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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6.08.12 더운 여름

아프다

투덜투덜 2016. 8. 16. 00:45

나는 병약하다. 병약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부끄러움 없이 달 수 있을만큼 충분히 병약한 사람이다.

일주일에 사흘 이상을 편두통에 치대며 산다. 나머지 사나흘은 복통을 달고 산다. 과민성 대장증상과 스트레스를 같이 껴 안고 살며, 가끔 인후염이나 뜻하지 않은 알러지도 종종 온다. 하지만 가장 괴로운 것은 편두통이다. 

 한달에 몇 번 오는 편두통은 종종 내게 [자살]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할 만큼 정교하고 잔혹하게 다가온다. 삶의 모든 가치를 파괴하고 내 인생의 우선순위들을 파괴한다. 가족이고 뭐고 형제고 신념이고 종교고 다 알게뭐냐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만약 내가 독재정부에 항거하는 운동권 인사였다면 아마 편두통이 발작하는 날 바로 모든 걸 불어버렸을 것이다. 난 취조하는 형사가 좋은 진통제라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면 말이다.


 최근 들어 여기에 하나 더 불규칙적으로 다가오는 고통이 생겼다 무릎관절의 통증. 아마도 관절염 초기증세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급격히아프며 관절이 붓고 물이 차다가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붓기가 빠지고 2-3일 후에 줄어드는 과정을  경험하는데..이 또한 무시하지못할 고통이다. 발을 디딜때마다 불로 달군 못이 내 다리와 허벅지를 깊게 쑤시는 듯한 통증. 점점 심해지면 어떻게 내가 반응해야 할 지 대책이 안 서는 병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새롭고 신비해지는 것은 나의 피폐해지는 몸을 방문하는 참신한 병마들뿐이다. 나는 부서지고 해진 몸을 새롭게 기우고 보수하면서 아직도 한참 남아있을 내 인생을 끌고 가야한다. 다행스럽게도,내인생이 그리 멀지않은 시간에 망가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성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골골대며 지루한 인생을 침대에서 해결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글을 더 쓰고 싶은데 아이가 울어서 이젠  이것도 못하겠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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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작은 방 한담 2016. 8. 12. 02:04

계절은 시냇물과 같다. 어디서부턴가 알 수 없는 곳에서 시작되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넘어간다. 우리는 늘 같은 것을 겪고 느낀다고 하지만 한번도 같은 계절이 내 인생이 돌아온 적은 없다.


굉장히 무더운 날이 지속되고 있다. 94년 이후 최고의 더위라고 했다. 

  94년, 나는 그 때 웃통을 벗고 군대에서 진지보수공사 작업을 하던 청춘이었다. 뜨거운 햇살에 등이 시뻘겋게 익었고, 타이어에 흙을 채워 구조물을 만들고 다시 다음 해에 헐고 재공사를 하던 쓸모없는 반복작업 앞에서 나는 의미없이 지쳐갔다. 그 때 나는 절망적이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같은 경험을 해 본 적 없는 막힌 사회의 폐쇄적인 집단생활이라는 것은 결코 26개월 후 나를 자유롭게 해 줄 것 같지 않았다. 하루의 무덥던 해가 떨어지고, 내무반으로 들어가 빨래를 하고 방전된 배터리처럼 구석에 처박혀 내일 아침엔 깨지 말기를 바라며 다음날 아침을 맞이했었다. 그 해 여름은 정말 덥고 절망적이었다.


2016년의 여름도 덥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나이를 먹었고, 아이가 있고 부인이 있으며 뭔가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글을 쓰는 것이 천직이라고 생각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밥을 주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한다고 해서 밥이 나올 거라는 보장도 없다. 나는 열린 세상에서 가능성이 얼마인지 모를 세상일을 하기 위해 열기를 복사해 내뿜는 콘크리트 위를 오가며 지쳐간다. 뭔가 나를 자유케 해 줄 것만 같은 삶이 내 앞에 있는데 정작 나는 더위만을 꾸역꾸역 먹으며 오늘 올 지 내일 올 지 모르는 희망을 찾아 맴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일이 나를 자유케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나는 다시 절망으로 빠져들까.


분명 더위는 똑같지만 같은 것이 아닌데.

왜 내 몸은 다르다 말하면서도 늘 이렇게 지치는 것인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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