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다


이 나라 대한민국의 사회, 재배 대비 안전망과 경제전망 및 향후 발전가능성을 볼 때


나는 대통령이 될 확률보다 유가족이 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위에서 대충 말 한마디로 참변을 덮어버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경제적 이익과 이념적 반동으로 치환하고

그들의 아우성을 사회 불순세력으로 만들 수 있는 위치와 권세와 혈연 및 학맥이

나에게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모든 것이 갖춰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여론을 형성할 수 없다.

그 모든 것에는 돈과 지위 뿐 아니라 혈연과 지역같은

일반인이 선택하지 못하는 범주의 태생적인 한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세월호 참사를 어느정도 방관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들이 짐승이고 괴물이어서?


아니다.

그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지 머리로 이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생일 때 부모에게 넉넉하게 용돈을 받아서 집과 학교를 등교하던 시절

나는 내 동기가 왜 알바를 그리도 바지런히 뛰어야 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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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디가서 변명도 하지 못 할 불혹의 나이가 되어버렸다.


사람은 자신의 나이먹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나는 지금도 학생시절의 일이 선연하게 머릿속에 잡힐 듯 생생한데, 이미 내 생체시간은 저 멀리 인식의 건너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럴진대, 배운 노인네들의 쓸모없는 수구 패역질이 어찌 가당하냐 여겼던 내 무식의 소치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혈기왕성한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는 나 만큼이나 말이다.


정신과는 상관없이, 육체는 시간의 흐름을 충실히 이어받기에, 쓴 만큼 망가지기 마련이다. 허리가 먼저 망가졌고, 그  다음은 머리가 빠졌고, 그다음은 소화기관이며, 그 다음은 관절이다. 엊그제부터 아프기 시작한 무릎은 갈수록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물까지 차게 되었다. 오늘 병원에서 주사기로 무릎에서 뽑아낸 물만 해도 30CC에 육박하였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 몸에서도 향상되는 것이 있었으니,망가지는 몸뚱이만큼 고통에 대한 인내력은 증가하는 듯 싶다. 아마 고등학교 때 주사기를 몸에 찔러넣고 물을 뽑는다고 하면 고문이라 했을 터이나, 나는 응당 내 부서지는 몸에 대한 고육책임을 통감하고 생면부지의 의사에게 몸을 맡겼더랬다. 언젠가부터 그러려니 하면서 고통에 몸을 맏기게 되었다. 서글퍼 지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게 어디 될 일이랴.


이미 2세를 보았고, 나는 내 체세포가 다른 인격으로 분화하여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사실 자연의 섭리로 따지자면 이미 나는 내가 육신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마친 것 아닌가. 인간은 홀로 지고하고 교만하여, 조물주가 자연에게 내린 순환과정을 애써서 연장하고 파괴하여 자신의 삶을 허위허위 지탱해간다. 나도 어느 새 몸뚱어리를 지탱하는 실험군에 속해있다. 이제 하루이틀 더 지낼수록 하나 둘 망가지는 곳은 늘어날테지. 


몸이 안 좋아지니 마음이 분주하다. 무엇을 더 해야 할 것인지. 종생하기 전에 무엇을 더 준비해야 안락하게 마지막을 보낼 수 있을 것인지를 찾는다. 기실, 이 모든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그저 나무 안에 천조각에 둘러진 채 머리 위에 흙을 이고 그 위에 뗏장을 덮고 눕는 일에 불과하건만, 참으로 머리가 생각하는 일은 번잡하기 그지없다. 에둘러 생각해보니, 내 육신과 달리 생각은 여전히 세월을 건너편을 헤엄치고 다니며 기억의 편린들을 줏어 모아 스스로 자족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거를 돌아보며 즐거워 하면 이미 늙은 사람이라 누군가 말을 하였다. 참으로 옳은 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나는 애써서 과거의 추억을 돌아보지 않으려 하며, 앞에 놓은 얼마 안되는 삶을 경주해보려 애쓰긴 하지만 가끔 이렇게 몸이 안 좋고 맥을 풀리는 날이면 머리가 번잡해지는 것을 억누를 길이 없다. 누구나 그러할까?


누구나 그러하다면 이것 또한 사람으로 태어난 서글픔 아닌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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