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팠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365일중에 300일을 아팠다. 급격한 두통, 구토, 체함. 어지러움. 딱 뇌종양증상인데 CT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MRI를 찍어봐야겠는데 솔직히 걱정이 된다. 중풍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그저 스트레스일 확률이 가장 높긴 하다.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절망과 분노 뭐 그런 일이겠지. 하지만 그게 표면화 되어서 육체에 고통을 줄 정도라면 내가 의도적으로 피하고자 했던 스트레스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오늘 보건소에서 혈압을 쟀다. 98/154가 나왔다. 내일 혈관이 터져 죽어도 아무 이상이 없는 수치다.
술도 안 먹고 담배도 피지 않고 여자랑 자는 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세네번은 한시간씩 토나올 정도로 운동하고 정말 수도승처럼 먹는 것도 굶어 죽지 않는 한에서 최소한의 것만을 섭취한다. 체중도 정상체중을 밑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압은 점점 높아진다.

이걸 보면 인간의 노력이라는 것은 정말 아무런 효험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건강을 위해 관리하고 노력하고, 인생의 지표를 위해 뛰고 노력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들 그것이 내게 주어진 복이 아니라면 내가 한 노력은 어떠한 효력도 발휘하지 않는다. 그게 인생이고 삶의 냉엄한 현실이다. 인생은 절대로 교과서적으로 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은 아프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계획한다. 혈압을 130대로 낮추겠다고 다짐하고, 식이요법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운동을 계속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냥 이렇게 비실비실 시든다는 것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거부감이 있다. 내 인생에 대한 본전 생각이 난다. 


2. 썼다.
뭔가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좋아하는 사람은 소수, 하지만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인기란 바람앞의 촛불 같은 것. 하지만 글에 대해 투자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글은 아름다와진다. 연애보다 낫다. 시간을 들여서 다듬으면 절대로 사람의 손길이 탄 곳이 나빠지지 않는다. 

내년에도 쓸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3. 안 만났다.
천하의 반이 여자라는데, 점점 사람들의 모습이 이지러져 보인다.
씁슬하긴 한데. 어쩌랴.

내년엔? 모를 일이다. 과거의 지저분한 그림자도 있고
아직도 애틋한 추억이 너무 짙은 것도 있고
그 모든 것을 도외시하고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신뢰를 하고 싶지도 않고.
참으로 모를 일 투성이가 인생인 것이다.

하지마 올해보다 심하랴. 올 해는 아파서 모든 것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내년에는 제발 아프지 말아야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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