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2.01 좋은 사람 2
  2. 2010.02.24 스포츠라는게 2
  3. 2009.08.14 영화를 보다가...기억 6

좋은 사람

작은 방 한담 2011. 2. 1. 02:37
살면서 종종 만난다.

사람이 얄궃게 굴어도 그 얼굴만 보면
그냥 마냥 인생이 살만하구나 싶은 착각에 잠시 머물게 해 주는 사람.

이건 엄밀히 말해서 현실이 아니다.
옥시토신의 분비와 마찬가지로, 나 스스로가  한 개인에게 상정해 놓은 분위기의 쾌락일 뿐이다.

실체와는 다른 내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보고 내가 기꺼워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혼자 끄적거려 써 놓은 시를 보고
"아아 이런 절묘호사를 내가 짓다니!" 하면서 엉엉 울어대는 것과 비슷하달까.


하지만 그런 게 있으니
사람들이 서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그렇게 세대를 이어가며
인생을 자기가 알지 못하던 것들로 채워가는 것 아니랴.

문제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어느정도 되느냐의 문제인데
살면서 조금씩 두 사이의 접점을 좁혀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도
어느덧 정신 차리고 나를 보면
그 둘 사이에는 천길 억겁의 절벽이 존재하고 있더라.

결론:  이래서 연애하겠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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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는게

투덜투덜 2010. 2. 24. 13:24
김연아 쇼트가 있다는데 
어쨌건 볼 환경도 아니지만 하여간 인터넷에서 결과를 확인하는데 두근두근.
다행스럽게도 현재 쇼트점수는 세계신 1위.

그런데 왜 차마 경기를 못 봤는지는 아직도 미지수.

사실, 
아마추어라는 게 돈이 없는 순수한 개인의 능력경연에 한정지어야 마땅하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국가라는 타이틀이 그 앞에 붙으면서
돈에 의해 움직이는 프로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그들에게 요구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프로+국가관이 합해진 월드베이스볼과 월드컵은 생중계보는게 겁난다.
아무리 초연해지려고해도
나도 이 땅에 소속된 사람이고 이 나라 민중인데
국기 붙이고 뒤어다니는 거 보다보면 눈이 뒤집히는 건 당연하고
가끔은 속터지고 천불나고 그런다.

순수한 스포츠라는 이름하에
선수들의 육체가 벌이는 행위자체에 열광할 수 있는 종목은 무엇이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격투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프로복싱 신인왕전을 가장 재미있게 보지만


그것도 아는 사람 나오니까 차마 못 보겠더라.....

그래서 운동이란 것은 
드라마의 요소를 늘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의 감정을 좌우하는 것일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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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켄이 주연한 [내일의 기억]이라는 영화를 케이블에서 해 주더라.

잘 나가는광고회사 직원이 어느날 알츠하이머를 앓는 거다.
거래처 까먹고 이름 까먹고 그러다 점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까 먹는다.
여기까지만 봤다. 더 보기가 좀 부담스러운 영화더군.

저런 병에 걸리면 정말 어떻게 할 지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런데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은 까 먹어도
사랑한다는 감정은 잊혀지지 않는 것일까?

이름에 대한 기억이 먼저 사라지고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남아있는 걸까?
아니면 이름이 사라질 때 감정도 사라지는 걸까?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라는 것은 타자와의 구별이 가능하도록 하는
일종의 규칙화된 코드라고 해 보자.
사랑한다 싫어한다라고 하는 것은
어떤 특정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주관적 가치판단의 기준이라고 봐도 될까?

바꿔 말하면
알츠하이머같은 병에 걸렸을 때
타자에 대한 구별판단부터 사라지고 점차 가치판단의 기준이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동시에 둘 다 같이 사라지는 걸까?

어떤 도시가 있다고 치고
그 도시를 이리저리 구획짓는 도로가 있고
그 구역 안에 건물들이 있다고 치면

도로는 감정이고 건물은 사람이나 사물이 되는걸까?
하나하나 재개발되어 무너질 때 건물부터 무너지고 도로를 재설계하듯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내가 기억을 잃어 본 적은 아직 없고
지금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은 감정도 남아있지 않는데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데 얼굴만 보면 가슴이 짜르르하게 아팠던 기억같은 걸
종내 가져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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