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은 자신이 거세를 당하면서까지 집필을 계속하던 [사기]의 첫머리에 이런 글을 집어넣었다.

공자의 제자 안희는 공부가 뛰어나고 고결했으나 가난하게 살다가 병에 걸려 요절하고
백이숙제는 고결하게 살았으나 수양산에서 고사리나 뜯다 굶어 죽었다.
그에 비해 도척은 도적질에 사람까찌 죽여 사람을 회쳐먹기까지 했으나 장수와 부를 누리고 죽었다.

하늘은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성경에 보면 선지자 하박국은 이렇게 외친다

"주께서는 눈이 정결하시므로 악을 참아 보지 못하시며 패역을 참아 보지 못하시거늘 어찌하여 궤휼한 자들을 방관하시며 악인이 자기보다 의로운 사람을 삼키되 잠잠하시나이까"

하늘은 사람에게 후박함이 없다고 동양의 고전은 말하며
하박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것도 없는 적신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리라는 [현실의 초극]을 노래한다만
참으로 아쉽고 그지없는 내용이다. 현실을 타파하여 이생에 있어서 더 나은 것을 보장하는 삶의 기회라는 것은
사실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아니하며, 재능과 자질에 있지 아니하며, 정신과 수련에 달리지 아니한다.

삶의 표독함을 현실에서 마주칠 때 우리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순응하느냐. 아니면 스스로의 자부심을 가지고 아무런 소득없이 그 앞에 마주서느냐. 무엇을 하던 인생은 순탄하지 않음이다.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