그냥 군사정권이 세세토록 정권 잡고 이런 말 하는 놈 자식이 학생운동 하다가
  죄 없이 감방에 잡혀가는 꼴을 봐야 아마 뭔가 느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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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無意)

투덜투덜 2011. 12. 8. 01:29
글 쓰기를 좋아하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참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소설을 하나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척이나 써 보고 싶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일이 머릿속에서 휘발되기 전에 활자나 파일로 남겨 져 나중에 다시 보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일 거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십편의 습작을 써 보고, 수천권의 책들을 보았지만 결코 맘에 드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 뒤에 알았다. 원래 그런 것이려니 했다. 그리고 작가라는 이름은 정말 위대한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내는 마흔이 되었다. 마흔이 되도록 그는 작가라는 이름은 굉장히 신비한 직종이 아닌 직책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작가라는 것이 아무나 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더 이상 경외가 아닌 냉소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심심풀이로 고등학생이 쓴 글을 출판사에서 사 가서 고등학생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예닐곱권의 연장소설을 쓰게 만들어 팔아먹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출판계의 현실이다. 고등학생은 사십이 다 되어가는 아저씨가 그렇게도 갖고 싶어하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너무나도 간편하게 얻지만, 그 고등학생은 작가라는 타이틀은 샐러리맨의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이상 저작을 하지 않게 된다.

삶이라는 것은, 그리고 성취라는 것.
아무것도 아닌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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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커져서

투덜투덜 2011. 12. 2. 01:44
예전에는 세상살이가 힘들지 않았다.

삶의 호오를 흑백으로 구분지어 산다는 것이 지금은 지적으로 모자란 사람들의 행태같지만, 몇 십년전, 아니 십수년전만해도 가능한 일이었다. 악당은 악당이었다. 사람들을 괴롭히면 악당이었고, 혼자 잘먹고 잘살고 다른 이들 거 뺏아먹으면 악당이었고,  부족한 사람들 핍박하면 악당이었다.

옳음에 대한 정의는 거칠지만 간단명료했다. 분명 그렇게 된 배경에는 악당들의 세련되지 못한 자기표현이 존재했다. 아무리 잘 봐줘도 못된 짓을 했다. 멀쩡한 학생 패죽이고, 돈 뜯고, 말 안들으면 갖다 거짓재판하고 고문했다. 악당스러움이라는 것이 확연했기에 옳음이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악함이라는 것에 명분이라는 조미료를 치고, 그곳에 질서라는 조미료를 치고, 대의명분이라는 것을 입혔다. 까뒤집어보면 똥인데, 그 포장지를 휘황찬란하고 먹음직 스러운 장식을 해 놓고 당당하게 먹거리라고 팔아댄다.

그 포장지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걸 봐. 너희들도 쓰는 포장지야. 이 향기를 맡아 봐, 너희들이 쓰는 조미료야. 이 색깔을 보렴, 예전에 너희들이 그렇게 찾아 헤메던 색깔 아니냐. 시대가 바뀌었잖아. 이젠 이런 것들도 감내하며 같이 갈 줄을 알아야 해.

흑백논리가 좋지 않다는 것에 동감한다고 치자. 하지만 그렇다고 겉만 바꾼 불량품을 그동안 줄기차게 싸워왔던 대다수 사람들에게 정성껏 권하는 시대가 과연 제대로 된 사회인지 나는 의심스럽다. 세상은 선악의 구분이 모호하지만 최소한 똥을 밥이라고 먹이는 시대를 제대로 된 시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팔다리는 오그라든 주제에 머리만 커진 시대.
솔직히 경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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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과 모나리자라는 키워드 덕이었군.

어쩐지...내 조용한 굴레방다리 블로그에 100명이나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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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수명

투덜투덜 2011. 9. 8. 01:07
소변이 영 시원찮다

비뇨기과를 가 봤다. 갈 데가 여기밖에 없지 않은가.

의사선생과 면담을 했다.
D: 어떻게 오셨습니까
H: 소변이 잘 안 나오고요 거시기 궁시렁궁시렁
D: 최근에 성관계를 하셨나요
H: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아니요
D: 소변검사 해 봅시다.

(소변검사후)

D: 균같은 건 없네요
H: 균이 무슨 만나요. 하늘에서 떨어져? 아 그렇군요
D: 전립선 문제인 듯 싶어요
H: 그냥 있어도 문제가 생기나요
D: 슬슬 그럴  나이가 되었죠. 

써도 닳아 없어지고 안 써도 닳아 없어지는게 세상만사.
이모저모 참 한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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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가을호 계간지를 사서 심사평을 죽 읽어보고 당선작을 읽어봤다.

뭐랄까. 순문학만이 갖는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이미지에 경도된, 언어의 조탁에 철저하게 천착하는 분위기의 글들에 예전부터 점수를 줘 왔는데
그 경향이 점점 심해진다는 느낌이다. 박민규의 글도 점점 그러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요즘 들어오는 글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점점 [소통의 단절]을 꾀한다는 느낌이다. 독자와의 소통이 아닌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간다.

어쩔수 없다고 치자. 신인상이라는 것은 다름 사람과 변별되는 문체의 독특함이나 구성법으로 승부를 하는 곳이라고 애써서 그들을 변호한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그들에게 남는 것은 무언가. 스토리의 지향점이라는 것은 점점 간략하고 단순해진다. 지하철을 걸어와서 집까지 오는 여정을 왕가위식으로 단절해서 영상을 보여주는 식의 불편함을 나는 그 가운데서 목격하게 된다. 내가 순문학도,장르문학도 아닌 어정쩡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이런 기분나쁨에서 출발한다. 독자들에게 과도한 채색과 불필요한 심리묘사로 길을 잃지 않게 한다. 하지만 쓸데없는 장식을 털어낸다고 해서 길에 깔리는 것이 싸구려 모조지를 붙여놓은 지시방향은 아니다. 그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게 심사의원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이건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에 해당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말로써 대화하고 싶지 않고, 내가 쓴 글을 가지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나는 독자들이 내 글을 볼 때 명확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느꼈다면 그 글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모호한 관념의 대상으로 찾아오는 글이라는 것은 술을 마시고 대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장르작가(난 이 구분을 굉장히 싫어하는데...대체 어떤 놈이 장르작가이고 순문학 작가인가. 알렉산드르 뒤마? 레베르테?) 스러움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길에 무엇이 있는 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주제의식의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문창과 같은 곳에서 하루 종일 이런 것만 공부했던 사람들하고 밑바닥에서 남의 글을 모사하면서 바닥바닥 기어 온 나하고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지 모른다. 내 개인적인 감상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좋은 방식같은 것을 내가 몰라서,혹은 그 묘용(妙用)을 보고 질투하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고개를 휘저으며 생각해 보면 비단 그런 얄팍함만을 가지고 이렇게 중언부언 떠드는 것은 아니다. 

벽을 느끼기 때문이다.
얄팍한 창호지만한 권위가 그 심사평 사이에서 느껴져서 무척이나 기분이 나쁘다.

어차피 내가 갈 길이 그쪽과 관계 없다면 상관 없지만
난 아무래도 두 군데 다 내 글자국을 남겨야겠기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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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예전의 일이다. 배낭여행을 다녀오던 길에 프랑스와 이태리 사이의 작은 해변마을을 들른 적이 있었다. 뭔지도 모르는 식사를 대충대충 했던 기억이 난다. 아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나는 것은 오직 하나 바다의 색깔뿐이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바닷물의 빛이 파랗디 파란 사파이어 빛이었다. 그후에도 여기저기, 국내외 여러곳의 바다를 다 둘러보았지만 난 그렇게 파란 색의 바다는 구경해 본 적이 없다. 어느 누가 푸른 바다라고 한들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새파란 바다]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그 잔잔하던 파란 바다의 색깔과 풍경은 아마 다른 절경을 보더라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바다가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으니까.


2. 
10년 전에, 한 명의 여자를 본 적이 있다. 결혼 하기 전의 이야기다.
사람은 태어나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성을 만나면서 자신의 이상형을 구축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결혼생활 롤모델을 만들어간다. 이상형이란 원래 구름위의 성채같은 것. 절대로 이승에서 만나지 못해서 이상형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가장 비슷한 사람을 찾아서, 혹은 그와 비견될만한 매력을 지닌 사람을 만나서 짝을 짓고 결혼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뿔사, 살아있는 이상형을 봐 버린 것이다. 난 그것이 축복이라 생각하였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은 천형(天刑)에 다름 아니었다.

타인의 눈과는 관계 없이 그 여자는 가지런히 내 모든 조건에 다 들어맞는 사람이었고, 더 큰 문제는 짝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할 계재가 없었는데 그냥 멍청하니 바라만 보는 처지였던게지. 말 그대로 대가의 그림을 박물관에서 보면서 '아....행복하구나. 내 거실에 걸어두고 싶은 생각 굴뚝같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미술학도 같은 느낌이었다.

대충 포기하면서 살면 그것이 잊혀지리라 생각했건만, 그리고 혼자가 아닌 삶 가운데서는 그것을 일부러라도 잊고 열심히 살았건만. 어떻게 인연이 참 잔망스럽기 그지 없어서 실타래라는게 얽히고 얽혀서 재수없게 혼자 살 때 또 봐 버리고 만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알았다. 아, 내가 잊고 산 것이 아니라 참고 살았구나. 담배랑 똑같은 거였구나. 정말 재수없는 인생이구나, 눈알을 애초에 뽑아버릴 걸 그랬구나. 


3.
인순이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은 적이 있다. 
바로 내 앞에서 댄스곡을 부르는데 온 몸의 신경이 쭈볏 서는 느낌을 받았다. 백건우와 아쉬케나지의 피아노로 라흐마니노프를 듣는다. 머릿속을 일필휘지로 휘감고 달려드는 멜로디의 이어짐이 전해진다. 대가의 음악은 사람의 귀가 아니라 몸을 통해서 나간다. 이런 소리를 듣다가 옆집에서 피아노 연습하는 소리를 들으면 짜증이 솟구친다 (연습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미안한 비유지만). 왜 거기서 그렇게 음색이 넘어가냔 말이다. 하지만 이건 누구에게도 불평할수 없는 내 개인의 호불호다. 좋은 것을 보고 들었으면 사람의 감평은 그 아랫쪽에 결코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한다. 이것이 비단 음악이나 미술에만 국한되랴? 아니다. 사람의 이런 감정은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4.
혼자 된 다음에 이 사람 저 사람 맘 붙여보려고 무던히 노력해 봤지만 그게 안되더라.
그게 내 엑스와이프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예전에 봤고 최근에도 봤고, 아마 잊혀지지 않는 그 여자를 기준점으로 놓고 있더라.
조금이라도 만나는 여자가 내 각도에서 삐긋하는 것 같으면
'아니 대체 뭘 믿고 이 모양이야?'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게 저주가 아니고 천형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아예 혼자 독경하며 일생을 마감한 팔자가 아니라면 당연히 눈 질끈 감고 머릿속의 상념을 쫓아내야 하거늘 그것이
안 되는 것이 지금까지다. 참으로 어리석은 인생길 아니런가. 이 길에서 과연 나는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다른 산적한 일도 태산같아 짐을 지는 일도 버겁기 그지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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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 더럽게 많더라. 줄을 에둘러 빙 둘러서서 팥하고 얼음 뽀갠거 먹겠다고 기다리는데
예전 [그때를 아십니까]에 나온 미국 구호품 받아먹으러 서 있는 인간들인 줄 알았다.

난 그냥 가면 그냥 먹을 수 있는 자리인 줄 알았지. '번호표 뽑아주세요'라는 말 듣고 그냥 다시 걸어 내려왔다.

미쳤나. 줄을 서서 빙수를 먹고 앉았게.


2.
난 [맛집에서 줄 서서 먹는] 행위를 굉장히 싫어하는데
만한전석을 먹던 반사두갱을 먹던 나오는 건 똑같은 거고
사람은 살기 위해 먹는거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난 소화기능이 약해서 이걸 먹으나 저걸 먹으나 그게 그거라는 거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짧은 시간에 빨리 나와서 빨리 먹고 사라질 수 있는 식당을 선호한다.


3.
그런데 맛있다니까. 라는 말 하나로 하염없이 기다리는 손님들이나
손님 기다리는게 자랑인 줄 알고  있는 식당들이나

난 둘 다 맘에 들지 않는다.


4.
혹시 포탈에 [밀탑빙수]라는 걸로 쳤는데 내 블로그 나와서 들어와 보신 분은 미안하다.
내가 낚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포탈이 낚은거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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