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게'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6.30 가츠의 죽음 6
  2. 2009.09.14 고양이라~ 12
  3. 2009.04.18 4월 18일 소사 6
  4. 2009.01.04 동거인 4

가츠의 죽음

작은 방 한담 2011. 6. 30. 18:08
1.
무려 8년

나와 내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했던 내 소라게가 드디어 죽었다.
갑각류, 새우같은 녀석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있어줄 거라고 누가 생각을 했었던가.
잘 살면 15년 30년이라고 했었건만
아무래도 내 집은 그정도로 후한 수명을 누리게 해 주기에는 너무나도 척박한 환경이었던 모양이다.

3개월- 6개월에 한번씩 변태를 하면서
자신의 껍데기를 다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십여차례 반복한 듯 했다.
늘 죽은 것 처럼 보였지만 어느 새 다시 살아나 내게는 '불사신'으로 보이던 그 녀석이
결국, 탈피에 실패해서 굳어져 죽어버린 것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어렵고 힘들 때에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내게 묘한 감동을 주던 녀석이
이제 집에 없고, 텅 빈 어항만 남아있는 걸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이미 부패하기 시작해서 적당하게 담아주지도 못하고 대충 싸서 같이 버려버렸으니
그 또한 마지막 가는 길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한 것 같아 서글프다.

어느 생물이
낯모르는 인간과 어우려져 8년을 같이 지낼 수 있을까. 
그것도 말도 안 통하는 족속으로 만나서 그렇게 지낼 수 있었을까. 사람보다 진한 연이었구나.

"잘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난 내세를 믿지는 않지만 다음 세상에 만나면 우리 꼭 친구하는 거다."

가장 고독하고 힘들 때 내 곁에 있어줬던
정말 고마웠던 내 소라게.
가츠.

안녕. 
정말 고마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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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

작은 방 한담 2009. 9. 14. 01:29
마선생&곡예사님 댁에 어제 다녀온 뒤로
고양이도 반려로 꽤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물씬 들었습니다.

일단 거처를 옮긴 뒤에나
정작 모든 걸 시작해 볼까 하는 중입니다만
그래도 생각이나마 해 본게 어딥니까.

확실히 강아지하고는 다른 맛이 있는 듯 하네요.
제가 시간이 규칙적이고 집에서 누군가가 돌봐줄 수 있다면야
강아지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만
(웰시코기는 참 귀여워요. 일본 오사카성에서 봤는데...어흑.)

(귀여워 귀여워~ 짧아서 귀여워~)


아무래도 도도하게 빈 집을 지켜줄 만한 건 고양이인 듯.

(귀여워는 게임 이름 아니냐? 감히!)

어차피 뭐든지 집에 속한 것은 주인의 성격을 닮아가기 마련이라
좀 지나면 무미건조한 놈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하여간 반려동물을 들인다면
고양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 그나저나 소라게 가츠 이 녀석이 모래 속에 들어간 지도 1주일 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아....
   이 놈 다시 모래위로 튀어나오면 프로젝트 고양이는 백지화인데
   사실 그냥 튀어나오는 걸 더 바라고 있습니다. 불안해요.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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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나서 어쩌면 처음으로
혼자 아무 목적없이 드라이빙을 해 봤습니다.
청소를 하고 회사를 들렸다가 어중간하게 뜬 시간을 핑계거리로
예술의 전당부터 시작해서 강남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이런 고유가 시대에 정말 쓸데없는 호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뭔가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결국은 차량과 차량 사이에 막혀서 
드라이빙이 아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행렬에 동참하고 돌아왔네요.

운전을 하면서 풍광을 구경한다는 것은 역시나 호사더군요.
운전사가 아닌 옆좌석에 앉아야
그런 낭만을 느껴볼까요.

그러고보니, 최근 들어서는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본 게
 꽤나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야밤에는 몇 번 있긴 했군요...흠...)

2.
유일한 동거인인 소라게가 조용하길래 들여다보니
탈피중이었습니다.

소라게는 3-6개월 정도마다 한번씩 탈피를 합니다.

그 때마다 소라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갑니다.
먹은게 부족하던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껍질을 벗어버리다가 힘이 부쳐 죽어버립니다.

다섯마리를 길렀는데
그 중 3마리가 탈피중에 죽었습니다.

아무 말도 못하지만
그런 걸 보고 있자면
동거인이 마음이 조마조마하지 않을 수 없지요.

아침에 눈동자가 비어있는 소라게 껍데기를 보고 나갔는데
이미 저녁이 되자 껍질이 어느정도 없어졌습니다.
(소라게는 자기가 벗어버린 껍질을 1차 양분섭취의 음식으로 삼습니다.)

다른 소라게들은 회복하려면 한 2주 정도 걸린다는데
저랑 같이 사는 이 녀석은 사흘만에 돌아다닌 적도 있습니다.
이름을 [가츠]라고 지어준 것도 우연이 아니죠.

가끔은 이 놈을 보면서 삶의 희망을 얻습니다.
주인이 무기력할 때
이 녀석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악귀처럼 버텨내더군요.

환경만 잘 갖춰주면 최소한 10년은 넘게 사는 놈입니다.

이놈이 저보다 먼저 가는 날이 언젠가 올텐데...
정말 서러울 것 같습니다.

3.
아침 청소를 다 하고
잠시 케이블을 틀었는데
Taledaga night (탈레데가 나이트 - 록키 바비의 발라드)라는
코미디경주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 코미디 영화를 보다가 막판에 울어버렸지 뭡니까.

-.-;;;;

아무리 생각해도 울만한 영화가 아니었는데 울음이 나더군요.

윌 페럴(Will Farrell)이 주인공이었는데
이 양반의 영화는 묘하게 변태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코드가 맞아요. (^.^)
아마 만나서 자기 영화를 보고 울었다고 하면 프렌치 키스를 해 줄지도 모르죠.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Blades of glory.
남자 피겨스케이팅 페어라는 말도 안되는 설정부터가 묘하죠....
이 영화도 보다가 마지막에 눈물 찔끔했다는. (이거 뭔가 문제가 있다...)

이사람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말 중에 프랫 팩(frat pack)d이라는 멤버들입니다.
예전 50년대 프랭크 시나트라와 그 친구들의 모임을 랫 팩(rat pack)이라고 부른 것과
마찬가지죠. 원전 오션스 일레븐은 프랭크 시나트라와 랫 팩의 작품입니다.

frat pack의 멤버는
벤 스틸러, 오웬윌슨, 루크윌슨, 잭 블랙, 빈스 본, 윌 페럴 정도 입니다.
따지고 보니 대부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네요.

뭔가 모자라지만 진지하다고나 할까요....^.^

날 좋은 토요일 저녁의 소고였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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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인

작은 방 한담 2009. 1. 4. 20:10
엄밀히 말하면
동거물(同居物)이다.

소라게. 3년차.
이름은 가츠
특기: 절대 죽지 않는다.

오늘은 동거물의 우리를 씻다가 저녁 나절을 보냈다.

세상에 호흡이 붙은 모든 것은
먹는 만큼 내보내는 법인데
그동안 바쁘고 개인적인 일이 있었다는 핑계로
우리청소를 4개월정도 해 주지 않았더니
수조가 거름밭이 되어 있었다.

똥밭에서 4개월을 구르면서도
끝까지 살아남고 탈피까지 하다니 그 기백이 가상할 뿐이다.

깨끗하게 닦아 놓았으니
뭐라고 속으로 주인에게 더 이상 씨부리지는 않겠지.

그나저나
연감에 보면 10~15년은 너끈히 산다던데
나랑 15년 이상 살면 구리로 된 소라껍데기라도 하나 줘야하는 건지.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할 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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