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09.11.07 2009/11/6~7 소사 8
  2. 2009.11.04 동네 카페 4
  3. 2009.06.20 비오는 날의 쇼핑 4
  4. 2009.04.09 Loser들의 문화 7
  5. 2008.11.17 건망증 5
  6. 2008.10.30 쓴다쓴다 2
1.
쿠엔틴 타란티노의 [nglourious Basterds]를 저녁 늦게 호옹님과 첼로팬과 같이 감상하고 난 뒤 시계를 보니 신데렐라가 구두 떨구고 갈 시간에 근접해 있었다. 이 시간에 호옹님을 올지 말지 알 수 없는 분당행 버스에 부탁하느니 모셔다 드리는게 나을 것 같다 싶어 그냥 차를 몰고 분당까지 다녀왔다. 돌아온 시간은 2시 반.

예전같았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만 지금은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자유로우니까. 내가 하고싶은 데로 해도 되니까. 시간은 오직 나를 위해서만 쓰니까.

가정을 가지면 집에 종속되어야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가정이 불안해질 때에도, 엎어질 때도, 없어진 뒤에도 난 그 생각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듯 하다.
아마도 나는 집에 집착하거나, 사람에 집착하거나, 내가 가지고 있던 과거의 삶에 집착하며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공중분해되어 정작 지킬 것이 없어진 지금,
그 모든 것에서 비로소 자유로와 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차를 몰고 집에 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자유함은 또 다른 곳에 나를 묶어두기 위한 휴지기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고. 
아니면 평생 이렇게 한없이 펼쳐진 가능성의 바다를 옷이 젖을까봐 조심조심 젖은 백사장만 밟으면서
다닐지도 모른다고.


2.
수염을 기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이 별 타박은 하지 않고, 그 중 여성분들 몇몇은 괜찮아 보인다고 말해줘서 그냥 방치해 둔 것인데...아무리 생각해도 영 허하다. 이럴 때는 아버지의 유전형질 중 왜 모발에 관한 것이 유전되지 않았는지 애통할 따름이다. 조만간 더 기를지 자를지 결정을 해야겠다.

결정은 동전던지기로나 해 볼 요량이다. 수염난 분이 나오면 기르고 숫자가 나오면 잘라볼까.


3.
부타양이 추천해 준 [청춘의 문장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아마 2009년 내가 읽어 본 책 중 나와 개인적으로 가장 정서적합일이 많이 된 책 같다.
내가 쓰고자 했으나 차마 능력이 안되거나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 가슴속에 묵혀두었던 말을
꺼내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책을 어느 날 보게 된다면.

작가에게 질투가 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같이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11월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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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카페

수련장 2009. 11. 4. 22:50
호젓한 저녁에 불현듯 충동이 일어 집 근처의 커피집에 들어갔다. 아마 이 곳은 이 동네에 유일한 커피집일 것이다. 지하철역도 조막만하고 모든 곳이 아파트로만 구성되어 있는 이 동네는 20년도 더 된 옛 건물들과 상가로 인해 커피집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역 근처의 작은 이 커피하우스만이 커피를 앉아 먹을만한 곳이다.

예전에 이곳은 다른 사람의 아지트였고, 나는 그곳을 알아도 지나치기만 했을 뿐이었으나
이제는 그가 들르지 않음을 알기에 내가 그곳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전혀 예상과 다르게 커피집을 꾸려나가는 이는 앳되보이는 아가씨 둘이였으며, 생각보다도 훨씬 건물은 작았고
작기에 추운 날 쉽게 훈훈해졌으며 커피는 그런데로 먹을만 하였다. 
아마도, 시간이 흐를 수록 들르는 횟수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이 곳은 전에 내가 움직이는 동선이나 여정에 자리매김을 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이젠 내가 움직이는 방향과 동선에 넣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것들이 나타나고, 새로운 것들로 인해 전에 있던 것이 물러나고 새롭게 채워진다.

삶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은 스스로의 문제일 뿐이다.
사회구성원으로 있는 나는 언제든 빠져나가더라도, 누군가 내 자리를 차지하기 마련이다. 나라는 것은
다수에 비하면 늘 미미하며 내가 아무리 큰 존재로 매김지어진다 하더라도 내가 비면 그 자리는 절대로
내게 영속되지 아니한다. 개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텅 빈 공허함으로 삶을 비워둘 수가 없다.
무언가 빠져나가면 새로운 것이 들어와 마음을 채우고, 빈 공간을 점유한다. 색즉시공이라 하더라도
빈 마음은 깨달음이 채울 것이다. 우리같은 범인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늘 새로운 것들이 빠져나간 것을 
대신 채운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직업이건 간에.

스스로가 무력하고 텅 빈 것 같다는 생각은 어찌 보면 교만일수도 있다. 이 순간도 우리는 뭔가를 채우고 있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며 좋지 않은 것을 기억에서 내몰려고 애쓴다. 누구에게라도 인생은 충만하다. 단지 그것을 느끼느냐 느끼고 있지 못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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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물도 떨어지고 먹을 것도 떨어지고
오랫만에 코XX코나 가기로 하고 아침 8시50분에 출발.

도착은 9시 5분에 했는데
상점 앞에서 주차장까지 30분.
아니, 이 비 오는 날 토요일 아침에 뭘 그리 부지런히 줏어먹을게 있다고
이렇게 바글바글 기어나오냐! 가족도 없냐!

...모두 나 같은 사람들이었나보다.
화장실도 못 가고 30분을 기다렸는데
솔직히 한 10분만 더 기다렸으면 대참사가 났을지도.


결국 생각해 보니
나는 [물]을 사러 10리가 넘는 길을 달려간 셈이었다.
가장 필요한 건 물이었는데, 거마비 제하면 동네에서 사는 물이 더 싸단 말이다.
갑자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심도 하나 사고
티슈도 6개들이 통으로 사고 (티슈 산지 얼마 안 지났는데...이상하다.)
산미구엘12개 들이 맥주박스도 하나 사고

(우잇힝~)

그렇게 집에 돌아왔다.
"나도 충동구매를 하는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비를 줄줄 맞으면서 부피가 큰 물건 들을 한번에 못 빼고
차에서 집까지 두번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든 생각은 결국 두 개.

1. 많이 살 거 없으면 멀리 쇼핑하러 가지 말자.
2. 짐 많을 때는 역시 배우자가 있어야겠구나.

-.-;;;청소는 내일 하기로 했다...하루 진이 오전 나절에 다 빠질 줄이야.
여자들은 그거 보면 참 대단하단 말이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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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대충 새고 (직장 동료는 아예 꼴딱 새고)
아침에 대충 뉴스를 끄적이다 보게 된 기사.

[대중문화에 스며든 loser문화]

대충 읽었다.
88만원세대 어쩌구 하는 사회정서와 젊은이들의 loser의식을 예술로 승화 어쩌구...

실례로 든 것이 [장기하와 얼굴들],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

대체 loser의 정의가 뭔데.
은행잔고의 많고적음이 loser의 판가름 기준인가.
그리고 이런 식의 자조와 절망을 지닌 노래들이
꼭 현실상에만 충실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은 살다 보면 절망을 할 수 밖에 없는 건데.
그리고 희망을 갖던지 더 큰 절망을 하던지 혹은 그 안에서 뭔가 깨닫던지.
거기서 창작이 나오는 걸텐데.

그럼 radiohead의 Creep은 뭐가 되는걸까?

하긴....경제지에 나온 문화기사라는 것에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겠다.

배금주의자의 시대. 말 그대로 황금시대 아닌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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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작은 방 한담 2008. 11. 17. 11:30
1. 명함집을 찾았다.
    빨아서 널어놓은 바지 속에 있었다.
    다행히 zio님의 명함은 걸레가 된 내 명함 사이에 들어가 있어서 산산히 형해화되는 작업을 피할 수 있었음...
    대신 뒷주머니속과 명함집은 펄프로 떡이 되어 있는 상태...흑.
  
   분명히 빼 놓고 세탁기를 돌렸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어쨌거나 명함집을 찾았으니 얻어놓은 명함들을 다시 잘 넣어두는 중.

2. 집에서 출근할 때 엘리베이터를 타면
    [내가 열쇠를 돌렸나 안 돌렸나]를 가지고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이런 고민을 없애기 위해서 전자식 자물쇠를 달까도 생각해 봤지만
    괜한데 돈 쓰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있는 상태.

3. 결벽증인지 건망증인지 모를 중간단계에서 살아가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별반 불편하지는 않고, 뭔가 생활도중 잊어버린 물건이 있다면
   오히려 그냥 훌훌 털어내고 [뭐 어쩌겠어?]라는 식으로 살아가는 심정이 요즘 부쩍 늘어나고 있어 오히려 마음은 
   편해지고 있는 상황임. 확실히 사람은 처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정신건강이 결판나는 듯.
   아, 내가 20대에 조금만 더 이런 여유를 가졌더라면.

 

(아, 그래도 이런 말은 도저히 못하겠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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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쓴다

수련장 2008. 10. 30. 13:26
하루에 뭐라도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다는 건 문제다
하다못해 일상생활이라도 끄적이지 않고서는 배겨낼 수가 없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술을 먹거나 한다면 아마도 이 욕구는 줄어들겠지만
어차피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주목적이 아니라 잠시동안 무언가 빠져있어야 할 거리를 찾는 것에 불과하니 영속적일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천재적인 문재의 소유자라서 쓰는 족족 사람들의 감성을 울리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쓰는거다. 왜 쓰는지에 대한 이유목적에 대한 고찰도 없고 책임도 없고 그냥 글을 올리고 또 올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올리고 또 올리는 거다.

영화 샤이닝에서 잭이 미친듯이 하루종일 타자기만 두들기는데 나중에 마누라가 그걸보고 이 놈이 맛갔구나 하는 것을 알지만 가끔은 그런 식으로라도 뭔가를 써 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압박감이라기 보다는 글을 쓰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피곤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아니면 이도저도 아니게 변했던가 히키코모리로 변했던가 뭐 그런 거겠지. 동물이라도 키워볼까? 그런데 아마 그 놈에 대한 불만이나 애정에 대해서 다시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바귀려는 의지가 있지 않는 한. 하지만 이게 뭐 그렇게 나쁜 짓 같지는 않으니 당분간은 계속할 예정.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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