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미첼은 세상에 단 한 권의 책을 내고 남편하고 길을 가다가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어 죽었다.
에밀리 블론테 역시 단 한 권의 책을 내고 병에 걸려 죽었다.
기형도는 시집을 내려다가 내지도 못하고 극장에 앉아서 죽었다.
이중환은 평생 귀양살이를 전전하다가 논문 하나를 남기고 죽었고
헤로도토스는 평생 전쟁사 하나만 파다가 죽었다.
마가렛 여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하나를 평생의 업적으로 남겼고
[폭풍의 언덕]으로 에밀리 블론테는 아직도 기억되고
기형도의 유고시집은 그 자체로 이미 시인들의 표상이 되어 있으며
[택리지]는 조선 후기의 실학사상을 대표하고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수많은 서양역사물의 시작점에 올라있지 않은가.
평생에 단 한 권이라도 사람들에게 남겨질 수 있는 것을 남길 수 있다면
그 또한 즐거운 노릇이 아닐까.
파랑새를 쓴 마테를링크는 이렇게 말하였다.
인생은 한 권의 책이고 평생 단 한 번만 쓸수 있는 책이다.
너무나도 지리멸렬하고 중언부언하면서 내 책을 써 온 것이 아니었을까.
허탄하고 심란하고 의미없는 대사와 묘사로 지금까지 반절 이상을 채워온 것이 아니었을까.
단 한 권으로 끝날 것이라면 무언가 남겨야 할텐데.
남기지는 못할더라도
최소한 다른 이들에게 베개는 고사하고 불쏘시개라도 되지 않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