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6.26 비오는 날의 결혼식 4
  2. 2010.11.13 관계의 무게 2
10년이 넘게 알아왔던 전 직장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말이 10년이지, 강산이 변했다.
그리고 그 직장 이후에도 나는 다른 직장이 몇 개 더 있었다. 말이 첫 직장이지 정이라고는 별반 남아있지 않은 회사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친구하고는 계속 연락이 닿았더랬다. 그 중에 나는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그 친구는 그 와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나름대로 정신없이 살아온 중년의 삶이었다.

태풍이 휘몰아치는 일요일 오후, 처음 가보는 결혼식장에 들러서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왔다.
하객들은 죄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 내가 모르는 친구들. 아마 지금 있는 직장의 동료들이겠지.

기실, 그 직장을 떠난 뒤에 그 친구를 본 것은 너댓번에 지나지 않는다.
10년 간 너댓 번. 우정이 남아있을 수 있는 횟수랴
그런데 우정은 남아있었고
어느 날 말 없이 던져주는 청첩장에도
당연히 가야겠다는 맘이 드는 사람이었다.

그걸 보면,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에는 시간도, 횟수도, 방법도 중요한 것이 아님이더라.
한 번 보고도 그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고
매일 본다 하더라도 옆에서 죽어 나자빠지는 걸 본 들 119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가 버릴수 있는 게
또한 사람의 정이더라.

나는 의리가 돈독한 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매몰찬 이도 아니지만
사람마다 그 깊이와 관계하는 정리가 다름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는구나.

가정까지 생겼으니 내 이제 그 친구를 남은 일생에 몇번이나 보게 될까.
아마 지난 10년간 본 횟수만큼 더 볼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라고 여기고 있으니 인연이라는 것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묘한 게 있을까.

남아있는 자는 어김없이 남아있고
떠날 사람은 붙잡아도 떠나가는 것이 인생.

잘 살기를 바래 마지 않는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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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무게

투덜투덜 2010. 11. 13. 23:29
1.
고등학교 시절 사귄 친구가 일평생을 간다지만
그 살벌했던 학력고사 세대의 3년동안 사귄 친구는 딱 3명.
그 중 마지막 녀석이 오늘 드디어 탈총각 입유부의 길에 접어들었다.

축하할 노릇 아닌가.
늦어서 헐레벌떡 뛰어온 녀석들까지 합해서 축하해준 고등학교 친구들은 총 다섯명.
나머지는 직장시절의 지인들이었으리라.

20년을 넘게 버텨온 우정이라고 해 봤자 별다를 것은 없었다.
사회생활의 팍팍함 속에 얼굴을 보는 것은 석달에 한 번 꼴이었다.

그래도 그 끈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이야.
이제 소득도 다르고 가족의 관계도 다르고 사회에서의 책임감도 다르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시절이 20년이라니.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더 험하고 알 수 없는 미래가 앞길에 자리하겠지.

그래도 내가 너희들의 영정을 보거나
너희들이 내 영정으로 볼때까지 계속 그대로 있고 싶구나.


2.
한없이 가벼운 듯 하면서도 질겨서 끊어지지 않는 끈이 있고
철석같은 신뢰와 다짐이 있을 것 같아도 삭은 동아줄처럼 끊어지는 관계도 있으며

취미와 성격이 달라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성격과 취미가 흡사해도 봄나절 아지랑이처럼 흥미따라 사라지는 관계도 있다.

사람의 인연이란 알 수 없다.

한 사람이 끝까지 놓지 않으려 해도 한 사람이 놓아버리면 끊어지는 것이 인연이다.
얼마나 그 사람을 내 인생에 담아두고 싶은가

귀찮고 
버겁고
때로는 짜증나게 하고
심각한 손해를 끼칠 지경에 있더라도
그 사람을 내 인생에 담아두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인연은 이어지는 법.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걍팍해지는 것이 사실인데
이제는 고등학교시절의 친구들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모질게 이어지는 우정을 다시 가질 수 있으련가.

나이먹고 살아 갈 수록
쉬웠던 모든 것들이 점점 힘들어지는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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