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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6 V for Vendetta - Alan moore 6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만화였다.

사실은
햄버거를 사 먹으러 터덜터덜 가다가
좀더 시각적인 재미를 주고자 서점에 들어갔고
서점에서 사람들을 피해 만화판매 코너에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말 그대로 눈에 그대로 들어온 걸
뭐라 할까. 햄버거 3개는 사먹을 돈을 날렸다.


(일견 대자대비해 보이는 킬러의 눈빛...)

그래픽노블의 좋은 점은 시간을 금방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분량의 소설이라면 2배는 더 걸렸을 법한 텍스트를 시각화의 도움으로
2시간 정도에 완독할 수 있었다. 정 반대의 경우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인데 
심각하게 텍스트가 시각화되는 연상작용을 가져와서 같은 분량의 텍스트를 읽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린 경험이 있다.
V for Vendetta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빈약함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설정의 억지스러움은 차치하고 말이다.

일단 알란 무어의 정치적 스탠스가 어디쯤인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워치맨을 읽은 뒤에도
궁금했지만 이 책을 읽은 뒤는 더욱 궁금해졌다. 민주주의자라기보다는 철인정이나 아나키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협소한 지식의 산물일 뿐이고.

책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범속함을 벗어난 주인공의 초월적 의지와 주인공을 따르는 추종자.
그리고 전체주의로 표현되는 외부환경에 대한 투쟁사이다.
일인의 군대가 되어 전체의 부당함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는
아나키즘의 교리를 따르고 있는데
( 지금 읽고 있는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전공투]의 핵심과 비슷하다)
물론 만화같은 방식이 현실화 될 리는 만무하다고 여겨 지지만
책에서 튀어나오는 그림과 활자의 공포감은 상당한 수준이고
나오는 대사들은 말그대로 [적재적소를 치고 빠지는]맛을 준다.

물론 단점들도 눈에 뜨인다.
인과관계를 중요시 하는 분들이 읽다보면
뭔가 화장실 갖다가 그냥 나온 기분이 들 정도로
V의 탄생과 발전과정이 애매하다는 것.

비주얼 안에 숨겨둔 상징주의가 너무 많아서 나처럼 한번 후다닥 본 사람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한 5년 전 쯤 읽었으면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볼 만한 독서평이 되겠지만
지금 2009년에 읽으려니 도저히 관조적인 입장에서 보기 힘들다는 거다.

만화적 비약과 상상에 의한 국가 운영방식이야 하드코어하다 치더라도
(그런데 이게 상상이라는 보장이 없잖아?)
마지막 결말 부분에 가서 나타나는 대중과 정치도구의 충돌부분은
지금 극동의 모 국가상황에 비추어볼 때 전혀 괴리감이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 내가 봤을때는.


(뭔가 이 빈 부분을 텍스트로 채우고 싶은데 그건 몇 년 지난 뒤에 채우던지 그냥 공란으로
두던지 해야겠다.난 솔직히 인터넷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그냥 11월을 기억할 뿐.)





이 책을 예전에 영문원서로 사 보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속을 펼쳐보며 참 야물딱진 꿈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수직낙하하는
독해실력으로 이 책을 읽었다간 아마 한달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P.S) 사실, 이 책과 같이 집었던 첫번째 책은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였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 책을 차후로 미루고 세익스피어의 [리처드3세]연극본을
       같이 사 들었다.
    
       권력해체자와 권력에 미친놈을 같이 보고 싶었나보다.

p.s 2) 이 책 덕에 읽고 있던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는 하루 더 늦춰져버렸다.
         아, 이 사람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을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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