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無意)

투덜투덜 2011. 12. 8. 01:29
글 쓰기를 좋아하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참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소설을 하나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척이나 써 보고 싶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일이 머릿속에서 휘발되기 전에 활자나 파일로 남겨 져 나중에 다시 보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일 거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십편의 습작을 써 보고, 수천권의 책들을 보았지만 결코 맘에 드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 뒤에 알았다. 원래 그런 것이려니 했다. 그리고 작가라는 이름은 정말 위대한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내는 마흔이 되었다. 마흔이 되도록 그는 작가라는 이름은 굉장히 신비한 직종이 아닌 직책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작가라는 것이 아무나 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더 이상 경외가 아닌 냉소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심심풀이로 고등학생이 쓴 글을 출판사에서 사 가서 고등학생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예닐곱권의 연장소설을 쓰게 만들어 팔아먹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출판계의 현실이다. 고등학생은 사십이 다 되어가는 아저씨가 그렇게도 갖고 싶어하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너무나도 간편하게 얻지만, 그 고등학생은 작가라는 타이틀은 샐러리맨의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이상 저작을 하지 않게 된다.

삶이라는 것은, 그리고 성취라는 것.
아무것도 아닌지도 모른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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