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작은 방 한담 2009. 1. 4. 20:10
엄밀히 말하면
동거물(同居物)이다.

소라게. 3년차.
이름은 가츠
특기: 절대 죽지 않는다.

오늘은 동거물의 우리를 씻다가 저녁 나절을 보냈다.

세상에 호흡이 붙은 모든 것은
먹는 만큼 내보내는 법인데
그동안 바쁘고 개인적인 일이 있었다는 핑계로
우리청소를 4개월정도 해 주지 않았더니
수조가 거름밭이 되어 있었다.

똥밭에서 4개월을 구르면서도
끝까지 살아남고 탈피까지 하다니 그 기백이 가상할 뿐이다.

깨끗하게 닦아 놓았으니
뭐라고 속으로 주인에게 더 이상 씨부리지는 않겠지.

그나저나
연감에 보면 10~15년은 너끈히 산다던데
나랑 15년 이상 살면 구리로 된 소라껍데기라도 하나 줘야하는 건지.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할 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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