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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5 Give & Take 10

Give & Take

작은 방 한담 2010. 1. 15. 10:59
예전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친구하자고 쫒아다니던 남정네가 있었다. 
그래. 남정네가 그러더라.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기이하고 요상하고 인류종족보전에 역행될 만한 느낌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은 해 보지도 못했고, 아마 당사자도 그런 생각으로 다가오진 않았을 것이다. 
모르지. 야오이만화에 이미 흠뻑 빠진 친구였을지도 모르지만 .

(나보다도 여리여리하게 생긴 친구였는데 보통 야오이만화에선 공이 수를 보고 괴롭히지 않나? 어쟀거나.)

자기 딴에는 뭔가 친해지고 싶어서 그렇게 돌아다녔을테지만 문제는
내가 영 흥미가 없는 것이다.
사랑만 그런게 아니다. 우정도 흥미가 없으면 생기지 않는 거다. 뭐가 어떤 지 알고 나쁜 사람 아닌 것도 알고
같이 있으면 도움도 될 것 같긴 한데 이상하게 흥이 안 나는거다. 
난 왠만하면 나랑 놀자는 사람하고 같이 노는데 (원래 친구도 별로 없으니까) 이 경우는 정말 상성 0%의 극악한 싱크로였던 모양이다. 그냥 보기조차 싫었으니까.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친구는 나에게 점점 잘해 주려고 하고 나는 그 자체도 슬슬 거부감이 오더라는 것.

제대로 집에서 부모님에게 밥상머리 교육 받았으면 이 때쯤 되서 미안함과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Give&Take가 일어나지 않으면 사랑이건 우정이건 솔직히 성립할 수가 없다. 
그게 없이 그냥 받기만 하면 그놈은 사람 갖고 노는 나쁜 놈이고
이유없이 주기만 하면 세상에 부모 망신 시키는 한심한 놈이지.

그냥 '내 맘 알지?' 따위는 부처님과 가섭존자 같이 득도하신 분들이나 하는 거다. 우리같은 비주류 자본주의 바닥에 살고 있는 유물론적 축생들은 뭔가 피드백이 오지 않는 거래는 금방 감정이 소진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렵게 나가서 찾을 필요도 없다. 몇 십년 살아온 부부지간이라도 마누라 생일 한 번 까 먹으면 뭔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으니.

각설하고, 그래서 난 그 친구를 다시는 보지 않았다.
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미안하더라는 거다. 
뭔가 받는 것 같지만 줄 생각이 없으면 떠나가거나 숨어버릴 밖에. 그게 사람 도리라고 생각하니까.

사실, 뭔가 주고받는다는 것은 의무감에서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이 진짜 중요한 사람이고 친구고 애인이라고 생각하면 저절로 맘에서 일어나서 행하게 되는 것이며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그런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나는 인간관계에서 그 사람을 버거워하거나 그 사람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런 거 다 생각않고 그냥 주길래 얻어먹으면서 돌아다닌다?
그걸 가르켜 세상에서는
이성간에는  [양식업자]라 부르고
동성간에는  [빈대]라고 부른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그 때 그렇게 안 봤던 그 친구는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장가가서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겠지.
괜히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만들어 준 거 아닌가 모르겠네.

어쩌면 세상을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낡음과 고집의 세월로 접어들었음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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