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무게

투덜투덜 2010. 11. 13. 23:29
1.
고등학교 시절 사귄 친구가 일평생을 간다지만
그 살벌했던 학력고사 세대의 3년동안 사귄 친구는 딱 3명.
그 중 마지막 녀석이 오늘 드디어 탈총각 입유부의 길에 접어들었다.

축하할 노릇 아닌가.
늦어서 헐레벌떡 뛰어온 녀석들까지 합해서 축하해준 고등학교 친구들은 총 다섯명.
나머지는 직장시절의 지인들이었으리라.

20년을 넘게 버텨온 우정이라고 해 봤자 별다를 것은 없었다.
사회생활의 팍팍함 속에 얼굴을 보는 것은 석달에 한 번 꼴이었다.

그래도 그 끈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이야.
이제 소득도 다르고 가족의 관계도 다르고 사회에서의 책임감도 다르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시절이 20년이라니.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더 험하고 알 수 없는 미래가 앞길에 자리하겠지.

그래도 내가 너희들의 영정을 보거나
너희들이 내 영정으로 볼때까지 계속 그대로 있고 싶구나.


2.
한없이 가벼운 듯 하면서도 질겨서 끊어지지 않는 끈이 있고
철석같은 신뢰와 다짐이 있을 것 같아도 삭은 동아줄처럼 끊어지는 관계도 있으며

취미와 성격이 달라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성격과 취미가 흡사해도 봄나절 아지랑이처럼 흥미따라 사라지는 관계도 있다.

사람의 인연이란 알 수 없다.

한 사람이 끝까지 놓지 않으려 해도 한 사람이 놓아버리면 끊어지는 것이 인연이다.
얼마나 그 사람을 내 인생에 담아두고 싶은가

귀찮고 
버겁고
때로는 짜증나게 하고
심각한 손해를 끼칠 지경에 있더라도
그 사람을 내 인생에 담아두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인연은 이어지는 법.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걍팍해지는 것이 사실인데
이제는 고등학교시절의 친구들처럼
그렇게 오랫동안 모질게 이어지는 우정을 다시 가질 수 있으련가.

나이먹고 살아 갈 수록
쉬웠던 모든 것들이 점점 힘들어지는구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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