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웨스턴, 마카로니 웨스턴의 장르를 따라가다 보면 묘한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미국의 정통 서부극과는 다른 정치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래 이태리 출신의

감독들이 만들고 유럽에서 로케를 한 것이 많은데다 (속 석양의 무법자의 화려한 마지막 공동묘지 장면은 스페인에서 촬영된 것이다) 유럽의 정서상 우익보다는 좌익성향의 색채가 조금씩 묻어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은

1. 돈에 매몰되는 건맨들, 즉 영웅들의 생사여탈권이 물질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그리고 있고

2. 배금주의에 의해 망가지는 사회배경이 나타나며

3. 노동자들과 무산계층 찬가 내지는 동정심이 기저에 깔린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집대성 된 역작이 세르지오 레오네의 [옛날옛적 서부에서]인데, 이 영화는 지금 보더라도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걸작 서부극이다. (자그마치 헨리 폰다가 애를 쏴버린다! 요즘은 개도 못 쏘는데!)


그와 더불어 스파게티 웨스턴의 걸작을 뽑아내던 감독이 여기 포스팅을 하는 세르지오 코르부치다.

이 사람이 만든 서부극은 지금도 이름이 금빛으로 남아 찬연히 전해지는데 그 중 몇몇을 이야기하자면

[장고], [나바호 조] [표범, 황혼에 떠나가다] 같은 명작들이다.


사실, 장고와 나바호 조 정도가 가장 유명하긴 해도...이미 두 작품 서부극의 상궤를 약간씩 벗어난 작품이다.

장고는 주인공 주제에 악당처럼 기관총을 상대방에게 갈겨대며 썩은 군부를 난도질하고

나바호 조는 아예 인디언이 주인공으로 나와 백인들 머리가죽을 벗겨댄다. 


하지만 이 영화만 할까. 이 서부극은 상궤가 아니라 아예 선로를 깔지 않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게 바로

[위대한 침묵 (the great silnce) - 동명인 수도사들의 침묵영화와 헛갈리지 말자] 이다.



네바다의 눈덮인 산맥, 물산이 핍절한 산골 주민들은 고육지책으로 강도떼가 된다. 그들을 없애려고 바운티 헌터들이 그들을 찾아 온다. 산골 주민들은 킬러를 고용한다. 그 중간에서 보안관은 이도저도 안된다. 그리고 갈들이 폭발하고

사람들은 떼거지로 죽는다. 그리고 살아남는 자는 살아남을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서부극 사상, 유일하게 뿌연 먼지대신 하얀 눈벌만 잔뜩 나오는 영화. 배경부터 범상치 않은 것처럼 이 영화는 모든 서부극의 틀을 부숴버리고 결말마저 뒤틀린 채 끝나버린다. 이 영화의 결말은 일반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부류이다. 이 삐딱하고 냉소적인 시선은 주인공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아무리 봐도 악당인 클라우스 킨스키와, 선역이라지만 아무런 말도 없는 사일런스 장 루이 트렝티냥의 대결은 기이한 대결로 시작해서 기이한 대결로 끝난다.  아마 개봉당시에도 말이 많았는지 아예 얼터 엔딩이 따로 존재할 정도였다.


지금 남아서 이 영화를 기억하는 이 몇이나 될까?

광인 클라우스 킨스키도 죽었고, 감독 코르부치도 고인이 되었다.

남은 사람은 영화 [아모르]로 아직 건재함을 보여준 노인 , 장 루이 트렝티냥


그리고 어울리지 않은 서정적인 스코어를 남겨 준 엔리오 모리코네 정도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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