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9.14 이민이나 갈까 4
  2. 2010.09.21 한가위 전야 잡설 4
  3. 2009.10.03 10월3일 추석. 소사 4
  4. 2009.10.01 이방인의 소고 4
뜬금없이 만난 후배와 수다를 떨다가 나온 이야기

"형, 형  아파트 팔고 북아프리카 제국으로 가면 나이트클럽 몇 개는 살 수 있을거야. 거기서 그걸로 밤의 제왕이 되란 말이야! 물론 물가가 싸서 아무리 돈 벌어도 다시는 강남에 집같은 건 못사겠지만. 아랍 미인들을 볼 수 있잖아!"

"오오! 그렇지! 알라는 위대하시구나!"

이러면서 둘이 쏼라쏼라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럼 뭐하나.
팔리긴 개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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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동안 쉬지를 못했습니다. 머리를 괴롭히는 스스로 만든 과제물도 있고, 이것저것 바쁘기도 했습니다. 역시 스스로 만들어낸 스케줄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죠. 주말이 피크였습니다. 지인의 집들이 가기전 밀린 청소를 하고 집들이를 갔다가 다음날 일요일에는 새벽부터 말안듣는 교회 고등부 애들 (하긴 나도 그때 말 안들었으니 그렇다치고) 교과공부 준비한다고 설치고 예배본 뒤에 토막잠을 자다가 배가고파 집에가겠다는 후배 불러서 저녁먹으러 나가고, 오랫만에 보는 친구하고 밤에 한 잔을 하고 돌아오는...말 그대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았습니다.

그랬더니 월요일 아침부터 양 쪽 코에서 분수처럼 콧물이 줄줄~ 병원에 갔더니 알러지성 비염이랍니다.
털투성이 꼬마 둘과 같이 사니 어차피 어느 정도 위험인자를 감수하고 있엇습니다만
이렇게 대책없이 텍사스 유전처럼 쏟아지는 건 처음 당해봤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습니다만
제대로 돌아오려면 조금 시일이 걸릴 듯 싶습니다. 일단은 쉬는게 먼저겠지요.

몸의 면역체계가 맛이 가는 것은 여러 문제가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쉬지 못하는 것과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추석때는 대충대충 얼기설기 방만하게 있어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무척 타이트하고 바람직한 삶을 산 것처럼 이야기하는군요)

2.
비염의 가장 큰 문제는 냥냥이 두 마리가 아니라 제 지저분한 책상의 먼지같은데 이거 어떻게 할 도리가 없군요
책들이 점점 높이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3.
참으로 오랫만에
프로젝트에 대한 꿈으로 꿈속에서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깨어나보니 전혀 상관없는 용어들이었습니다만
나름대로 집중은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혼자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4.
오늘부터 명실공히 추석연휴에 돌입이군요. 
멀리 움직이시는 분들 모두 무사무탈하시고
좋은 날을 친척들과 나누시길 바랍니다

행복한 추석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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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는 우리 집안끼리만 모이기로 한 이번 추석이었는데
갑자기 모친님의 계획변경으로 이제 [마지막 추석]으로 전 가족이 모일 심산인 모양이다.
그래서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부천으로...젠장. 회사다닐 때도 이런 약속은 안 잡는다고!

사실 집에서 일어나 아버지 집으로 가서 가야하는 거니 거의 4시간 정도만 자라는건데 뭐...
아, 남자들도 명절이 싫다.


2.
원래 우리 집안 계획은 아들 두놈이 모두 아내를 거느리고 나름대로 가족수가 좀 되니
우리끼리 조촐하게 지내보자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집안 계획을 망쳐놓은 것은 의도치않게 내가 되었다.
다행히 제수씨가 애를 가졌으니 뭐 내년부터야 괜찮아 지려는지 모르지만...

소박한 소원이라고는 온 가족 모여서 상차리고 기도할 때
제발 날 가리켜서 [불쌍한 인생...]같은 이야기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거.

인생즉 고해라고 석가세존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나만 이 따위로 사는 거 아니예요.


3.
설날 이브라고 동네에 식당 연 곳이라고는 아무곳도 없어서
예전에 나를 [외국인]취급했던 음식점에 다시 가서 혼자 바에 앉아 스케이크를 썰다왔다.

울적해서 그런지 얹혔나...

이러다간 내일 아무것도 못 먹고 [불쌍한 인생...]소리나 듣고 또 집에 올지 모르는데 참 곤란하다.

오늘도 고속터미널에 들려서 사람들 구경을 하다 들어갔는데
달이 참 휘황하니 밝더라.

그 달을 믈끄러미 서서 보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내 옆에 벽안에 금발머리 친구도 같이 달을 쳐다보고 있더라.

그래, 당신나라 명절은 아니겠지만 다들 고향찾아 떠나가는 마당 한가운데 서 있으니
당신도 달을 보면 고향생각, 친지생각 나겠지.

난 원래 고향이 서울이니 혼자 개폼잡는 것이고
그 친구는 추석에 걸맞는 상념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 믿으며
다시 집으로 귀환했다.

하긴, 나도 실은 이방인일지도 모르는 일이니.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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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의 맨 처음을 객지에서 시작했던 것이
어쩌면 온전하게 내 영혼을 살찌우는 경험이었거나
잊혀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남쪽 땅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올라가는 것은 두 달이나 석달에 한 번.
그리고 추석때는 올라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고
성탄절때는 무단 상경을 해서 놀아놓고 시말서를 쓰던 시절의 기억이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타지에서 명절을 보내게 되면
뭔가 아스라히 이상한 기분이 든다.
다들 가진 게 없어도 뭔가 포근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지나가는
익히 아는 얼굴들을 보면서 뭔가 나 홀로 떨어져 사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는 거다.
시골이니까 가끔 안집에서 먹을 것도 갖다주고 그랬었지. 인심은 살아있는 동네였으니.
그런데 정작 받아놓고 썩어문드러질 때까지 멍하니 음식대신 담배나 먹고 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어느 곳에 속해 있어도 그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
모든 것이 허해보인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칠정육욕을 개가 닭보듯이 쳐다보는 느낌.
그래서 조금씩 소원해지고 결국은 혼자 남아있는 듯한 기분.

밤에 고속터미널에 잠깐 나갔다 들어왔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버스와 그 버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 넓은 대합실을 가득 채우고
일렁일렁거리며 움직이는데 다들 지쳐보였지만
뭔가 잠을 잘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야근직원같은 표정들이었다.

아마 내가 타지에서의 발령을 마치고
있는 줄 없는 백 다 써가며 다시 서울로 올라갈 때
마지막으로 객지동료들에게 보였던 표정이 저런 것이었겠지.

사람은 그래서
자신의 둥지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날아가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사람답게 사는 법이니까.
써 놓고 보니
내 사회경험의 처음은 트라우마도 아니고 좋은 경험도 아닌
쓸개 탄 소주같은 것이었나보다.

모두에게 좋은 추석이 되시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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