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가을호 계간지를 사서 심사평을 죽 읽어보고 당선작을 읽어봤다.

뭐랄까. 순문학만이 갖는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이미지에 경도된, 언어의 조탁에 철저하게 천착하는 분위기의 글들에 예전부터 점수를 줘 왔는데
그 경향이 점점 심해진다는 느낌이다. 박민규의 글도 점점 그러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요즘 들어오는 글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점점 [소통의 단절]을 꾀한다는 느낌이다. 독자와의 소통이 아닌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간다.

어쩔수 없다고 치자. 신인상이라는 것은 다름 사람과 변별되는 문체의 독특함이나 구성법으로 승부를 하는 곳이라고 애써서 그들을 변호한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그들에게 남는 것은 무언가. 스토리의 지향점이라는 것은 점점 간략하고 단순해진다. 지하철을 걸어와서 집까지 오는 여정을 왕가위식으로 단절해서 영상을 보여주는 식의 불편함을 나는 그 가운데서 목격하게 된다. 내가 순문학도,장르문학도 아닌 어정쩡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이런 기분나쁨에서 출발한다. 독자들에게 과도한 채색과 불필요한 심리묘사로 길을 잃지 않게 한다. 하지만 쓸데없는 장식을 털어낸다고 해서 길에 깔리는 것이 싸구려 모조지를 붙여놓은 지시방향은 아니다. 그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게 심사의원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이건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에 해당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말로써 대화하고 싶지 않고, 내가 쓴 글을 가지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나는 독자들이 내 글을 볼 때 명확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느꼈다면 그 글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모호한 관념의 대상으로 찾아오는 글이라는 것은 술을 마시고 대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장르작가(난 이 구분을 굉장히 싫어하는데...대체 어떤 놈이 장르작가이고 순문학 작가인가. 알렉산드르 뒤마? 레베르테?) 스러움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길에 무엇이 있는 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주제의식의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문창과 같은 곳에서 하루 종일 이런 것만 공부했던 사람들하고 밑바닥에서 남의 글을 모사하면서 바닥바닥 기어 온 나하고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을지 모른다. 내 개인적인 감상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좋은 방식같은 것을 내가 몰라서,혹은 그 묘용(妙用)을 보고 질투하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고개를 휘저으며 생각해 보면 비단 그런 얄팍함만을 가지고 이렇게 중언부언 떠드는 것은 아니다. 

벽을 느끼기 때문이다.
얄팍한 창호지만한 권위가 그 심사평 사이에서 느껴져서 무척이나 기분이 나쁘다.

어차피 내가 갈 길이 그쪽과 관계 없다면 상관 없지만
난 아무래도 두 군데 다 내 글자국을 남겨야겠기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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