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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6 오덕질 in Playboy 6
  2. 2009.10.21 오덕질에 대한 소고 10
어쩌다 인터넷에서 73년 1월 플레이메이트 사진을 본 적이 있다. 73년 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헤어누드에 들어가지만
그 1월 사진을 볼 때마다 난 편집장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에 대해서 한번 쯤 상상을 해 본다.

1월 플레이메이트는 정면을 바라보는 포즈긴 하지만 
아주 얇고 속이 비치는 목욕가운을 입혀놓았던 것이다.

아마 고뇌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72년 12월 잡지발간 회의 때 플레이보이 편집장은 어떤 고뇌를 했을까.

"우리더러 여성을 다 벗겨서 찍으란 말인가? 그것도 오브제 없이 홀랑 대 놓고 헤어누드를? 이런 망할! 그게 무슨 예술이야! 성인잡지도 할 일이 있어!"

라는 생각과
"망할...고품격도 좋고 SF도 좋지만 사내놈들이 보는게 여자 사진인데...먹고 살려면 우리도 다 벗겨야 하는건가?"
라는 생각 사이에서 고뇌를 때리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플레이보이는 SF명작선도 발표하고, 어슐러 르 귄, 필립 K 딕 같은 양반들도 기고할 만한 잡지니까
뭔가 헤어누드에 대한 고민이 있었겠지. 65년 나온 펜트하우스는 그냥 출간 첫호부터 위아래 다 벗겨서 찍어대던 곳 아닌가? 74년 래리플린트의 허슬러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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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던 도중

"플레이보이 최초의 헤어누드는 65년인가에도 있었고...정면으로 헤어누드 나온 건 72년 1월이다"라는
전혀 뜬금없는 사실을 확인.

그럼 72년 1월 사진은 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면 완전 야동오덕 포즈 아닌가.
눈이 벌개져서 수염도 안 깎고 72년 1월 플레이보이지 누드모델 사진을 웹서핑하다니.

한 15분 뒤졌더니 나왔다.

이게 뭔가.
고야의 [나체의 마야] 실사 짝퉁버전.

편집장 이 자식 별 고뇌 없었던 건가. (나름대로 고뇌해서 나온 포즈일지도)

하여간 뭔가 좀 쓸만한 소재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너져서  허탈한 기분.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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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께 칼 뵘이 지휘한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듣고 있었다.
느리다. 그런데 느리다는 말 외에 다른 것이 붙는다. 그냥 연비가 떨어져서 느린게 아니라
음악 자체에 무게감이 실려서 둔중하게 굴러오는 느낌이 있다.
거대한 빙산이 두리둥실 배 앞으로 밀려오는데 천천히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피할 도리가 없을 때 느끼는 기분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장중한 칼 뵘이라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남들이 느리다고 해서 내가 느리게 인식하는 것일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Dies Irae(분노의 날)을 가지고 카라얀이 연주하는 것과 칼 뵘의 연주하는 부분을 계속
연달아 들어봤다. 한 10번인가 들어봤는데 계속 들으니까 확실히 차이점은 발견이 되더라.
차이점은 느림과 빠름이 아니라 자로잰 듯한 화성의 딱딱 끊어짐과 절도있음에 대한 차이같았다.
카라얀은 칼로 음절을 썰듯이 분배의 강약이 정확하게 들어가는 반면
칼 뵘은 커다란 실린더가 돌아가듯 소리가 서로 엮이면서 들어간다. 스피드의 차이는 아주 미미하지만
전체적인 중량감이 거기에서 차이가 나는 듯 했다. 뭐가 좋고 그르다는 것을 따질 역량은 못 되니까 여기까지.

레퀴엠중에서  분노의 날을 꽤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베르디의 분노의 날이 더 좋다...그냥 폭주하는 광분의 날!)
모짜르트의 레퀴엠중 [분노의 날]은 CD로 듣기 전부터 웬지 귀에 익었던 노래였던 기억이 있다.
CD로 맨 처음 들었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이 노래를 왜 기억하고 있나? 오옷, 설마 내게 볼프강의 영혼이라도 빙의되었던 것인가? 
하는 착각에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으나...

나중에 찾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일단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서 귀에 익었던 것이 첫번째고,
두번째는 대학시절 오락실에서 죽어라 파댔던 [아랑전설2](최초의 한국인 태권도 캐릭터 김갑환이 나온다...^.^v)의
마지막 최종보스 스테이지에 나오는 음악이 바로 모짜르트의 레퀴엠 [분노의 날]
(얼마나 많이 죽었으면 그 음악이....)



*나중에 나온 아랑전설 스페셜에서는 스테이지 계단에 관현악단이 웅크리고 연주하고 있는게 나옴*

결국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에 산재되어있는 잡다한 지식들은
어느 날 계기가 맞게 되면 한데 뭉쳐져서 하나의 얼개를 이루게 되는 법

그래서 오덕질은 실보다 득이 많은 것일수도 있는 것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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