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명씨 -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언제 쓰여졌는지 모르는 이 시조는 참 애닳기 그지없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의 원조쯤 되는 것 아닌가?
상당히 오래 전에 씌여진 시조 같지만 누가 썼는지는 모르고
예전부터 시조 창가로도 널리 퍼졌던 듯 싶다.
정조 때 홍국영이 젊은 시절 건달패로 있을 적에
"나비야 청산가자"시조를 잘 불렀다는 야사도 있는 바, 그 전에 만들어진 시조일 것이다.

후일 우리 말인 시조를 한시로 바꾸는 7언악부로 바꾸는 풍조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신위라는 사람이 만든 [소악부 40수]에 이 노래가 한역되어 올라오기도 했다.

호접청산거(蝴蝶靑山去)

백호접여청산거(白蝴蝶汝靑山去)
흑접단비공입출(黑蝶團飛共入出)
행행일모화감숙(行行日暮花堪宿)
화박정시엽숙환(花薄情時葉宿還)

애절한 만큼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기를 줄지 않던 이 노래는
시대가 바뀐 뒤 김용임 씨에 의해 트로트로도 불러진 적이 있다.

(나븨이야~~~하는 노래 들어본 적 있으실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소설가 김진명씨의 정치 소설 제목으로도 쓰여진 이 시조는
참으로 유장하게 시대에 맞게 다양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이 일곱글자가 갖는 문자 속의 회한이라는 것이
우리네 삶을 정확하게 찔러대는 그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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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일 간략.

작은 방 한담 2009. 5. 22. 21:05

예전 권필이 썼던 시조의 한 구절을 다시 재탕하는 것으로 그냥 마무리.

百年身事每如此:백년신사매여차
일평생 내 일이 매양 이렇지

* 생활이 개그화되어가고 있어...*


나는 내 인생의 무게가 굉장히 무겁다고 생각했었고,
때로는 그 무게가 필요이상으로 과중하다고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새털처럼 가볍기만 하고

어쩌면 내 인생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저녁 국거리반찬 정도밖에, 혹은 그 값어치 이하의 경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군가 생각하기에
내 인생이 자기가 감당할 정도의 무게를 지녔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하고 엮이겠지.

뭐,
그런거 아니겠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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逢人覓酒酒難致:봉인멱주주난치
그댈 만나 술 찾으면 술이 없고

對酒懷人人不來:대주회인인불래
술을 마련하면 그대가 오지 않는구나

百年身事每如此:백년신사매여차
일평생 내 일이 매양 이렇지.

大笑獨傾三四杯:대소독경삼사배
크게 웃으며 홀로 서너잔 기울이노라.


*________________________
벼슬을 하지 않고 일평생 선비로 산 문인 권필의 시.

가장 핵심 연은 3번째 연이 되겠다.
요즘 말로 하면...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쯤 되려나?

그나마 친구를 만나기 쉬운 요즘이 더 나은 듯.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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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本無心人(아본무심인) : 내 본래 무심한 사람이니

願得無言友(원득무언우) : 말없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라.

同遊無有鄕(동유무유향) : 같이 무유향에 놀다가

共醉無味酒(공취무미주) : 맛없는 술에 같이 취하고 싶어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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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백거이(白居易)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 어느 곳에서나 술 잊긴 어려워
天涯話舊情(천애화구정) : 하늘 끝 먼 곳에서 친구의 정 나눈다.
靑雲俱不達(청운구부달) : 청운의 꿈 이루지 못하고
白髮遞相驚(백발체상경) : 백발이 갈아드니 서로가 놀라는구나.
二十年前別(이십년전별) : 이십 년 전에 이별하여
三千里外行(삼천리외항) : 삼천 리 밖을 돌아다니는구나.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 이러한 때, 한 잔의 술도 없다면
何以敍平生(하이서평생) : 무슨 수로 평생의 마음을 풀어보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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