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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gue-3

역수 나가는 날 2008. 11. 2. 23:27

프라하를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깊었고 가장 둘러보길 잘했다고 생각되는 곳은

[성 시릴&메토디우스 성당]이었다.



30대 넘은 올드 무비 팬들은 모두 아실 것이다. 2차대전비사를 영화한 것 중에 가장 충격적인 엔딩을 보여주는 영화 중 하나인 [새벽의 7인]을.

(아아 그 청춘, 새벽에 지다! 이 한마디로 모든게 나오는 카피. 당시 개봉 찌라시다)
당시 시대는 나치스 치하의 체코공화국.
SS친위대장 출신의 무자비하고 악명높기로 유명한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체코 사령관으로 들어오고 체코 민중을 탄압하게 되자 영국에 피신해 있던 체코의용군을 중심으로 하이드리히 암살작전이 시도된다.

(피규어로 나온 하이드리히의 모습, 왜 어느 분 닮지 않았는가? 으허허 그건 오해입니다.)

하여지간 더 궁금한 건 영화를 보면 안다. 그리고 암살작전 성공한다.
문제는 암살을 성공한 담에 검거선풍이몰아쳐서 애꿏은 사람 꽤나 족쳤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한 사람이 동지를 배반하게 되고 체코의용군 7명은 하나 둘 좁혀지는 포위망 속에서 죽어나가고
맨 마지막 남은 2명의 젊은 용사는 [성 시릴&메토디우스 성당]에 은거한 채 최후의 항전을 맞는다.


슬쩍 찍은 성당이다. 이곳에서 나치독일군과 2명의 레지스탕스는 화력전을 펼치고, 파상공세에 시달리던 2명의 사내는 결국 성당 지하의 납골당으로 옮겨서 최후의 저항을 시도한다.


(지하 납골당의 계단. 현재는 전시실 입구가 따로 있다. )
2사람은 지하실에 숨어서 쏟아지는 수류탄과 총탄을 견더내며 다음날 새벽까지 버텨내는 집념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문제의 환기구를 통해 소방차들과 소화전에 연결된 호스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당시 지하에 있던 두 사람은 환기구 아래 쪽에 폭탄을 설치하여 하수도를 통해 빠져나가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예상과는 다른 지점이었고 암반이 두터워 탈출에 실패하게 된다. 저위에 빛나는 곳이 환기구, 그리고 그 아래쪽 구멍이 당시 두 사람이 탈출을 하기 위해 구멍을 냈던 자리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국 물이 목까지 찰 때까지 버티다가 극적인 최후를 마치게 된다.
(영화 새벽의7인을 보신 분들은 알리라. 그 마지막의 비장함을)


 
(현재 환기구 바깥 쪽에는 저렇게 죽은 체코영웅들을 위한 추모비가 헌정되어 있다. 저건 총알자국.)
어쨌건 하이드리히의 죽음 이후 히틀러는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프라하 인근의 마을 하나를 포격해서 날려버린다. 사람들은 다 죽어버렸고...

이 건물은 유명한 춤추는 건물이 있는 부근에 있다.

한국인들에겐 그리 유명한 곳이 아니다. 추억의 올드무비 팬들이나 가끔 찾을까.
하지만 한 번은 들러볼 만한 곳이다. 그 영화가 생각난다면.
어두침침하고 을씨년스러운 납골당에서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젊은이들의 뜨거움이 아직도 전해지는 곳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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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gue-2

역수 나가는 날 2008. 10. 26. 17:00

체코 전체를 돌아보는 것도 아닌 프라하라는 작은(?)도시를 돌아본다는 것은 그냥 내부가 아닌 외부를 둘러본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도쿄여행처럼 어딘가 맛있는 것을 찾아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것과는 달리 그냥 형태적인 도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 주 목적이 있었던 듯 하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아이템과 기능성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것이 도쿄여행이라면 프라하는 굳이 비교하자면 교토여행과 비슷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의사소통의 지난함과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정보의 미비함도 작용했겠지만.ㅎ

 
추운 겨울철의 방문이었다는 것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첫째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옛 고도의 풍취를 물씬 줄 만큼 관광객이 적었다는 것이고 (그나마 적었다.)
단점이라면 코가 떨어져 나가도 모를 정도로 추운 날씨가 지속된다는 것이었다.
12월의 프라하라는 것은 고독하고 애잔하고 매섭게 추운 장소였다.

 

  가끔 유럽을 가고 싶어진다. 석조문화와 목조문화의 차이는 그만큼의 동경을 가져온다. 일본에 가면 말이안 통해도 대충 넉넉한 것과 달리 유럽에 가면 호사스런 곳에 있어도 감정적으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나무와 돌의 문화 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경외롭지만, 또한 영원히 이방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타자성을 획득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의 보헤미안들은 유럽에서 떠돌기를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정서적으로 100% 동화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느끼는 과정, 92년 유럽을 여행할 때도 그러했고, 10년이 넘은 뒤 프라하에 갔을 때도 그러했다.


언제 나는 다시 자유를 살 수 있을 만큼 여유를 찾게 될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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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gue

역수 나가는 날 2008. 10. 20. 21:01




개인적으로 체코에 대해 갖는 생각은 프라하라는 작은도시에 대한 기억 하나에 편중된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프라하에 대한 감상은 [낡고, 아직도 움직이는]이라는 말로 축약할 수 있는 자리다. 분명 산업화가 존재하고, 중국인들의 패스트푸드가 밀려들어오고 첨단의 명품들이 한쪽 켠은 차지하지만 구 광장을 중심으로 한 역사의 광휘는 아직도 이 도시에 유령처럼 머문다.
하지만 그 유령은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간직하며 후손들을 위해 각골쇄신을 하고 있으니 어찌 고마운 노릇이 아니랴. 맨 처음 잡은 호텔을 향해 밤 늦게 올라가던 그 포석의 울퉁불퉁함에서 느껴지는 역사의 유장함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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