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6.25 끄적끄적 주전부리 일기 10
  2. 2011.06.11 시나본, sweet cinnamon 13
1.
 며칠 전에 올렸던 스위트 시나몬에 대한 글을 정정해야겠다.
다시 먹으러 갔더니 백화점에서 빠졌다. 현대백화점도 들어가봤지만 다 빠졌다.
현재 백화점이나 상품관에 남아 있지 않은 걸로 확인되었다.

시나몬롤은 그냥 그렇게 사라지는 것인가보다.
홈페이지 하나 없고...그렇다고 족적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다.

 아아...시나본 진짜 이렇게 허접스럽게 사라지는건가. 아니면 어디서 권토중래라도 다짐하는게냐.


2.
가끔 들렸던 아웃백 고속터미널 점은 이제 안 가게 될 것 같다.
일단 1인이 갈 때 자주 애용했던 바(Bar)를 없애버렸고 모두 객실로 만들었는데
문제는 무어냐 하면....어떤 패밀리 레스토랑도 회전율을 100%로 돌릴 수 없다는 거다. 그러기엔
주방의 능력이 안된다. 식당과 달리 패밀리 레스토랑엔 메뉴가 엄청나게 많은지라.
그러다보니 예전하고 별반 달라질 바 없는 회전율 + 1인손님의 뻘쭘함만 더해진다.

생각해봐라. 혼자 와서 사람들하고 섞이는 게 싫어서 Bar에 앉는건데
여기저기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에 테이블 혼자 차지하고 고기 썰어먹는 게 폼이 나겠냐고.

그리고 이번엔 오더가 잘못 들어갔는지 일부러 그랬는지
많이 온 사람들 먼저 들여보내는 지극히 한국적인 방식이라니..

게다가 매운 호박스프는 난생 처음 먹어봤다.

어디 어필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그러자면 뭔가 가입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안녕 터미널 아웃백.
그냥 베니건스나 가야겠어.

최소한 거긴 음식 갖다주면서 건성으로라도
"손님 맛있으세요? 음식은 어떠세요? 하고 묻기라도 하는데..."

사실 이번에 누가 물어봤으면 니가 먹어봐임마 라고 할 뻔 했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생각하면서도 요즘은 못하겠는게
서빙이나 카운터같은 정신노동자들에게는 할 짓이 아니다. 
'손님은 왕'은 무슨 얼어죽을 왕, 내가 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짓거리 하면 안된다. 


3.
그나저나 갈수록 비도 오고 장마도 심해지는데
먹거리를 고를 수 있는게 점점 줄어드네. 아..심난한 여름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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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 한참 예전에 2000년도 초엽에 Cinnabon이라고 불리는 빵집이 있었다.
빵집이 아니라 [시나몬롤 전문점]이었다.
이 빵집은 시사영어사. YBM에서 들여온 프랜차이즈였다. 광고도 했었다. 이 빵집의 인쇄광고가 [씨네21]에 실렸던 것을 처음 기억한다. 그리고 그 파란 로고와 맛있어보이는 모양때문에 내가 언젠간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씨네21을 보면서 부터였다.


(아는 사람만 아는 추억의 로고가 되어버린 시나본)

맨 처음 동네 후배들을 꼬셔서 차를 몰고 종로의 시사영어사 1층에 자리잡은 시나본에 한밤중에 들어가 시나몬롤을 사서 집 근처 교회 앞에서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들 지금은 결혼해서 애가 있지만 하여간 그 당시에는 그러면서 노는게 낙이었다. 각설하고, 그렇게 시나몬롤을 사서 한입 베 물어먹었는데 오마이갓. 지상에 이렇게 단 음식이 있다니. 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았다. 세명 다 하나씩 먹었던가...하여간 그렇게 먹고 넌더리를 내던 생각이 난다.

하여간 YBM의 공격적 마케팅 덕인지 시나본은 종로, 강남역, 명동... 서울의 주요 상권마다 하나씩 들어가서 그 단맛을 사방팔방 퍼뜨리고 다녔고, 사람들은 이 기상천외한 극악한 단맛에 학을 떼면서도 꾸역꾸역 먹기 시작했다. 시나본은 굉장히 강한 강배전 커피와 같이 빵을 팔았다. 쓰디 쓴 커피가 아니면 도대체 못 먹었을 음식이었으니까.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지면 익숙해 지는 법인지 하여간 나는 꾸준히 시나몬롤을 먹으러 다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 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사라진 웬디스,타코벨등등 기라성같은 프랜차이즈의 길을 씨나본도 따라가 버렸던 것이다. 어느 순간엔가 시나본은 후다닥 문을 닫고 철수해버렸다. 아무래도 시나몬롤 하나로 승부하기도 벅찼을테고, 사람들이 그 극악한 단 맛을 못 견딘 것도 있었으리라.

혼자 가끔 그 달디단 맛을 추억하고는 했다. 그렇게 진한 당분을 지닌 시나몬롤은 사실 구경하기 힘든 종류였으니 혈당이 떨어져 정신이 혼미해지는 날에는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시나본이 눈 앞에 아른거렸던 것이다. 그 풍만한 수밀도의 계피즙을 추억하며.


- 2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약 10년 뒤.
 
며칠 전 나는 신세계백화점 지하 식품코너를 하릴없이 떠돌고 있었다. 

그런데 저 귀퉁이에서 어디서 많이 보던 물건을 팔고 있는 것 아닌가.

(스위트 시나몬이라 적혀 있는데)


(얼레? 어디서 많이 보던 형상일세?)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내가 10년 전에 보았던 시나본의 모습과 형태와 크기가 동일한 거 아닌가.

안경잽이 아가씨가 열심히 팔고 있길래 그 앞에 가서 하나를 주문했다. 그리고 냉큼 물었다.

"내 이 크기와 형태를 보아하니 10여년 전, 강호를 주유하던 시나본의 모습이 남아있네.
 대체 자네는 시나본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내 비록 입은 짧으나 이것저것 땅바닥에 떨어진 것까지
 다 줏어먹어 본 사람이네. 숨기지 마시게."

"10년 전 시나본의 모습을 기억하는 소비자가 아직도 강호에 남아있을 줄 몰랐소이다."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게 안경잽이 소녀는 나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맞소이다. 귀공이 사서 드시려 하는 것은 예전 시나본의 모습과 맛과 품질 그대로요."

"무어라?"

내가 잠시 당황한 사이 안경잽이는 하늘을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시나본이  쇠락하여 철수를 하던 게 벌써 10년, 그 후로 점점 가세가 약화되어 동아시아에서는 이제 그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었소이다. 그리고 우리들이 남게 되었지요. 마지막 지부가 철수하던 그 날, 동남아 총당주께서 남은 우리들에게"

"그대들에게?"

"레시피를 전수해 주고 갔소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 무림고수가 기연을 얻어 무공을 전해줬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요리사가 레시피를 함부로 넘겼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하지 못할까?"

"초면인 소비자에게 내가 허언을 해서 무엇하리"

안경잽이 소녀의 특성상, 싸가지는 없어도 거짓말은 안 하는 법이니 나는 그것을 사실이라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본사가 철수하면서 레시피를 떨궈주고 가다니. 이런 헌헌장부스러운 상도(商道)가 있을손가. 하여간 그러려니 하면서 나는 집에 돌아와 하나를 뜯었다. 맛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과연 레시피 그대로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예전에 느꼈던 그 단맛은 없으니 기이했다.
아마도 그 동안 생겨난 수 많은 음식점과 과자와 프랜차이즈들의 당도가 점점 올라간 것이 그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젠 시나본의 시나몬롤은 굉장히 평온한 단맛이 되었던 것이니.

아뿔싸, 10년만 늦게 강호에 출도했더라면 인생이 어찌 되었을지 모르는 법이거늘.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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