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1.11 일요일의 일상소사 6
  2. 2008.10.28 내가 와인을 싫어하는 이유 2
1.
일요일이 추우면 별달리 나갈 일을 생각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교회만 갔다가 집에서 칩거할 요량이었는데
민생고 해결이 발목을 잡았다.
혹한에 바다표범 잡으러 나가는 에스키모가 생각났다.

2.
빵 몇 개 사대고
뜬금없이 강남 영풍에 충동적으로 가서 사부님의 괴서적(?)을 하나 사고
동선을 바꿔 지하 식품매장에서 스테이크 두 개를 샀다.

호주산이란다.

거짓말 마라.

그래도 샀다. 죽던말던.
죽을 각오로 먹으면 죽어도 할 수 없지.


3.

미친셈 치고 오랫만에 와인 하나를 들였다.
2009년 처음 산 와인.
2006년산 비냐 카네파 카베르네 소비뇽, 칠레.

발디비에소로 칠레와인을 시작했던지라
왠지 칠레와인하면
앗쌀하고 뒤끝없는 원나잇 스탠드 지향의  쾌남마초가 연상되는데

-.-사실 내 취향은 아니다.

솔직히 내게 포도주는 소주와 동급이다. 그냥 취하려고 마시는 술임.
(수 많은 와이너리의 재배인들이 내 목을 따려고 덤빌지도...)
그래도 스테이크를 샀는데 구색은 갖춰야 할 것 같아서.

4.
그리고 첼로팬이 가지고 있던 냉동원두를 받아서 집으로 도착.
끝~

5.
요리하다 기름이 튀었음.
200m떨어진 슈퍼에 키친타올을 사러 다녀 옴.
얼어 죽는줄 알았음~

6.
집에 오자 설탕을 사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냄.

-.-

우아아아!
그냥 안 먹으면 돼!

7.
일주일의 마무리는 이렇게.
다시 월요일.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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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바꿔 말하면 내가 등산복을 싫어하는 이유도 될 수 있고 내가 은행원을 싫어하는 이유도 될 수 있고 내가 여선생을 싫어할 수도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거리이다. 하지만 그래도 쓰는 이유중 하나는

와인이 언젠가부터 소주만큼이나 많이 먹게 된 술이라는 것 때문이다. 항간에는 심장병에도 좋고 혈액순환에도 좋다고 하는데 술 먹으면 당연히 혈관 늘어나는 거지 뭐. 탄닌? 그냥 떫은 감 씹어먹으면 돼.

내가 일전에 근무하던 회사가 출판사를 겸하고 있던 곳이 있었다.
이곳에서 뭘 했느냐? 와인 책을 만들었지.
사장이 와인 마니아였다. 마니아가 아니라 와인이 없으면 내일이라도 책상에 머리를 부딪히고 죽어버릴 만큼이었던 양반이니 마니아가 아니라 매니악(Maniac)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뭐 나름대로 이성적인 부분도 있었다, 회사 외적인 부분에서는. 회사적인 부분에서는 처음의 총명함이 점점 사라지고 드센 고집과 아첨에 목마른 사람으로 변질되어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찌하랴. 내가 그 양반 마누라도 아닌데.)

그 사람의 꿈은 와인에 의한 세계를 만드는 것이었던지
전 사원들에게 와인교육을 시켰다. 와인 따는 법이 그 기초였고 테이스팅 기법과 빛깔 보는 법, 떼루아 보는 법과 향의 보전, 글라스 고르는 법, 디캔딩까지 전문강사와 함께 개인교습 비스무리 한 것을 받았다. 그리고 교보재로 쓴 것이 5대 샤토의 와인부터 생떼밀리옹, 끼안티, 칠레와인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있어도 아까워서 못 먹을 와인들이었다.  (회사 지하실에 기괴한 셀러가 있었다.)

내가 싫어한 이유는
우선 나는 회사에 돈 벌러 온 사람이지 내 할 일을 하지 못한 채 술 먹으면서 다른 일을 제쳐두기가 싫었다.
알콜에 대해서 별반 친하지도 않을 뿐더러 과실주를 과음하면 두통이 발생하는 나에게 와인의 지속적인 섭취는 고문외에는 별 다른 게 아니었다. 샤토 라투르를 먹던 오브리옹을 먹던 고생하는 건 내 간이고 내 머리였는데 그것도 반쯤은 회사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한다면 기분이 좋을 리 만무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개인적인 가치판단이 그것을 저어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아무리 바디가 좋고 수확량이 적은 희귀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영속성이 있는 가치품이 아니다. 언젠가는 먹지 않으면 산폐되어 식초로 변해버리고 마는 숙명의 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는 일정 수준의 가치를 훨씬 상회하는 평가와 칭찬을 받으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식품]이라는 것이 무언가 밸을 꼴리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내 개인적인 와인의 가치는 포도로 만든
술이며, 맥아를 발효시킨 맥주하고 별 다른 가격의 차이가 있을 필요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아마도 내가 사장과 친구였다면 와인에 대한 기호가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고 와인 예찬론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어찌되었든 그 사장하고 막판에 쌈질을 하고 뛰쳐나왔고, 그 덕에 그 사장이 가지고 있던 모든 가치에 대해서 삐딱선을 타게 되었으니 궁극적으로는 그 사장이 가장 좋아하던 와인이라는 품목에 대해서도 그렇게
되었던 듯 하다.

결론은...취미를 강요하는 사람과 같은 직장에서
그것도 상사로 만나면 그 취미가 참 고약스럽게 보인다는 결론이다.



 
Antinori Chianti Classico Riserva Badia a Passignano

유일하게 내가 와인공부하면서 맛깔나다고 느꼈던 이태리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정확하게 그 때 먹은 끼안티가 뭔지 모르겠지만 아마 저 위의 그림에 있는 안티노리 끼안티 글라시코 리제르바 바디아 아 파시냐노 였던 듯 싶다.
이제 와서 내 돈 내고 먹으라면 먹을 수 있으려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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