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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1.17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

믿거나 말거나 2010. 9. 24. 19:01
새벽에 얼핏 잠들었다 꿈을 꾸었는데
부모님이 정갈하니 등산복을 입고 벤치에 앉아계셨다.

어디 가세요 그랬더니
신을 새로 사서 저 산이나 다녀올까 한다
하고 내 뒤를 가리키는데
하얗게 눈이 낀 고봉이 하나 보이는거 아닌가

눈이 왔으니 봄이 된 다음에나 올라가소
그렇게 말하고 꿈을 깼는데

꿈에서 깨자마자 정신이 번쩍나는 것이다.
3대째 교회 다니고, 점이나 궁합이나 타로 같은 건
나 좋은거 빼고는 믿지 않는 성격이지만
갑자기 머리가 싸해지는 거다.

사람이 이성을 갖춘 동물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봤자 축생보다 이성을 갖췄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이성의 집합체는 아니지 않은가.
하루종일 기분이 꿀꿀해서 결국 점심먹고 전화를 했다

H: 엄니 뭐해요
M: 집에 있는데
H: 집 밖에 나갈 일 없죠
M: 없는데
H: 나가지 마요
M : 음?

내가 꿈을 꿨는데 어저고 하긴 뭐하고 그냥 어버버버 이상한 소리 하고 전화를 끊었다만


이젠 이런게 신경이 쓰인다.

시간은 붙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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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허리를 삐끗하셨습니다.
뼈를 다친 것도아니고, 그냥 근육이 놀란거지만 며칠 째 운신을 제대로 못하고 계시죠.

소파에 앉아서 친구분하고 전화를 하시다가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예전과는 달라. 이런 걸로 몸도 못 가누고. 이제 죽으려나 봐"

옆에 멍하니 앉아 TV를 보고 있다가 그 말을 듣는데
아, 그런 기분 있지 않습니까. 갑자기 뼈가 찌릿찌릿 저리면서 머리까지 차가운게 확 올라오는 기분.

[죽겠다]는 말을 누구보다 싫어하시는 당신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 걸 아들이 듣고 있자니
뭔가 머릿속을 크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옵니다.

아, 이젠 정말 나이가 많으시구나 하는 것과 함께 참 많이 달라지셨구만 하는 기분과 함께
뭔가 [금기시되는 예지]같은 것까지 떠오르는 것이죠.

그렇다고 "아버지 그런 약한 말씀은 마십시오! 아직 창창하시지 않습니까!" 뭐 이러면서
서로 포옹하고 그러는 낯간지러운 정서는 부자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 토종 한국인이니까요.

그냥 새삼스럽게 생각이 다시 날 뿐입니다.
마냥 모시는 날이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아버지를 볼 시간은 이제 대충 10년 안팍. 길어야 15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당신 눈에 보이겠지요.

이 모든 생각들이 찰나에 일어나고 합쳐졌습니다.
설명하기 힘들지요.

그냥 가슴이 아프다는 것 말고 다른 뭔가가 있을 것 같은데
적합한 말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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