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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6.17 골키퍼 있는 여자가 좋습니다 2

좋은 사람

작은 방 한담 2011. 2. 1. 02:37
살면서 종종 만난다.

사람이 얄궃게 굴어도 그 얼굴만 보면
그냥 마냥 인생이 살만하구나 싶은 착각에 잠시 머물게 해 주는 사람.

이건 엄밀히 말해서 현실이 아니다.
옥시토신의 분비와 마찬가지로, 나 스스로가  한 개인에게 상정해 놓은 분위기의 쾌락일 뿐이다.

실체와는 다른 내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보고 내가 기꺼워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혼자 끄적거려 써 놓은 시를 보고
"아아 이런 절묘호사를 내가 짓다니!" 하면서 엉엉 울어대는 것과 비슷하달까.


하지만 그런 게 있으니
사람들이 서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그렇게 세대를 이어가며
인생을 자기가 알지 못하던 것들로 채워가는 것 아니랴.

문제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어느정도 되느냐의 문제인데
살면서 조금씩 두 사이의 접점을 좁혀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도
어느덧 정신 차리고 나를 보면
그 둘 사이에는 천길 억겁의 절벽이 존재하고 있더라.

결론:  이래서 연애하겠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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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아니고,

들어가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민이다.
줄여 말하면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남친이 있다. 하지만 도전하고 싶다.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이었다.

연애에 있어서
남자들간의 오메르타가 있다.
남의 여자는 건들지 않는다는.
클래식한 오메르타다. 요즘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대가 아무리 바뀐다고 하더라도 흔들기 힘든 일종의 규약인 것은 확실하다.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대 남성의 입장에서 만들어지는 자연스런 신사협정이니까.

나도 한 때는 굉장히 신봉했었고, 물론 지금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어떤 여자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 여자가 애인이 있다면
건들지도 않으리라 생각한다. 일단은 전술한 규약과 함께 [자존심의 문제]니까,

하지만 문제는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여자에 대해서는 별반 생각없이 일어나는 남자들끼리의 토론문제라는 것.
여성들은 자기자신이 무슨 오마하비치의 교두보처럼 물상화되어서 남자들의 탈취대상이 되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서,
여자는 남자들의 경쟁상황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수도 있다.
서로에 대한 로얄티가 공고하다면 벌떼처럼 달려들어도 별 문제 없을 테지만
그게 사상누각이라면 20대 커플을 50대 초로의 신사가 박살낼 수도 있는게 이쪽 비정한 연애계의 룰 아닌가.

종교적인 Credo, 정치적인 신념,
타인이 공유하지 못하는 두 사람만의 비밀따위가 존재하지 않는 한
사람은 누구나 편안하고 안정적인 곳으로 스스로를 데려간다.

골키퍼라는 존재는 결국, 연애에서 무의미할 뿐인 것이다.
서로의 관계만이 남는 것일 뿐.

결국 난 그 쓰레드에 이렇게 답을 하고 말았다.
"여자분의 감정이 모르니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를 괴롭히는 건 여자가 아니라 주변인들일 겁니다."

내가 아마 1년 전, 아니,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저런 식의 답글을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이를 먹고서도 세상을 보는 눈은 서서히 바뀔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요즘.
좋은 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좋은 게 아닌 것 같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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