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

믿거나 말거나 2009. 3. 27. 01:10
1
어린시절 영등포를 지나 구로동까지 가던 길이었는데
영등포 시장쯤에 어떤 노인분이 버스를 타셨고
경로사상은 천부인권사상만큼 중요하다
귓구멍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나는 냉큼 자리를 양보했다.

갑자기 그 할아버지는
"손을 내 보아라"
라 하셨고

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한참 손을 보던 할아버지는 내 눈을 보시더니

"나중에 크거든 국회로 가거라"
라고 말씀하셨다.

내 말을 전해들은 어머니는
집안에 인물이 나오려나 기대하셨지만

나는 2001년 농협국회지점에 발령받아
홍준표의원 카드를 발급해 주었다.
(다른 사람들도 많긴 한데 기억나는 건 준표형밖에 없다.)


2.
예전에 배낭여행을 하다
어떤 괴상한 형님을 만났는데
한참 손금을 보더니
(사람들은 왜 내 손바닥을 좋아라 하는거지?)
"벽에 똥칠할 때까지는 살겠구나"라고 말했다.



뒷감당이 안 되서 그렇지
지금이라도 칠할 수는 있잖아.



3.
며칠 전
야심한 시각에
갑자기 후배가 방문해서
강X동이 나오는 무릎X도사를 보다가
갑자기 내 손금을 보고는

"배우자가 하난데요"라고 말했다.


-.-+
뭐라고
라고 말하자 후배는
여유작작하게

손금은 살면서 변합니다.  라며
전혀 미동하지 않는 700번 서비스의 어조로
여유있게 넘겼다.
대인의 풍모가 보였다.


4.
징키스칸은 운명선이 안 좋다는 점장이 말을 듣고
칼로 아예 손바닥부터 중지까지 째어버렸다고 하기도 하고
모택동도 자기 손으로 손바닥을 후벼팠다고 한다.
사실 운명이야 사람의 의지로 변하는 거 아니겠는가.
자기 손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찢어버릴 의지라면
손금이 강줄기처럼 뚜렸해도 이겨낼 수 있을 터.

알렉산더처럼
풀지못할 매듭은 절단을 내버리는 게 사람사는 방식인 법.
운명이라는 것도 그런 것이겠지.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