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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투덜투덜 2016. 8. 16. 00:45

나는 병약하다. 병약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부끄러움 없이 달 수 있을만큼 충분히 병약한 사람이다.

일주일에 사흘 이상을 편두통에 치대며 산다. 나머지 사나흘은 복통을 달고 산다. 과민성 대장증상과 스트레스를 같이 껴 안고 살며, 가끔 인후염이나 뜻하지 않은 알러지도 종종 온다. 하지만 가장 괴로운 것은 편두통이다. 

 한달에 몇 번 오는 편두통은 종종 내게 [자살]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할 만큼 정교하고 잔혹하게 다가온다. 삶의 모든 가치를 파괴하고 내 인생의 우선순위들을 파괴한다. 가족이고 뭐고 형제고 신념이고 종교고 다 알게뭐냐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만약 내가 독재정부에 항거하는 운동권 인사였다면 아마 편두통이 발작하는 날 바로 모든 걸 불어버렸을 것이다. 난 취조하는 형사가 좋은 진통제라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면 말이다.


 최근 들어 여기에 하나 더 불규칙적으로 다가오는 고통이 생겼다 무릎관절의 통증. 아마도 관절염 초기증세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급격히아프며 관절이 붓고 물이 차다가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붓기가 빠지고 2-3일 후에 줄어드는 과정을  경험하는데..이 또한 무시하지못할 고통이다. 발을 디딜때마다 불로 달군 못이 내 다리와 허벅지를 깊게 쑤시는 듯한 통증. 점점 심해지면 어떻게 내가 반응해야 할 지 대책이 안 서는 병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새롭고 신비해지는 것은 나의 피폐해지는 몸을 방문하는 참신한 병마들뿐이다. 나는 부서지고 해진 몸을 새롭게 기우고 보수하면서 아직도 한참 남아있을 내 인생을 끌고 가야한다. 다행스럽게도,내인생이 그리 멀지않은 시간에 망가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성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골골대며 지루한 인생을 침대에서 해결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글을 더 쓰고 싶은데 아이가 울어서 이젠  이것도 못하겠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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