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다 보니까 일본 개봉판 포스터로...그런데 이 포스터가 제일 영화를 잘 말해준다.)



* 밟히던 자의 분노가 폭발하면 감당하기 힘들다.



-  I giorni dell'ira, 미국말로 [분노의 날](어, 한글이네?) 라고 번역된 이 서부극은 꽤 재미있는 소재를 가지고 뛰어난 배우들이 만들어낸 영화다. 편집력과 연출만 좀 더 받쳐줬더라면 굉장한 마스터피스가 될 법한 영화였는데 아쉽게도 연출력 그거 하나가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 봐도 참신하고 즐겁고 묵직한 맛이 스파게티 웨스턴의 정수를 보여주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하겠다.


 주연은 [황야의 은화1불]로 유명한 줄리아노 젬마, 그리고 그 상대역은 말이 필요없는 냉혈한 총잡이의 대명사 리 반 클리프. 이 두 사내의 갈등구조가 2시간여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내용은 서부극이라기보다는 부조리극에 가깝다.



- 영화의 주인공은 [똥 푸는 사나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직업이 그렇다. 서부극 사상 전무후무한 직업을 가진 이 사나이는 마을의 천덕꾸러기로 술집 작부의 아들로 태어나 동네 사람들에게 온갖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허드렛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젊은이. 서글서글한 용모에 심성도 착한지라 매일 구박만 받는다. 사람이 허고헌날 구박 멸시 받으면 당연히 주눅들고 분노가 생기는 법, 이 사내는 평생 그렇게 살았는데 당연히 쌓인게 없겠는가. 유일한 취미는 말똥치우다가 옆에서 권총뽑기 연습을 하는 것인데...사람들은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말고 똥이나 치우고 바닥이나 쓸라고 구박한다.


- 그러다가 어느 날, 마을에 진짜배기 총잡이가 들어온다. 간단하게 사람 하나 쏴제끼고 시작하는 이 분은 말 그대로 거칠 것 없는 무법자 양반. 그런데 어쩌다가 이 양반이 이 [똥푸는 청년]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청년은 이 총잡이 양반에게 대충 인생 사는 법을 사사받게 된 뒤 (무법자의 길이다.) 총을 하나 선물받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  이 다음부터 마을은 그야말로 지옥도가 벌어진다. 왜 이 영화의 제목이 [분노의 날]인가 이해할 수 있는 대목, 그동안 쌓였던 똥사나이의 분노가 불꽃의 쇳덩이가 되어 쏟아지고 그걸 지켜보던 무법자 총잡이는 뒤로 얄팍한 계산을 따로 한다. 그리고 마을의 기득권을 지키던 이들은 이 미친 똥쟁이랑 무법자를 제거하려고 혈안이 된다. 이 정신나간 삼각관계가 영화 끝까지 이어지는데...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각 그룹의 인물들은 서부극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저열한 인간성을 보여준다. 정말 인간 막장이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조금 만 더 심층적으로 캐릭터들을 분석했으면 구로자와 아키라 영화 못지 않은 웨스턴이 하나 나왔을 것 이라고 공언한다.


- 줄리아노 젬마의 멍해보이는 순진한 인상의 연기, 그리고 언제 봐도 잘 벼려진 칼같은 리 반 클리프의 협연은 지금봐도 명연이다. 연출력이 조금만 붙여졌으면 진짜 끝내주는 영화였을 것이다.


- 이 영화는 굉장히 클래식하고 특별한 [화승총 결투]가 나온다. 전장식 소총을 가지고 마상결투하는 기괴한 장면, 굉장히 임팩트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영화와 별개로 굉장히 유명하고 멋진 작품이다. 가장 최근에 알려진 것으로는

   퀜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언체인드]에서 삽입되어 알려지기도 했다.





ps) 2014년에 내가 쓴 포스팅이 여기저기 멋대로 옮겨 다니며 자기가 쓴 글처럼 포장되어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자니 그냥 좀 웃기다. 어디서 가져왔다고 말이나해 주던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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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웨스턴, 마카로니 웨스턴의 장르를 따라가다 보면 묘한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미국의 정통 서부극과는 다른 정치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래 이태리 출신의

감독들이 만들고 유럽에서 로케를 한 것이 많은데다 (속 석양의 무법자의 화려한 마지막 공동묘지 장면은 스페인에서 촬영된 것이다) 유럽의 정서상 우익보다는 좌익성향의 색채가 조금씩 묻어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은

1. 돈에 매몰되는 건맨들, 즉 영웅들의 생사여탈권이 물질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그리고 있고

2. 배금주의에 의해 망가지는 사회배경이 나타나며

3. 노동자들과 무산계층 찬가 내지는 동정심이 기저에 깔린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집대성 된 역작이 세르지오 레오네의 [옛날옛적 서부에서]인데, 이 영화는 지금 보더라도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걸작 서부극이다. (자그마치 헨리 폰다가 애를 쏴버린다! 요즘은 개도 못 쏘는데!)


그와 더불어 스파게티 웨스턴의 걸작을 뽑아내던 감독이 여기 포스팅을 하는 세르지오 코르부치다.

이 사람이 만든 서부극은 지금도 이름이 금빛으로 남아 찬연히 전해지는데 그 중 몇몇을 이야기하자면

[장고], [나바호 조] [표범, 황혼에 떠나가다] 같은 명작들이다.


사실, 장고와 나바호 조 정도가 가장 유명하긴 해도...이미 두 작품 서부극의 상궤를 약간씩 벗어난 작품이다.

장고는 주인공 주제에 악당처럼 기관총을 상대방에게 갈겨대며 썩은 군부를 난도질하고

나바호 조는 아예 인디언이 주인공으로 나와 백인들 머리가죽을 벗겨댄다. 


하지만 이 영화만 할까. 이 서부극은 상궤가 아니라 아예 선로를 깔지 않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게 바로

[위대한 침묵 (the great silnce) - 동명인 수도사들의 침묵영화와 헛갈리지 말자] 이다.



네바다의 눈덮인 산맥, 물산이 핍절한 산골 주민들은 고육지책으로 강도떼가 된다. 그들을 없애려고 바운티 헌터들이 그들을 찾아 온다. 산골 주민들은 킬러를 고용한다. 그 중간에서 보안관은 이도저도 안된다. 그리고 갈들이 폭발하고

사람들은 떼거지로 죽는다. 그리고 살아남는 자는 살아남을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서부극 사상, 유일하게 뿌연 먼지대신 하얀 눈벌만 잔뜩 나오는 영화. 배경부터 범상치 않은 것처럼 이 영화는 모든 서부극의 틀을 부숴버리고 결말마저 뒤틀린 채 끝나버린다. 이 영화의 결말은 일반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부류이다. 이 삐딱하고 냉소적인 시선은 주인공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아무리 봐도 악당인 클라우스 킨스키와, 선역이라지만 아무런 말도 없는 사일런스 장 루이 트렝티냥의 대결은 기이한 대결로 시작해서 기이한 대결로 끝난다.  아마 개봉당시에도 말이 많았는지 아예 얼터 엔딩이 따로 존재할 정도였다.


지금 남아서 이 영화를 기억하는 이 몇이나 될까?

광인 클라우스 킨스키도 죽었고, 감독 코르부치도 고인이 되었다.

남은 사람은 영화 [아모르]로 아직 건재함을 보여준 노인 , 장 루이 트렝티냥


그리고 어울리지 않은 서정적인 스코어를 남겨 준 엔리오 모리코네 정도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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