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2.18 담배 & 술 & 망년회 4
  2. 2009.12.17 고교동창 망년회 6
1.
난 술은 마실 줄 알지만 마시지는 않고 담배도 필 줄은 알지만 피지는 않는다.
둘 다 내 몸이 별로 안 좋다는 것을 자각하고 난 다음인데.
연말이 되면 담배는 피해도 가끔 술을 피하지 못하는 자리가 생긴다.
예전에는 되게 힘들었다. 젊은 시절에는 무작정 최연장자가 꽐라가 돼서 길거리에 반송장이 되어 나뒹굴 때까지 뒤에서 호종을 했어야 하는 회사에 있엇다. 무지하게 먹여댔다. 아, 정말. 그 당시 생각을 반추하면 위액이 밀려나온다.
하여간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도 술자리에 대한 은근한 거부감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나니, 술에 대한 사람들의 강제도가 확 줄어들었다.
마셔주면 좋고, 안 마셔도 뭐라고 강압하거나 첨잔하는 분위기는 확 줄어들더라.
아, 이래서 한국은 나이가 깡패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불어 왜 나이들수록 술자리를 좋아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되었다.

나는 조금만 먹어도 된단 말이지.



2.
정말, 어쩌다가 1년에 한 번 정도는 담배가 무지막지하게 피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누가 그랬다. 금연은 담배를 끊은 것이 아니라 계속 평생 참는 것이라고.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이제 서울 시내에서는 보행중,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지 못하는 하는 법안이 상정될 지도 모른다 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정작 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이 가중되겠지.

옛날에는 망우초라고 불리기도 했다. 근심을 잊게 해 주는 풀. 답답할 때 피워보면 나름대로 위안이 되어주던 물건 아닌가. 나도 인생이 꽉 막혔을 때 담배를 피워봐서 흡연자들에 대한 시선이 나쁘지는 않다. 그냥 냄새는 싫어도 그 피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를 하려고 한다. 그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라면 이해해줘야 한다.

대신, 여름철에 내 침실 아래층에서 담배피우는 놈은 때려주고 싶다.


일본에 나중에혼자 놀러가면 미친듯이 한번 담배나 피우고 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이젠 거기 갔다가는 니코틴이 아니라 방사능이 쌓여서 올 것 같아 더 이상 못가겠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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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부터 모이던 4명에 한 명이 더 끼어서 망년회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술도 잘 못먹고 그나마 마실 줄 아는 건 맥주밖에 없는 애들인데 그것도 한잔이면 족하다.
그러니 어디 가서 맛난 거나 먹자고 했다.
어차피 끼리끼리 비슷한 놈들끼리 모이는 법, 늘 이런 식으로 모여서 밥 먹고 커피집에서 아가씨들이 학을 떼고 갈 정도로 사내들끼리 수다를 떨다 가는 게 [고교동창 망년회]의 코스인데

오늘은 어째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지
들어가서 먹을 곳이 없었다.

다 멍청하니 서서
어디가지 어디가지
이러고 서 있다가

[그래도 피자 가게는 사람이 금방 나가니까 거기라도 가자]
는 의견에 의기투합해서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기고 간당간당하는 장정 다섯이 피자 큰 거 한 판 시키고 꾸역꾸역 먹고는
잘 놀았다 안녕~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이렇게 본 지 20년이 넘어간다.

머리가 다 빠지고 틀니를 할 때가 되어도
아마 이 사람들은 이렇게 모여서
어디가지 어디가지
피자나 먹으러 갈까?

이러고 놀 것이다.

그래도 같이 있어줘서 참 고마운 사람들
그게 친구라는 것일진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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