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1.28 방정리를 하다가 4
  2. 2009.01.04 동거인 4
행거에 걸린 옷들을 치우고 장농으로 모두 옮겼다.

사람들이 지저분하다고 한 것도 있지만서도, 한번은 옷장안에 있는 오래된 옷들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지라 뜬금없이 오후 2시쯤 벌린 일이 저녁6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내 방 장롱은 나니아 대륙하고 연결이라도 되어 있었는지...뭘 끄집어 내도 하염없이 쏟아져 나오더라.

대학교에 처음 입학해서 맞췄던 와이셔츠 (기념이라고 어머니가 맞춰주신 와이셔츠인데...세월이 흐르고 흘러 체중이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면서 이 옷이 내게 맞는 기적을 체험하게 되었다. 오오...인생의 위대함이여), 처음 산 정장, 10년이 넘은 티셔츠들이 튀어나오는 걸 목도하면서 "와 정말 게을러 터지긴 했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휘감았다.

그렇게 변색된 와이셔츠를 꺼내고 허리가 크고 품이 커져서 입을 수 없게 된 정장들을 꺼내고, 늘어진 티를 버리고 구멍난 오버코트를 꺼내서 버리다 보니 이미 가득하게 쌓여있는 의복의 무덤이 하나 완성되었다.

차곡차곡 쌓아서 헌옷수거함에 넣는데.
만감이 교차하더라.

사람의 생이라는 것이 화살같아서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는데
이 버려지는 옷들은 나름대로 시와 때에 맞춰 나를 감싸주었고, 따듯하게 해 주었지만 때가 차니
이제는 버려지게 되는 것이구나.

어디론가 가서 다른 곳에 쓰이건, 아니면 다른 나라나 이 옷이 필요한 이에게 가서 
내게 해 준 것 처럼 그들을 도와줬으면 좋겠거니...이런 생각을 하고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

시간은 흐르고 사물은 변하는데 나는 그대로 있구나.

p.s 1) 행거를 치우고 책장을 놓으려 했는데...이거 콘센트가 가운데 박혀 있어서 죽도 밥도 안 되게 생겼다.
p.s 2) 걸레질은 대체 언제 한댜....내가 이렇게 옷을 많이 입고 다니던 빠셔너블한 사람이었던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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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인

작은 방 한담 2009. 1. 4. 20:10
엄밀히 말하면
동거물(同居物)이다.

소라게. 3년차.
이름은 가츠
특기: 절대 죽지 않는다.

오늘은 동거물의 우리를 씻다가 저녁 나절을 보냈다.

세상에 호흡이 붙은 모든 것은
먹는 만큼 내보내는 법인데
그동안 바쁘고 개인적인 일이 있었다는 핑계로
우리청소를 4개월정도 해 주지 않았더니
수조가 거름밭이 되어 있었다.

똥밭에서 4개월을 구르면서도
끝까지 살아남고 탈피까지 하다니 그 기백이 가상할 뿐이다.

깨끗하게 닦아 놓았으니
뭐라고 속으로 주인에게 더 이상 씨부리지는 않겠지.

그나저나
연감에 보면 10~15년은 너끈히 산다던데
나랑 15년 이상 살면 구리로 된 소라껍데기라도 하나 줘야하는 건지.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할 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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