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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3.03 함박눈(瑞雪) - 고종황제 2

비를 맞으며

작은 방 한담 2011. 7. 29. 00:16
걷히지 않는 구름을 보면서 하염없이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것이 벌써 한 주일 가까이 되어간다.
더울 때는 덥다고 탓하지만 사람은 태양을 보지 못하면 살아가지 못하는 생물이다.

사람들은 점점 성마르게 변해간다. 불쾌지수만이 여름의 고질은 아닌 것이. 사람은 해를 보지 못하면 우울의 장막을 걷어내지 못한다. 일광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따가움으로 자신의 껍질을 벗어나게 하지만, 비는 서늘함 가운데 사람들을 다른 이들로부터 소외되게 만든다.

군대 여름전술훈련이 생각난다. 작전장교가 아주 근사하게 날짜를 잡아서 가는 날 텐트를 치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끝날 때까지 비가 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하루종일 천막에서 하염없이 비내리는 것만 구경하던 훈련이었다. 맨 처음에는 이리저리 신나서 떠들던 청춘들이었지만 비가 풍경을 희뿌옇게 만들기를 몇시간 지속하자 모두 비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지러진 풍경은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선명하지 못한 경치는 어렴풋이 잊었던 추억들을 생각나게 한다. 나는 그 때, 어디론가 떠나가버린 첫 사랑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내 주위에 몰려있던 부대원들도 모두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사람들을 꺼내어 빗속에 가려진 풍경 사이에 세워두고 한참을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강남이 물바다가 되고 산이 빗물에 쓸려 도로로 내려오던 날
나는 이제는 보지 못하는 사람을 추억한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 지 궁금한 사람을 추억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아련하게 만드는 사람의 이름을 한 번 되뇌어보지만 부질없는 날씨의 변덕때문에 일어난 감정의 고양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쑥스러워서 다시 잠자리에 든다.

왜 사내들은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저 아래 켜켜히 묻어두었던 옛 사람의 이야기를 주섬주섬 다시 파 올리는 것일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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瑞雪民豊殖(서설민풍식) 이 함박눈에 농사 풍년이었으면
民食吾亦食(민식오역식) 백성이 먹어야 나도 먹을텐데.
又此隆寒時(우차륭한시) 또 이렇게 차가운 날씨에
貧者何以衣(빈자하이의)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옷이라도 입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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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옵니다.
마른 땅이 많다는데 해갈이나 되었으면 합니다만
그리 많이 오지는 않을 성 싶습니다.

비가 오는 날 함박눈에 대한 시조 하나를 올립니다.
태평성대였으면 가히 성군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고종이나
세상을 읽을 수 있는 한계와 국력이 문제였던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참 요즘 부럽습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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