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1.13 천도시야비야(天道是耶非耶)
  2. 2010.05.08 2cm 2
사마천은 자신이 거세를 당하면서까지 집필을 계속하던 [사기]의 첫머리에 이런 글을 집어넣었다.

공자의 제자 안희는 공부가 뛰어나고 고결했으나 가난하게 살다가 병에 걸려 요절하고
백이숙제는 고결하게 살았으나 수양산에서 고사리나 뜯다 굶어 죽었다.
그에 비해 도척은 도적질에 사람까찌 죽여 사람을 회쳐먹기까지 했으나 장수와 부를 누리고 죽었다.

하늘은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성경에 보면 선지자 하박국은 이렇게 외친다

"주께서는 눈이 정결하시므로 악을 참아 보지 못하시며 패역을 참아 보지 못하시거늘 어찌하여 궤휼한 자들을 방관하시며 악인이 자기보다 의로운 사람을 삼키되 잠잠하시나이까"

하늘은 사람에게 후박함이 없다고 동양의 고전은 말하며
하박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것도 없는 적신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리라는 [현실의 초극]을 노래한다만
참으로 아쉽고 그지없는 내용이다. 현실을 타파하여 이생에 있어서 더 나은 것을 보장하는 삶의 기회라는 것은
사실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아니하며, 재능과 자질에 있지 아니하며, 정신과 수련에 달리지 아니한다.

삶의 표독함을 현실에서 마주칠 때 우리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순응하느냐. 아니면 스스로의 자부심을 가지고 아무런 소득없이 그 앞에 마주서느냐. 무엇을 하던 인생은 순탄하지 않음이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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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m

수련장 2010. 5. 8. 22:17
한 두 주 전쯤부터 일어난 일이다.

샌드백을 치는데 갑자기 너클파트에 찌릿찌릿 거리는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황급히 글러브와 밴디지를 풀고 손을 살펴봤는데 시뻘겋기만 할 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샌드백을 치기만 하면 너클파트가 아픈거다.
그것도 오른손도 아닌 왼손이.
복싱에서 왼잽을 못 쓰면 탄창없는 총이나 마찬가지다. 
가만히 보니까 뼈가 아니라 힘줄이 아프더라.

이것이 선수들이 잘 걸린다는 건초염인가!
아, 이것으로 내 찬란하지도 않았던 선수복싱생활도 이제 끝인..어쩌구 이런 상념을 하고 있었다.

혼자 끙끙 앓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혼자 아픈 걸 감내해가며 주먹질을 해 대고 있었다.
검도 할 때는 족저근막염에 관절통까지 있었으니 복싱도 꾸준히 하다보면 통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라는 무대포 근성도 끼어 있었으리라. 그런데 시일이 지나도 아픔이 줄어들 지 않더라.

'아, 진짜 몸 상해서 운동 관두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으면 관둬야지.

그때였나. 내 오른손하고 왼손하고 글러브를 낀 손을 비교해 본게.
다른 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엄지의 놓인 자리.
너클파트를 만들어 쥘 때 왼손 엄지가 오른엄지보다 덜 들어가서 중지가 아닌 검지에 끝이 닿아있었다.
다시 꽉 말아쥐고 잽을 쳐 봤다. 통증이 없었다.
엄지를 정확히 말아쥐서 손가락 4개를 가드해주지 못하니까 검지가 뒤로 밀리는 거고
검지관절 인대가 힘을 무리하게 받는 것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좀더 엄지를 깊게 밀어쥐고 때리는 것.

아마 내가
무식하게 계속 같은 방식으로 두들겨 패고 있었으면
타자를 치고 있는 지금 어디 통증외과에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갑자기 그 순간, 두 손을 비교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손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그걸 바꾸자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맨처음 복싱을 시작할 때는 아프지 않았다.
군기가 바짝 들어서 정확하게 교범대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자 운동을 내 몸에 맞추면서
동시에 기본적인 것마져 느슨해 진 것이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1-2cm의 관절위치때문에 고통이 왔다. 실제적으로 관절이 돌아가는 범위는 1cm도 안 될것이다.
하지만 그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가.

사람은 초심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가
초심을 지키지 못한다면 나는 맨 처음 각오를 변화시킨 만큼 움직이고 있는가
둘 다 안 된다면
다시 모든 걸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인생이란 어디서든 모든 것을 배우는 것일지도.



p.s) 관장님한테 왜 안 물어봤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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