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5.11 예지몽 4
  2. 2010.04.09 운명이라 팔자라
  3. 2009.03.27 손금 9

예지몽

작은 방 한담 2010. 5. 11. 11:42
어젯밤에 식탁 정리를 하다가 쓰레기통 옆에서 원두 찌꺼기를 땅바닥에 쏟아버리는 꿈을 꾸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식탁정리를 하다가 쓰레기통 옆에서 원두 찌꺼기를 쏟았다.
휴지통을 열었는데 만두봉지에 휴지통이 막혀 있더라. 가만히 일을 당하고서 생각해보니 어딘가에서 본 듯 한 일이라. 어젯밤에 같은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알고 적잖이 놀라웠다.

꿈이라고 해 봤자 어젯밤의 꿈이니 아침 기상시간하고는 길어봤자 일여덟시간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일여덞시간 앞의 일을 볼 수 있는 꿈을 꾼다면 나름대로 기한도 짧고 생생한 법이다. 충분히 문제대비를 할 수 있을지언정 그렇지 못함은 그것이 꿈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벌어질 것이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내가 영안(靈眼)이 밝아서 스스로 꾼 꿈으로 미래를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미래에 닥칠 일을 예비하고 지켜낼 수 있겠지만
개꿈과 길몽이 섞여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는 재지를 가진 주제에
꿈 하나로 미래를 판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기에 예지몽을 꾼다해도 결국 내 미래는 바뀌지 않는 것이다.

점을 보고, 사주를 보고, 앞길을 예견하는 많은 사람들과 방편들과 인터넷 사이트들이 있다.
그 중에 어떤 것은 허랑된 것일테고, 몇몇은 신통한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 가운데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도리가 나에게는 없고
신통한 누군가가 내게 앞일을 말해준다 해도
내가 앞 일에 대한 함의와 숨은 뜻과 예감을 알기에는 둔감한 존재라
결국 알려준 일이 닥치고 지나간 뒤에야 '아, 이게 그 말이었구먼' 하는 성향이라면

굳이 내 앞날을 알 필요조차 없지 않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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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역지우에게서 문자가 왔다.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고.
바로 전화를 해서 통화를 했다. 이제 그 녀석도 두 아이의 아비가 되니 살림이 꽤나 팍팍할 것이다.
이런저런 안부, 걱정,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는 이야기.

전화를 끊고 나니 참 만사가 새롭기 그지없더라.


난 애초에 운명따위는 믿지도 않았다.
세상살이같은 건 인간의 노력여하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삶이라는 것은
인간의 힘과 능력으로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juggernaut가 있더라.

그게 운명이고 팔자라는 것일까.

아무리 사랑해도 연이 안 닿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들어오는 것이 없는 이가 있고
어떤 이는 타인과비교하여 훨씬 좋은 시와 좋은 때를 맞춰서 
결실을 바람직하게 보는 이도 있으니

세상이란
유구하고 넓은 시간 안에서 모두에게 공평하나
그 알맹이 나락 하나하나는 모두 다르고 똑같지 아니한 것이니

그것이 팔자이고 운명일 것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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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

믿거나 말거나 2009. 3. 27. 01:10
1
어린시절 영등포를 지나 구로동까지 가던 길이었는데
영등포 시장쯤에 어떤 노인분이 버스를 타셨고
경로사상은 천부인권사상만큼 중요하다
귓구멍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나는 냉큼 자리를 양보했다.

갑자기 그 할아버지는
"손을 내 보아라"
라 하셨고

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한참 손을 보던 할아버지는 내 눈을 보시더니

"나중에 크거든 국회로 가거라"
라고 말씀하셨다.

내 말을 전해들은 어머니는
집안에 인물이 나오려나 기대하셨지만

나는 2001년 농협국회지점에 발령받아
홍준표의원 카드를 발급해 주었다.
(다른 사람들도 많긴 한데 기억나는 건 준표형밖에 없다.)


2.
예전에 배낭여행을 하다
어떤 괴상한 형님을 만났는데
한참 손금을 보더니
(사람들은 왜 내 손바닥을 좋아라 하는거지?)
"벽에 똥칠할 때까지는 살겠구나"라고 말했다.



뒷감당이 안 되서 그렇지
지금이라도 칠할 수는 있잖아.



3.
며칠 전
야심한 시각에
갑자기 후배가 방문해서
강X동이 나오는 무릎X도사를 보다가
갑자기 내 손금을 보고는

"배우자가 하난데요"라고 말했다.


-.-+
뭐라고
라고 말하자 후배는
여유작작하게

손금은 살면서 변합니다.  라며
전혀 미동하지 않는 700번 서비스의 어조로
여유있게 넘겼다.
대인의 풍모가 보였다.


4.
징키스칸은 운명선이 안 좋다는 점장이 말을 듣고
칼로 아예 손바닥부터 중지까지 째어버렸다고 하기도 하고
모택동도 자기 손으로 손바닥을 후벼팠다고 한다.
사실 운명이야 사람의 의지로 변하는 거 아니겠는가.
자기 손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찢어버릴 의지라면
손금이 강줄기처럼 뚜렸해도 이겨낼 수 있을 터.

알렉산더처럼
풀지못할 매듭은 절단을 내버리는 게 사람사는 방식인 법.
운명이라는 것도 그런 것이겠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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