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2.25 크리스마스 2
  2. 2008.12.25 성탄절 3
  3. 2008.12.24 서울의 예수 - 정호승 3

크리스마스

작은 방 한담 2009. 12. 25. 17:25
성탄절

교인에게는 뜻 깊은 날일 것이고
교회 안 다니는 사람에게는 연휴의 시작이겠지만

솔직히 올 해는 별 감흥이 없긴 교인인 나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평화는 이남이의 투병생활과 함께 사라진 것 같고.

지인들과 밤을 샜다가 아침 일찍 그분들을 바래다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퍼지게 잠을 자고 일어났다.
교회는 갔느냐는 모친의 목소리. 심신이 고단하여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하니
주일이라도 지키라며 끊으시는 모친. 허헐,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예배는 빼먹지도 않았던 삶이었는데.

두고보니 사람이라는게
정이 있으면 움직이고 정이 엷어지면 멀어지는 것이다.

세상물정 모르고 살던 학생시절부터
[예수보고 다녔지, 사람보고 교회 다녔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고, 신앙생활 해 왔지만
같은 믿음을 나누는 사람들에 대한 씁쓸함이 커지고, 결국 나도 저들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신에 대한 존의는 남아 있으되 교회에 대한 애정은 상당히 많이 엷어진 듯 하다.

하지만
살면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중 하나는 양비론이라고 생각하고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게 그거 라는 생각이 사람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한다.
저놈이나 이놈이나 그게 그거지라는 생각은 편하고 정치적으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하고 그렇게 사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살면서 사람은 늘 무언가를 택하면서 살게 되어 있고 그것은 가운데 서서 너도 흥 나도 흥 하는 맘편한 위치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사실 종교적인 삶도 인생의 수행중 하나이고, 
어느 부분에 인생의 촛점이 맞춰져 있는가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삶이 취미생활이 아닌 담에야 쉽게 식었다 끓었다 할 종류의 일은 더더욱 아니다.
신앙생활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옳고 그르지 않은 수행의 방편이라면 사마외도를 내칠 일이나
힘들다 해서 게을리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탄절이라는 것은 그냥 하나의 상징일 뿐.
뭔가 노곤하고 게을러져 스스로 갈 길을 부지런히 하지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채찍질을 해야 하는 법인데.

* 하지만 오늘은 누가 옆에서 때려도 교회는 못 갔다. 너무 졸렸음...-.-;;;;

* 사실 성탄절에 대한 기념은 기독교의 입장에서 그냥 축하할 일일 뿐. 공휴일 지정은 안 해도 관계없는 날이다.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날은 [부활절]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에게 휴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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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작은 방 한담 2008. 12. 25. 18:53
가족과 함께.
나이 많으신 분들이야 늘 갈비를 드시고 싶어 하시지.

솔직히 이제 육식은 별로 안 맞는다.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육식은 아무 양념이 되지 않은 스테이크 뿐.
하지만 어쩌랴 갈비 먹으러 갔지.

솔직히 저 고기가 미국소인지 한우인지 호주소인지 젖소인지 알 도리도 없건만
그냥 효도하러 독약 받아먹는 심정으로 먹고 나왔다.

그리고 지금 시각 19시
배탈이 나서 화장실만 들락거리고 있네.
그래, 차라리 뱃속에 머물지 마라.
빨랑 나와버렸으면 좋겠다.

결국
성탄절은 배탈로 끝나는 날이었던 게다.

뭔가 우울하긴 한데
예전에도 성탄절의 끝은 배탈이었던 것 같다.

내년부터는 어디 산속이라도 들어가 있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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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 

2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오른다. 고통 속에 넘치는 평화, 눈물 속에 그리운 자유는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사랑과,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람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은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는 절망의 끝으로 걸어간다.

3
목이 마르다. 서울이 잠들기 전에 인간의 꿈이 먼저 잠들어 목이 마르다. 등불을 들고 걷는 자는 어디 있느냐. 서울의 들길은 보이지 않고, 밤마다 잿더미에 주저앉아서 겉옷만 찢으며 우는 자여. 총소리가 들리고 눈이 내리더니, 사랑과 믿음의 깊이 사이로 첫눈이 내리더니, 서울에서 잡힌 돌 하나, 그 어디 던질 데가 없도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운 그대들은 나와 함께 술잔을 들라. 눈 내리는 서울의 밤하늘 어디에도 내 잠시 머리 둘 곳이 없나니, 그대들은 눈 그친 서울밤의 눈길을 걸어가라. 아직 악인의 등불은 꺼지지 않고, 서울의 새벽에 귀를 기울이는 고요한 인간의 귀는 풀잎에 젖어, 목이 마르다. 인간이 잠들기 전에 서울의 꿈이 먼저 잠이 들어 아, 목이 마르다.

4
사람의 잔을 마시고 싶다.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소주잔을 나누며 눈물의 빈대떡을 나눠먹고 싶다. 꽃잎 하나 칼처럼 떨어지는 봄날에 풀잎을 스치는 사람의 옷자락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나라보다 사람의 나라에 살고 싶다. 새벽마다 사람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서울의 등잔에 홀로 불을 켜고 가난한 사람의 창에 기대어 서울의 그리움을 그리워하고 싶다. 

5
나를 섬기는 자는 슬프고 나를 슬퍼하는 자는 슬프다. 나를 위하여 기뻐하는 자는 슬프고, 나를 위하여 슬퍼하는 자는 더욱 슬프다. 나는 내 이웃을 위하여 괴로워하지 않았고, 가난한 자의 별들을 바라보지 않았나니,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자들은 불행하고, 내 이름을 간절히 사랑하는 자들은 더욱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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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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