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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1.01 설날 - 조카 4

나흘

투덜투덜 2010. 12. 27. 23:03
앞으로 나흘 남은 2010년.
투자대비 산출로 봤을 때, 끝내주는 적자로 마감하는 한해였다.


오늘 고양이 2주차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
 재수술했다.

기브스를 한 발을 어떻게 움직인건지 수술부위 핀을 다 뽑아내버리고 다시 뼈가 어긋난 상태였다.
부러진 뼛조각을 제거했다.
다리가 짧아졌다.
피부도 욕창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세번이나 같은 부위를 쨌다.
이젠 관절을 살릴 수 없다고 했다. 그냥 붙기를 희망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것도 안되면 절단.

악연이었던 건가. 첫째랑 나라는 사람과는.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잘 살고 있지 않았을까.
2주동안은 좁은 케이지 안에서 생활하게 만들어야한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지금도 계속 울어대면서 창살을 박박 긁어댄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식을 갖지 않아 그런 쪽의 고뇌는 절대 알지 못한 채로 일생을 접으려니 생각했건만
키우는 고양이가 아파도 어디에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짜증과 분노와 슬픔이 있다. 하물며 자기를 닮은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오죽하랴. 아마 내 부모들도 내 앞에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지만 [낳고나서 후회]라는 것을 정말 많이 했을 법 싶다. 인생의 고뇌가 비단 혼자만 짊어지고 가는 것이 절대로 아니니, 불가의 말처럼 누구 하나 인드라망에 걸리지 않는 이가 없는 법이다.


2.
누군가가 
올해는 아무 생각없이 휙휙 지나간 해라고 내게 말을 해 주었다.

축복이라고 말해주었다. 그건 최소한 플러스마이너스가 일치해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감정일테니
충실하게 채운 한 해였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한 일들을 복기한다. 보통 나쁜 일이나 아쉬운 일들이 기억을 점유하는 법이니 그것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면 행복하게 한 해를 마무리 한 것 아닐까.


3.
어수룩한 척, 세상살이 약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저렇게 쏙쏙 알차게 빼먹으면서 살았으면 참 좋겠다.
정(情)도 없고, 한(恨)도 없고, 원(怨)도 없고
오직 욕(慾)만 있는 인생.

그것이 세상사의 도(道)일지도.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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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께, 12월31일날 조카가 태어났습니다. 
하루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100101이라는 IT업계종사자의 운명을 타고난 2진수를 주민번호로 받았겠습니다만
병원의사의 알 수 없는 결정과 부모의 천하태평함 + 아이의 천하태평함이 그냥 섣달그믐을 생일로 받아버렸군요.

"그래도 나중에 애 학교 들어가는 거나 그럴 때 학습능력의 부진 어쩌구...."

"...괜찮을 거야."

라는 한마디로 백부의 첫번째 조언은 묵살당했습니다. 가만 보니 제 부모님도 별 신경 안 쓰시는 눈치더군요.
언제부터 우리 집안이 이렇게 쿨했던 건가? 뭐...이것이 제 조카 [아인]이의 운명인 모양입니다. 

각설하고,

신생아의 눈은 정말 크군요. 비대칭적으로 크네요. 대웅전의 부처님도 아니고 왜 이렇게 눈이 큰 건지...

이리저리 사람들 얼굴을 살필 뿐, 울지도 않고 하품만 해 대고 메롱메롱만 하고 있군요.
저도 그랬고 제 동생고 잘 울지 않고 잠만 줄창 잤다는데
그게 집안 내력이라며 어머니는 나름대로 [핏줄의 유구함]을 옆에서 은근슬쩍 말씀하십니다.
(신생아중에 줄창 안 자는 애가 어디있겠어....)

하여간 고생한 제수씨를 보면서 마냥 좋아하기도 그렇고 해서
일찌감치 산부인과를 나왔습니다.

명실공히 이젠 집안팍을 둘러봐도 빼도박도 못할[삼촌]이 되어버렸군요.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게 아니라
뭔가 훌쩍 더 나이를 먹은 기분이네요. 진짜로.

2010년 정월 초 하루입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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