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것과는 다르게 면전에서 싫은 말을 잘 안한다.
잘 안하는 게 아니라 거의 안한다.
일전에 중국집에 간 적이 있다. 새로 개업한 집이었다.
맛대가리가 정말 버릇이 없었다.
주인이 계산하고 나가는 데 물어봤다.
"맛은 어떠셨습니까?"
"예, 맛있었습니다."
난 이러고 나오려고 했는데, 옆에서 먹던 후배놈이
"아니오, 음식이 어쩌구 저쩌구 궁시렁 궁시렁~"하면서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그러고 나온 담에 서로 이야기를 했다.
형은 왜 맛있다고 했느냐. 맛없다고 해 놓고.
난 이렇게 말했던 듯 하다.
"어차피 다시 올 것도 아니니까."
"그래도 첫 장사인데 그럼 됩니까. 그래도 이게 좋고 저게 좋고 이야기해야 장사도 잘 되고"
"넌 다시 올거야?"
"아뇨."
"근데 왜 그래?"
"???"
일본인들은 철저하게 본심을 숨기다가 정말 친해진 다음에야 싫은 소리를 한다고 하던데.
-.-a 이거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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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갑자기 짜증이 확 나는 일이 있었는데 이런 저런 일을 복기하면서 생각해 보니
나도 확실히 내 얼굴을 보여주는 것에 있어서는 야박한 것 같다.
날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날 되게 유하다고 생각하는데...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잘 아는 이들은 내 성질의 과격함과 급박함을 잘 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정도로 급한 것도 안다.
친한 사람들에게도 유한 모습을 보이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딱 끊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결국은 도닦는 삶이라는게 이런 사람의 양면성을 하나로 만드는 일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