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8.28 또 다른 장례식
  2. 2011.01.10 내 장례식은 어떤 분위기일까? 12
  3. 2010.05.08 1세기의 삶
  4. 2010.05.01 결혼할 때&장례식 때 2
이젠 내 나이도 결혼식이 그치고 장례식이 잦아질 기간에 확실히 들어선 것 같다.
친척 한분이 또 돌아가셨다. 암이셨는데,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 빨리 돌아가셨다.
Fast & light하고 돌아가시라는게, 노인들에게 좋은 덕담은 결코 아니지만 암환자들에게는 이것도 복인 모양이다.
아침나절에 가족들하고 멀쩡하니 인사 하시고 그동안 별반 아프신 곳도 없다가 (암인지 알아채신게 4개월 전인가 그렇다) 호흡곤란 와서 바로 의식 잃고 돌아가셧으니. 암환자들에게는 세상을 쉽게 뜨는 것도 복인가보다.

그래서 그런지 노인들은 보약주는 거 안 좋아하신다고 하더라. 보약을 많이 먹어놓으면 잔명이 길어져서
나중에 숨넘어가는게 힘들다고. 써 놓고 보니 참 끔찍한 이야기다.

하여간 그렇게 영안실에 친족들이 모여서 앉아 있는데
다들 모여있는 분들이 나보다 한 세대 위니 가신 분이나 남아있는 분이나 연배차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 죽음을 슬퍼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다음 열차 올 때까지 정거장에서 한담하는 분위기가 나는 것이다. 가장 연장자이신 큰외삼촌이 육개장을 다 드시고 하신다는 말씀이

"왜들 이렇게 위계질서가 없어. 갈 때도 열맞춰서 가야지"

그러시더라. 죽음을 기다리는 나이. 많은 것들을 봤으니 더 이상 볼 것도 없어지고 볼 힘도 없어지는 나이.
그리고 모든 것을 놓아도 된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나이.

아마 나도 나이를 먹으면
지금 내 속에 들어있는 수 많은 아집과 집념과 분화 한과 서러움같은게
다 날아갈 수 있겠지.
언젠가 갈거 라고 믿었던 때가
바로 내 코 앞까지 다가온 것을 느낀다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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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죽는다. 
적금을 언젠가는 타듯이 사람은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적금을 탈 떄는 기쁘지만 죽을 때는 별반 기쁘지 않을 것이다. 고생만 하다가 간다면 속 편할지는 모르지만.

예전에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에 연예인 장례식을 가상으로 치룬적도 있지만
가끔은 내 장례식에 누가 어떻게 올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별로 없더란 말이다.

내가 사고로 급사하지 않는 한,
내 친구들도 고등학교 친구나 교회 선후배들인데 다 고만고만한 나이 아닌가.
자기가 북망산을 바라보는 나이일텐데 내 장례식에 몇 명이나 올까. 
우정이 빛바래지 않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조문은 올 것이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의 친구분들이 와서 서럽게 울던 10년전의 그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세월이 비껴가지 못하는 우정이란 참으로 고맙고 황금같은 것이지만 내 친구들이 밤을 새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 나이에 내 관짝을 지키고 서 있다간 도미노로 장례를 치루게 될 것이다.

그러면 누가 있을까. 어차피 고양이들은 나보다 수명이 짧으니 먼저 갈 것이고 고양이들에게 장례를 맡기는건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장면이니 배제하자. 
결혼을 안 하고 이대로 살다 죽으면 내 조카랑 사촌조카들이 내 장례의 상주가 되겠구나. 하긴 그 때쯤 되면 초코렛따위 찾으면서 형하고 쌈질같은 건 안 하겠지. 좋아. 상주는 있으니 됐고. 마누라도 없으니 유족도 없겠네. 내 동생하고 제수씨, 조카, 사촌조카들이 내 주위에 좀 있을 것 같다. 뭐, 이 정도면 그냥 흡족하진 못해도 그럭저럭은 되겠다. 교회의 [경조사위원회]에서도 몇 명 오겠지. 내가 고등부 교사를 계속하고 있으면 아마 대학졸업한 첫 제자들 정도는 문상하러 와서 일을 도와줄 지도 모르겠다. 음. 계속 봉사를 해야겠군.

묘지는 아마 우리 가족이 마련한 가족묘에 들어갈 것이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현명함을 칭찬하는 일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이것인데, 집안 가족 누구 하나 돌아가시기도 전에 천안에 가족묘를 사신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혜안이 아니실 수 없다. 하여간 나는 그 자리에 꼽사리를 끼면 된다. 죽은 뒤 묘자리도 있으니 끝.

절차와 결과도 어느 정도 되었으니 남은 문제는 장례식중의 분위기일 것이다.

곰곰히 생각하고 예측해 봐도 

"고생만 오지게 하다 죽은 불쌍하기 그지없는 구질구질한 솔로 남정네였는데 성격이 더러웠어"
내지
"괴퍅하게 살더니 자식 하나 못 남기고 죽었네"
내지
"하는둥 마는둥 살더니 대충 가버렸네"

이런 종류의 발언을 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혼 없고 넋 나간 육신이 시체냉장고에 들어가 있겠지만 저런 말을 듣고 있자면 상당히 찝찝할 것 같긴 하다. 최소한 우리 할머니처럼 깨끗하게 살다 가셨네 혹은 그래도 복 많이 받으신 분이네 소리는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아니라 우리 상주녀석들이 말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든다.
결국은 내 뒷 세대들에게 나쁜 모습을 남기고 죽고 싶지 않은 바램이랄까.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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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의 삶

작은 방 한담 2010. 5. 8. 01:19
후배의 조모가 돌아가셔서 문상을 마치고 돌아왔다.
천수 백세, 1910년 생이시라니 이제 시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호상이라 하지만 그것은 조문에서의 결례, 죽음은 어디서나 슬프다.

돌아오면서 곰곰히 이런저런 것을 생각해 봤다. 지금의 내 나이로 따져보면 100세라는 것은
참으로 길고 긴 시간이다. 살 날이 산 날보다 많다는 것은 분명 뭔가 앞으로 있을 희망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있고
혹은 이 무시무시한 삶의 억겁을 끝간데 없이 더 이어갈 절망의 기다림일수도 있겠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으셨을까?
처음의 시간과 마지막의 시간은 희미해져 사람의 기억에서 좋지 않다 하더라도
과연 그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변해가는 사람들과 사람들의 모습에서 고인은 무엇을 느꼈을까?


(이 양반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군)

영화 [하이랜더]가 생각난다.
불사의 종족. 하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외로움.

아마 고인은 동년배의 사람들을 모두 보내고
다른 세대의 사람들 속에서 사셨으리라.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지식을 쌓고 혹은 부를 축적하고
그리고 홀로 남겨진다. 글쎄다. 사람이라는 것은 스스로를 이성적이라 믿는 감성의 생물이니
그 삶의 객관적인 성취를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지는 모를 일이다.

모르겠다.
누군가가 내게 1세기의 삶을 보장해 준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지낼것인가?
수많은 책들을 읽고 쓰고 보고 느끼고 난 뒤에 그 다음엔 뭘 할까?

내가 생각해 낸 것은
결국 이 모든 것을 후대에게 전달하려고 애쓰는 것 외에는 할 게 없을 것 같다.

1세기라.
그러고 보니 난 반세기도 아직 살려면 한참 남았네그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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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추억록에서 [나]란 존재를 백지처럼 여기다가

갑자기 삶에 저 두가지 이벤트가 발생하게 되면
내 이름이 찬란한 황금문자로 박혀서 추억록 가운데 떡 박히게 되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나 장가간다. 오빠 나 결혼해요
이런 문자+전화가 온다.

'근데 젠장 넌 대체 누구세요?' 라고 할 수도 없고 보통 그런 문자나 전화는 좋게좋게 말하고 끊지만
기분 찜찜한 건 별 수 없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추억의 귀통이에 박힌 존재에 불과한 나를 어느 날
현실세계에서 만나려고 하는 것은 단 하나, 봉투나 받으려는 짓거리라고 밖에 확대해석할 수 없다.
(이럴 때 얼굴이나 보자...는건 거짓말임. 친하지 않은 놈들은 사진 안 찍고 밥먹으러 가고 눈도장 찍어봤자 결혼식 당일날은 삐에로 분장을 하고 가도 결혼 당사자는 기억하지 못한다.)

가끔 이런 전화 오면 그런 생각만이 든다.
"세상에 친구라는 귀한 명사를 참 걸레처럼 쓰는 것들이 있구나."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가지 않는다. 어차피 갔다오면 자기들 삶에 매몰될 놈들이니.

2.
하지만 두번째 경우는 좀 망설여진다.
결혼이야 지 좋은 맛에 했다쳐도 장례를 누가 좋아서 치루는 놈이 있을 것이며

결혼식때 룰루랄라 아 이놈은 그래도 나랑 연분이 있지 하고 심심풀이 청첩장 날리는 수준하고
장례식 때 머리속이 텅 빌때 아, 이녀석은 그래도 내 친구니까 와줄거야 하고 연락하는 것은
엄밀하게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가게 된다.
어느 순간 기억의 회로에 불이 다시 들어와서 과거에 묻어뒀던 내 이름에 조명이 들어왔다 할지라도
누군가 막막할 때 부르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나름대로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
최소한 친구는 아니라 지인, 면식일지언정 그 정도면 내가 잘 처신했구나 싶은 것이다.

물론,
전화 건 놈이 누군지조차 모를 경우나
내 연적이었거나 기분 나쁘게 깨진 전직 여친이라던가
가문의 원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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