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는 책들

見.聽,感 2011. 10. 27. 00:02
1. 로마제국 쾌락의 역사

 읽다보면 미국이 생각날 수 밖에 없다. 전 세계의 물산을 흡수하는 기형적인 경제구조. 그리고 특권층이 되어버린 로마시민. 로마시민 중에서도 소수인 귀족들의 소비와 문화향유. 그리고 섹스와 취향. 말 그대로 읽다보면 아우구스투스 시절부터 백년정도는 [로마에서 귀족으로 태어나는 것]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지상낙원을 향유한 순간이구나 싶다. 현대인들의 취향으로도 감당이 안되는 짓거리를 해 대던 로마인들. 소비의 정점에 오른 문화를 역사적으로 탐구해준다. 인간은 쾌락을 탐구하는 동물이다. 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 서울에서 가장 거룩한 곳


저자 김문환교수는 신학과 미학을 전공하신 특이한 이력을 가진 분으로, [건축구조물이 도시에서 갖는 소통의 역할]을 주제로 삼고 쓴 책이다. 서울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교성지. 성균관 대성전부터 절두산 성지, 이태원 모스크, 경동교회등 각 종파의 랜드마크가 될 법한 성전들을 망라해서 써 놓았다. 종교색은 별로 없고, 각 건축물의 유래와 상호작용, 현재 그 건물의 사용과 주변의 상호관계에 대해서 진술한다. 생각보다 훨씬 진중하고 편견없는 저작물이라 놀라웠다.

3.고문진보


과거시험 준비하는 서생도 아니면서 고문진보까지 나서 보게 되었다. 시,서,부를 다 보려면 후권까지 사야하는데 돈이 모자라서 일단 전편만 사서 보기로 했다. 아무리 짱깨짱깨 하더라도 한자가 갖는 압축성의 시상(詩想)은 압도적인 힘을 갖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세월의 조탁에 의해 정련되어 남은 글들은 후대가 읽어야만 한다. 명문들이다. 그런데 이걸 언제 다 읽나.


4.닥치고정치

표지의 김어준 얼굴보면서 웃다가 아직 표지를 넘기지도 못했다. 이것부터 읽을까?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 준 희대의 아이콘. 김어준이 [졸라!]를 넘어서 무대정치와 막간극 사이에서 이렇게 줄타기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아마 각하는 아셨을 것이다. 그분은 졸라 섬세하시거든. 씨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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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역사서적의 기본은 정확한 사료파악과 사료에 입각한 추정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
위대한 인물을 탐구할 때는 더욱 엄중해야 한다. 후대에 갈수록 덧입혀지는 금박과 신화를 제거하는 것은
역사학자들에게 난제중의 하나다. 그리고 그것을 벗겨낸 뒤에 보여지는 인간의 적나라함과 당시의 환경을 봐야
진정으로 살아 숨쉬는 시대를 독자가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계백장군에 대한 드라마와 광개토대왕에 대한 드라마를 만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둘 다 유년기에 어디 포로로 잡혀가서 죽도록 고생하고 있단다. 이건 역사극이 아니라 환타지다. 그냥 환타지 드라마에 역사속 인물들의 이름만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방송국의 드라마 작가들이라는 양반이 이럴진대, 이야기로 먹고 사는 과거의 이야기꾼들이 만들어낸 전설속의 인물들이란 오죽하겠는가?

스텐리 레인-풀 은 나름대로 유명한 중세사가이다. 그것도 이슬람전문이다.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쩌면 십자군 전쟁사에서 가장 뛰어난 이름 둘 중 하나일 살라흐 앗 딘 (살라딘)을 조사하는 데 그는 최소한 다섯 개 이상의 사료를 뒤지면서 이 사람의 객관적인 평전을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최대한의 객관성을 뽑아내서 만들어 낸 책이다. 인물 탐구를 하면서 쓰려면 이 정도의 노력은 기본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아이유브 왕조의 창시자. 예루살렘의 탈환자. 이슬람의 구원자 살라딘은 굉장히 현실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며, 또 한명의 십자군 영웅 사자왕 리처드와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전쟁에서구현한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과연 이런 인물이 세상에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종교적 충만함이 기사도와 만났을 때 발현하는 궁국의 시너지효과는 바로 성군(聖君)이라는 것을 일깨우게 한다.

말리크 샤 - 누르 앗 딘 - 살라흐 앗 딘 으로 이어지는 이슬람 성인군주들의 뛰어난 역량이라는 것은 이 책을 보면
볼수록 감탄을 금할수가 없으며, 그 화룡점정을 찍는 살라딘의 예루살렘 탈환과정은 거의 종교적인 숭고함마저 감돈다. 아마 포로에 대한 처사를 그렇게 한 군주, 기사, 장군은 아마 21세기가 되어도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말 그대로 궁정보다는 풍찬노숙하는 전장에서 대부분의 생을 살다 풍전등화의 이슬람을 구원하고 홀연히 세상을 떠난 영웅의 족적은 마치 충무공의 행적과 엇비슷하다는 느낌마져 들 정도이다. 그 성품이나 구현하는 모든 행동 자체가 용장이 아닌 지장과 덕장이라는 것도 우연일까.


-2

이슬람에 대한 종교적인 편견은 상당히 많은 부분 서구에서 윤색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물론 지역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문화적, 종교적 한계가 있고 기독교보다 훨씬 원리주의적인 요소가 많은 이슬람이기 때문에 기독교와 충돌을 안 할 래야 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럼으로 인해 이슬람이 가지고 있는 많은 덕목들이 가려지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내가 이런저런 사료를 통해 본 이슬람의 가장 큰 덕목은 아이러니칼하게도 [타인에 대한 관대함]이다. 
현대사회로 올수록 이상한 원리주의자 무슬림들이 이런 덕목을 다 갉아먹은 것 같다. 마치 무늬만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 사랑을 어디 엿바꿔먹고 쌈질이나 해 대는 것 처럼 말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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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만에 2권짜리 책을 완독하면서
왜 이 책을 이 늙은 나이에 읽었을까 싶었다.



2차대전 말기,
고베시에 살던 소년(저자)이 전쟁이라는 광기에 중독되어 사리분별을 잃어가는 국가에 살면서
어떻게 가족간의 유대를 지키며, 친구들과 어떻게 살아가고, 지역사회에 어떻게 적응하며
궁극적으로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가는 가에 대한 소설이다. 

저자의 집안배경은 좀 독특하다. 일본에도 몇 안되는 크리스챤 가정에서 태어났고,
항구도시 고베에 살면서 어릴 때부터 외국인들을 보면서 자라고
정치적으로 놀랄만큼 매서운 식견을 가진 아버지와 활달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래서 그가 보는 시선은 놀랄만큼 객관적이다. 동시에 이것은 황국신민을 표방하는 대다수 일본인들 사이에서
좋은 쪽으로만 작용하지 않았음도 소설을 보면서 느낄 수 있다. 
전쟁은 참혹하고, 가난은 사람을 무너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안에서 문자향을 남발하는 [휴머니즘]을 넘어선
인간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지성을 자극하는 책이 있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유희를 제공하는 책이 있다.

그런데 그 중 드물게 [착한 책]들이 있다.
이 책은 착한 책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좋은 말, 쉬운 말만 써 있어서 착한 책이 아니라
쓴 사람의 마음이 묻어나는 책이 가끔 나오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유형이 아닌가 싶다.

20년 전의 나에게 읽히고 싶은 책.
그리고 아이들이 있다면, 그 부모에게 읽히고 싶은 책.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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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소사

작은 방 한담 2010. 11. 22. 23:59
1.
나이를 먹고 뭔가 유난스런 짓을 시작한 것 같긴 한데 끝까지 잘 이어졌으면 싶다. 원래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를 잊어먹는 일을 종종 하면서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껴보고 싶은가 보다. 그러면서 가끔 의외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는 게 인생이니까. 40대에 챔피언이 된 조지포먼 같은 사람도 있지 않은가. 하긴, 조지 포먼은 챔피언이 되고도 남을 사람이긴 했지만.


2.
오랫만에 쫄아든 지갑형편을 무릅쓰고 책을 우수수 사 모았다.
대부분의 세익스피어의 희곡. 전예원 버전으로 모으다보니 지갑에서 비명을 지른다. 왜 개정판이 될수록 책 값은 비싸지는가? 죽어서 썩어문드러진 지 오래인 세익스피어가 첨삭을 했을리도 없는 고전이 말이다.

- 코리올라누스 : 풀르타크 영웅전이 출처인 비극영웅. 이건 영화화되기도 하는 중이라는군.
- 베로나의 두 신사 : 글쎄, 읽어보지 않았는데 대충 본 서평으로는 우정에 대한 희가극일 것 같다.
- 베니스의 상인: 예전 세로쓰기 버전의 오래된 글 말고, 고어체에서 벗어나지 않는 현대적인 번역을 원하는데. 괜찮
                       을지 잘 모르겠음.
- 리처드3세 : 결국은 다시 샀다. 빌려준 책이 내 손으로 돌아오려면 요원할 것 같은데 너무 읽고 싶단 말이지.

그리고 하나 더

에드몽 로스탕 : 시라노 드  베르주락.

3.

[시라노 드 베르주락]을 맨 처음 접한 건 아마 MBC 주말의 영화였을 것이다. 
제라르 드 빠르듀와 벵상 페레가 주연한 영화, 벌써 20년이 지난 영화다. 이 영화에 출연한 사람들은 모두 이제 그 때의 청춘은 남지 않았고, 록산느 역의 안느 브로쉐는 예전의 청초함을 찾을 수 없어졌다. 하지만 그 때의 영상은 아직도 기억난다. 마지막까지 의기를 잃지 않던 시라노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련했던가.

이제서야 원작을 사서 단숨에 읽었다. 
19세기 로망스가 아직도 21세기에 천연스럽게 다가온다.
아직까지도 가슴 한 켠에 고통스럽게 텍스트가 다가오는 것을 보니
내 청춘은 시들어도 사랑에 대한 정념은 아직 스러지지 않은 모양이로다.

누군들 그런 경험 없으랴

온 힘을 다해 밝은 빛을 향해 날아오르지만
그것은 닿을 수 없는 달빛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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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미첼은 세상에 단 한 권의 책을 내고 남편하고 길을 가다가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어 죽었다.
에밀리 블론테 역시 단  한 권의 책을 내고 병에 걸려 죽었다.
기형도는 시집을 내려다가 내지도 못하고 극장에 앉아서 죽었다.
이중환은 평생 귀양살이를 전전하다가 논문 하나를 남기고 죽었고
헤로도토스는 평생 전쟁사 하나만 파다가 죽었다.


마가렛 여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하나를 평생의 업적으로 남겼고
[폭풍의 언덕]으로 에밀리 블론테는 아직도 기억되고
기형도의 유고시집은 그 자체로 이미 시인들의 표상이 되어 있으며
[택리지]는 조선 후기의 실학사상을 대표하고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수많은 서양역사물의 시작점에 올라있지 않은가.

평생에 단 한 권이라도 사람들에게 남겨질 수 있는 것을 남길 수 있다면
그 또한 즐거운 노릇이 아닐까.

파랑새를 쓴 마테를링크는 이렇게 말하였다.
인생은 한 권의 책이고 평생 단 한 번만 쓸수 있는 책이다.

너무나도 지리멸렬하고 중언부언하면서 내 책을 써 온 것이 아니었을까.
허탄하고 심란하고 의미없는 대사와 묘사로 지금까지 반절 이상을 채워온 것이 아니었을까.

단 한 권으로 끝날 것이라면 무언가 남겨야 할텐데.
남기지는 못할더라도
최소한 다른 이들에게 베개는 고사하고 불쏘시개라도 되지 않아야 할텐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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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서적들을 연말에 잘 불러모으고 있는 중이다.

한양이야기라.


한양이야기. 서울에 대한 지명들과 그 유래들을 모아놓은 책. 예전에 9600원 할 때는 이런 모양이었는데 12000원으로 올라간 뒤 표지만 바뀌었다. 그것 참....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있는 자료들은 참으로 세세하다. 큰 대로와 물길과 중요 거점을 골라서 적어놓은 것이라 세세한 민중의 삶을 알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서울의 역사가 잡힌다. 사실 한 국가의 수도에 대한 학문을 하자면 아무리 깊게 파들어가도 끝이 없을 것이다.


글 쓴이의 노력이 절절히 들어가 있음을 한 세 페이지만 넘겨도 알 수 있는 책. 백과사전류의 서술이지만 정말 세세하게 잘 써 놨다. 조상들이 뭘 먹고 살았는지 궁금하던 부분에 있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의 파고 들어가는 부류가 달라서 그렇지 서점에서 한국사 쪽을 들어가보면 정말 갖가지 종류의 책들이 널려있다. 돈과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조선사 코너에 들어가 있는 책들 한권씩만 세세히 참고해서 탐독하면 왠만한 책 하나는 너끈히 써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연구가 없니뭐니 해도 근대사와 조선사에 대한 학자들과 집필진의 노력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크다. 문제는 독자들의 관심이 없는거지.

솔직히 부끄러운 일이다. 
난 옆 나라 일본의 전국시대에 어느 지방 영주의 이름이 뭐엿는지도 대충 안다만 아직 내 나라에 대해서 그 정도로 알 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내 것을 빠삭하게 안 뒤에 다른 것을 챙겨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정석인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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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영풍문고 앞에 가면 눈 앞에 걸리적 거리던 책이 하나 있었는데
결국 어제 그 놈을 사고 말았다. 화승총 시절부터 현대 총기까지  대부분의 것을 찍어놓은 풀칼라 도해집. 그냥 자료선정이라고 생각하고 샀다. 
개인적으로 화승총의 시대. 그러니까 단 한 발의 철환이 총이 가진 무력의 전부였던 시절을 좋아한다.
칼과 칼로 부딪히던 때에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필사즉생의 한 발로 여겨지던 단발권총의 시절이 좋다.

요즘처럼 당기면 쏟아져나오는 총알을 자랑하는 자동권총/소총의 시대라는 건
살생의 효과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버린, 그나마 쇳덩이에 부가하던 정당성의 가치를 희석시킨 지 오래다.

하긴.
한 열 보 앞에서 서로 바라보며 맞총질을 하던 나폴레옹 시절의 총포병들에 비하면
아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쏘아대는 현대전의 병사가 죄책감은 훨씬 덜할지도 모르지만.


2.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 한참 쓰고 있는 소설을 계속 쓸것인가 말것인가에 대한 원론적인 회의감에 도달해서
지금 어찌할 것인가 생각 중이다.

방법은 두 가지
1. 일단 아무 생각 없이 후다닥 써내서 고쳐쓰는 것
2. 접고 다른 것을 빨리 쓰는 것.

2번으로 가고 있는 중이긴 하다. 하긴 애초에 이 소설의 시작은 기본적인 창작열이라기보단 주위환경에 대한 환멸과 반성에서 시작했던 이야기라 뭔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없쟎아 있었는데...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완성시킬 수 없는 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내가 세상보는 시야가 좁다는 느낌이 요즘 많이 드는 중이다.


3.
차이 라떼를 많이 먹으면
화장실에 가는 이유가 뭘까?
속에서 폭발하나?

4.
터미널 커피빈에 되게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카운터를 보고 있었다!
근데 신입이라 일이 영 서툴러서 선배들에게 이것저것 배우는 중이었다.
정신이 없었는지 같이 갔던 첼로팬과 bonjo님 커피에 크림도 안 빼고 줬다! (크림 유무 물어보는 걸 깜박했다)

하지만 예뻤다.
내 차이 라테에 크림이 아니라 마요네즈를 올렸어도 그냥 먹고 나왔을 것이다.

세상은 그런 것인가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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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우리나라에 유만주라는 선비가 사셨더랬다.
스물 한 살 되던 해에 [일기를 써 보자]라고 마음먹고 서른 네살 요절할 때까지
거의 매일 일기를 썼는데 그것이 [흠영]이라고 불리는 일기다.
이 양반이 얼마나 세세하게 세목을 나누어 썼는지 당시 집값까지 일기에 적혀있다. 그래서 민속학에서 이 일기는 대단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읽어보고 싶더라.
문고에서 검색해봤다. 떠그랄! 번역본은 커녕 개뿔도 없더라.
남의 나라 어린애가 써제끼는 환타지는 가져다가 번역까지 다 하는 주제에
13년넘게 써 놓은 18세기 조선의 생활상이 그려진 한문일기 하나 한글로 안 펴내는 이유는 뭔가.

비슷한 이유로 조선복식미술이라는 열화당에서 펴 낸 책이 하나 있다. 
은근히 비싼 책인데 이 책도 온라인에서는 많이 보이지 않더라.
더군다나...조선 복식중에서도 서민의 옷차림에 대한 책은 거의 없다.
오직 왕과 왕비 사대부들의 고아한 복식 뿐이지
왕족도 아니고 양반도 아니었을 내 조상들이 뭘 입었는지 자세하게 써 놓은 책은
참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조상 양반인데? 무슨 소리야....대한민국 족보의 90%는 따라지여.)

이유가 뭘까.

찾는 놈도 없고 만들 놈도 없는 거겠지.
읽을 놈이 없으니까 돈도 안 되는 걸테고.

-.-a 확실히 이 나라는 통일이 되서 인구도 좀 많아지고 취미도 다양해져야
오타쿠월드가 되어서 이것저것 볼 수 있단 말이야.

결론 : 통일해야 진정한 오덕질을 할 수 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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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히 이야기하건데

에이브88권에 버금갈만한 한국문학전집을 꼽으라면
단연 이거다.

한국문학 36권
고전문학 32권
한국단편 32권
총 100권짜리다.

신동우화백부터 시작해서 기라성같은 삽화진의 그림도 그렇거니와
방정환의 [칠칠단의 비밀] 마해송의 [떡배단배]부터
최인호의 [이상한 사람들]같은게 주르륵 있었다.
요즘 보면 정말 이상한 이야기일수도 있는
[순애보]같은 책도 있었다.

이젠 어디서 구할수도 없거니와
100권이나 되는 책을 살 엄두도 안 난다.

확실히
어릴 때 책 질러주는 것도 엄청난 부모의 은공이다.

그런데 지금 봐도 다시 보고 싶고 그러네...

*아직도 에이브 88권을 완독하지 못했는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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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만화였다.

사실은
햄버거를 사 먹으러 터덜터덜 가다가
좀더 시각적인 재미를 주고자 서점에 들어갔고
서점에서 사람들을 피해 만화판매 코너에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말 그대로 눈에 그대로 들어온 걸
뭐라 할까. 햄버거 3개는 사먹을 돈을 날렸다.


(일견 대자대비해 보이는 킬러의 눈빛...)

그래픽노블의 좋은 점은 시간을 금방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분량의 소설이라면 2배는 더 걸렸을 법한 텍스트를 시각화의 도움으로
2시간 정도에 완독할 수 있었다. 정 반대의 경우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인데 
심각하게 텍스트가 시각화되는 연상작용을 가져와서 같은 분량의 텍스트를 읽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린 경험이 있다.
V for Vendetta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빈약함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설정의 억지스러움은 차치하고 말이다.

일단 알란 무어의 정치적 스탠스가 어디쯤인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워치맨을 읽은 뒤에도
궁금했지만 이 책을 읽은 뒤는 더욱 궁금해졌다. 민주주의자라기보다는 철인정이나 아나키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협소한 지식의 산물일 뿐이고.

책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범속함을 벗어난 주인공의 초월적 의지와 주인공을 따르는 추종자.
그리고 전체주의로 표현되는 외부환경에 대한 투쟁사이다.
일인의 군대가 되어 전체의 부당함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는
아나키즘의 교리를 따르고 있는데
( 지금 읽고 있는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전공투]의 핵심과 비슷하다)
물론 만화같은 방식이 현실화 될 리는 만무하다고 여겨 지지만
책에서 튀어나오는 그림과 활자의 공포감은 상당한 수준이고
나오는 대사들은 말그대로 [적재적소를 치고 빠지는]맛을 준다.

물론 단점들도 눈에 뜨인다.
인과관계를 중요시 하는 분들이 읽다보면
뭔가 화장실 갖다가 그냥 나온 기분이 들 정도로
V의 탄생과 발전과정이 애매하다는 것.

비주얼 안에 숨겨둔 상징주의가 너무 많아서 나처럼 한번 후다닥 본 사람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한 5년 전 쯤 읽었으면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볼 만한 독서평이 되겠지만
지금 2009년에 읽으려니 도저히 관조적인 입장에서 보기 힘들다는 거다.

만화적 비약과 상상에 의한 국가 운영방식이야 하드코어하다 치더라도
(그런데 이게 상상이라는 보장이 없잖아?)
마지막 결말 부분에 가서 나타나는 대중과 정치도구의 충돌부분은
지금 극동의 모 국가상황에 비추어볼 때 전혀 괴리감이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 내가 봤을때는.


(뭔가 이 빈 부분을 텍스트로 채우고 싶은데 그건 몇 년 지난 뒤에 채우던지 그냥 공란으로
두던지 해야겠다.난 솔직히 인터넷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그냥 11월을 기억할 뿐.)





이 책을 예전에 영문원서로 사 보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속을 펼쳐보며 참 야물딱진 꿈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수직낙하하는
독해실력으로 이 책을 읽었다간 아마 한달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P.S) 사실, 이 책과 같이 집었던 첫번째 책은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였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 책을 차후로 미루고 세익스피어의 [리처드3세]연극본을
       같이 사 들었다.
    
       권력해체자와 권력에 미친놈을 같이 보고 싶었나보다.

p.s 2) 이 책 덕에 읽고 있던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는 하루 더 늦춰져버렸다.
         아, 이 사람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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