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부터 모이던 4명에 한 명이 더 끼어서 망년회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술도 잘 못먹고 그나마 마실 줄 아는 건 맥주밖에 없는 애들인데 그것도 한잔이면 족하다.
그러니 어디 가서 맛난 거나 먹자고 했다.
어차피 끼리끼리 비슷한 놈들끼리 모이는 법, 늘 이런 식으로 모여서 밥 먹고 커피집에서 아가씨들이 학을 떼고 갈 정도로 사내들끼리 수다를 떨다 가는 게 [고교동창 망년회]의 코스인데

오늘은 어째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지
들어가서 먹을 곳이 없었다.

다 멍청하니 서서
어디가지 어디가지
이러고 서 있다가

[그래도 피자 가게는 사람이 금방 나가니까 거기라도 가자]
는 의견에 의기투합해서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기고 간당간당하는 장정 다섯이 피자 큰 거 한 판 시키고 꾸역꾸역 먹고는
잘 놀았다 안녕~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이렇게 본 지 20년이 넘어간다.

머리가 다 빠지고 틀니를 할 때가 되어도
아마 이 사람들은 이렇게 모여서
어디가지 어디가지
피자나 먹으러 갈까?

이러고 놀 것이다.

그래도 같이 있어줘서 참 고마운 사람들
그게 친구라는 것일진대.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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