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6.04 Death of Dr. Death 2
  2. 2011.05.21 병마일기 4
  3. 2010.04.23 병,병원, 의사 그리고 약사 2
  4. 2009.09.22 병원 그리고 의사선생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블랙잭]을 보면, 명의 블랙잭의 맞수로 나오는 '닥터 키리코'라는 인물이 나온다.

군의관 출신.
사람의 목숨이 너무나도 쉽게 스러지고, 또한 원하지 않는 고통속에서 죽음을 맞는 것을 젊은 시절에 목격한 그는 절명의 상황 속에서 영겁의 고통에 시달리다 죽는 환자들에게 죽음을 내려주는 것이 의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이 의사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환자를 안락사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보험회사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의 소생 가능성을 열어주는 블랙잭과 극과 극의 캐릭터를 갖는다.

일개 사람의 권한으로 생명을 말소시키는 권리, 특히 동종인 인간을 죽일 권리가 있는 가에 대해서 근원적인 의문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가끔 정신이 힘들고 괴로울 때 사람은 자살을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사회인에 이르기까지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절망 앞에서도 인간은 하염없이 무력하건만, 자신을 끝없이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병마 앞에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인간은 없을 것이다. 내가 루게릭 병이나 말기 암이나 치매에 걸렸다고 생각해 보자. 인간으로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몇년, 몇 십년 버텨야 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 죽기에는 너무 무섭다.  암환자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치매는 가끔씩 제정신이 돌아온다. 루 게릭병은 육신이 점점 죽어가는 것을 머리로 생생하게 느끼면서 살아가는 병이다. 모두 고통이 심한데 생명이 끊기지 않는다. 불치병이라는 것은 숙주의 생명력을 먹고 사는 질환.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죽음 외에는 없는 거다

이런 상황에 한 사람이 나타난다.
"내가 그대를 인간답게 죽게 해 주겠소."

내가 저 상황이라면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종교인이라고 할 지라도 무척이나 어려운 선택 아닌가.

- 2-

미국에 한 의사가 살았다.

수많은 환자들이 불치의 명으로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한 채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다보다 못해 스스로가 환자들의 안락사를 돕기 시작했다. "인간답게 죽는 걸 돕고 싶었다." 가 그의  모토였다.

그는 정부로부터 체포되었다. 그리고 살인죄로 법정에 섰다. 그럴 때마다 배심원을 그를 풀어주었고, 그는 풀려나오자마자 자신을 찾아오는 불치병 환자들의 [자살]을 도와주었다. 130명이 넘는 사람에게는 그는 [의료행위]를 베풀었고 결국, 그는 구속되었다.

어떤 이들은 그를 [신의 대행자] 라고 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을 그를 [죽음의 천사, 살인자]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삶과 죽음에 관련된 모토에서 나는 감히 뭐라고 할 자격을 갖지 못한다. 이 사내는 신의 영역을 침범한 듯 하다. 하지만 왜 그랬는가에 대해서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사
잭 케보키언.
신장질환으로 사망.
향년 83세.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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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일기

투덜투덜 2011. 5. 21. 23:40
2주전인가
관광유람을 떠나신 부모님 집과 내 집을 둘 다 보느라고 이리저리 하루에 최소 두번씩을 두 집을 오갔다.
말이 두집살림인데, 솔직히 두집살림하는 인간들 체력이 장난 아닌 걸 느꼈다. 그거 딱 일주일 하고 났더니
몸에 이상신호가 오더라. 양 콧구멍이 아교바른듯 붙어버려서 숨을 쉬지 못하겠는 것이다.

켁켁켁 거리면서 깼다자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는데
그때서야 깨달았다. 수명중 사망이라는게 얼마나 웃기는 소린가 했는데 이거 피곤하면 얄짤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무서워서 당장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원래 다니던 이비인후과를 가려고 했는데...예전 비염을 앓을 때 자꾸 수술을 하자고 해서
(내 코가 좀 휘어 있다. 젊었을 때 17:1로 흐벅지게 싸워서 그랬다면 억울하지도 않을텐데...다 유리문에 박은 거다.)
좀 주저주저하던 차에 가까운 곳에 평판 나쁘지 않은 병원이 있다고 인터넷에 나와 그곳으로 찾아갔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 품위있게 보시더니 비염이 축농증으로 발전했다고 조금씩 치료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니면서 1주일 넘게 치료를 했는데...

1주일 넘게 수면중 사망의 공포는 그치지 않았다. 콧구멍이 있으나 마나...약먹고 병원에 가도 밤만 되면
철옹성처럼 콧구멍 두개가 완전봉합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와, 정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 수술 어쩌구 마구 뻐꾸기를 날리던 예전병원을 찾아갔다.

"점막이 부어서 좀 지져야겠습니다."
의사선생, 다짜고짜 그러더니 갑자기 콧구멍을 하늘까지 뚫어버릴 기세로 뭔가를 찔러넣었는데
그 순간 다시 콧구멍으로 산소가 주욱~ 빨려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젠장!

윌리엄 골딩은 무인도에서 파리대왕을 만났건만, 나는 대명천지 서울 시내에서 [돌파리대왕]을 만나
1주일이 넘게 시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아까워라 내 시간과 돈과 쓸데없는 약을 먹느라 상한 내 육신이여.

구관이 명관이더라.

뜬금없이 어린시절 보던 TV제약광고가 생각났다.
"우왕~ 코로 숨쉬니까 좋다!" --- (이 광고 생각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미 연식을 측정할 수 없다.)
 
앞으로는 집 좀 깨끗하게 청소하면서 살아야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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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동안
신경이 날카로와질대로 날카로와진 상태에서 잔업을 했더니 아닌게 아니라 몸살이 걸렸다.
원래 신경이 둔감한 편이 아니라서 두달에 한번 꼴로 아프다.
그나마 현대에 태어났으니 망정이지
조선시대나 구한말에 태어났더라면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을 법한 불량한 신체다.

병원에 들렀다.
얼굴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의사와 환자.
"이번엔 어디가 아프셔서~"
"머리와 목감기가~"
"요즘 유행이죠~"
"예"
"약은 부작용이 없었으니 좀 진통제를 센 걸로 섞어드릴까?"
"많이 돌아다녀야 해서..."
"그럼 예전처럼 넣는데 하나를 더 넣어볼테니 몸이 안 좋으면 빼시지요"

불치의 병도 아니고
몸이 환경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걸 의사도 알고 나도 안다.
아마 약 한 두 세번 먹으면 또 나아질 것이다.

아프다고 징징대며 외로와요 외로와요 타령할 바엔
내 얼굴만 봐도 뭔 약을 투여할 지 아는 의사한테 가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물론, 전혀 정서적인 도움은 안 되지만.

2.
병원 아래 약국에 갔는데
호호백발 할아버지 약사님이 없다.
며느린지 동업자인지 모르는 아줌마가 처방전을 보고 약을 내 준다.

"약사 어르신은 어디..."
"이제 낮에만 잠깐 나오세요."

하긴 내가 이사오기 전부터 호호백발 할아버지셨다.
노구에 활인하기에는 스스로 보신할 나이가 지나신 몸이다.

아마 은퇴하시거나
못 뵙게 되겠지.

그래도 약을 살 때면 늘 보는 얼굴이라도
"이 약은 뭐에 쓰는 약이고 이 약은 뭐에 듣는 약이고 이 약은 뭐에 먹는 약이요~"
하고 일일히 알약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설교아닌 설교를 하던 분이 없으니
맘 한 켠이 쓸쓸하다.

봄은 봄인데 왜 이리 추우냐.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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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부실한 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생각만큼 부실하죠.

동네 병원에 갔습니다. 독감때문인지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의사선생을 만났습니다.
하도 많이 봐서 거의 안부인사 격입니다.

머리가 아파서, 배가 아파서, 기침이 안 떨어져서
거의 월마다 한번씩은 보는 얼굴이니 마일리지라도 끊어주면 좋겠습니다만
뭐 그런 게 있을리는 없고, 의사 선생도 대충 얼굴만 보면 어떻게 왔는지 아는 처지죠.
늘 그렇듯 간단한 처방과 문진입니다.

그래도 다녀오면 낫습니다. 하루를 다녀오면 한달은 버티지요.
그걸 보면 의사라는 직업만큼 요긴한 것도 없습니다.

소싯적에는 의사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10년이상 다녀야 한다고 누가 이야기해 준 담부터 정나미가 떨어졌지만 말이죠.
그렇지만 10년정도는 배워야 타인의 건강에 책임을 지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배워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의사가 되 보지 못한 사람들의 로망]이겠죠.

혹은 의사들의 로망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그렇게 되고 싶지만 현실이 시궁창이라 스스로가
돈에 종속되어가는 것을 한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전 조선 후기에 침은 조광일이라는 의원이 있었답니다.
침놓기로 소문난 명인인데 종기부터 속병까지 못 고치는 병이 없었건만
돈벌이엔 영 꽉 막힌 이였다죠.
친구가 말하길, 천한 의업을 가지고 그정도 경지에 올랐으면 명성을 쌓을 것이지 뭐하는 짓이냐 했더니

[불상하고 딱한 이들은 궁벽한 백성이다
 내가 침을 가지고 시정에 들어간 지 십년이고 그 동안 수천명은 살렸을 것이다
 내 나이 마흔이니 앞으로도 최소한 만 명은 살릴 수 있을 것이고
 만 명을 살리면 내 소임은 끝날 것일세.]
라 했다지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말이 아닙니까. 선생과 의사와 성직자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만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정도를 가는 길도 험하디 험할 것입니다.
세상이 그렇지 못하고 얄팍하여 사람들을 혼미케 함에 미혹되고 무너지는 것이지요.

오늘도 낯 모르는 사람 덕에 하루하루 생을 연장받아 산다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의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광고쟁이의 잡설이었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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