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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4 TV를 안 본지 꽤 되었다 6
언제부터였을까
TV를 안 보기 시작한 것이

잘 모르겠다
채널은 늘어나지만 늘 나오는 것은 보험광고와 상조광고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늘 똑같은 이들이 채우는 프로그램때문인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컨텐츠에 제목과 인물들만 바뀌는 한국 방송사의 실태에 환멸이 나서일지도 모르겠다.

잘 만든 영화 하나를 보고
잘 만든 음식 하나에 감동하고
좋은 연주회, 좋은 연극, 훌륭한 전시회가 주는 오감의 전율을
더 이상 사각의 화면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통은 모니터에서 한다.
뉴스도 모니터로 확인가능하다
좀 심한 사람들은 영화도 모니터로 보는 세상.
텔레비전이라는 것이 필요한 시대일까.

하지만 엄연히 내 거실에는
이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브제가 되어서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뭘 하러 두냐고 묻는다면
그냥 콘솔용이라고 대답할 밖에 별다른 이유가 없는 비싸디 비싼 가정기구.

좋은 DVD를 보고 혼자서 감회에 빠져나 볼까

그런데 그러기에는
아직 여유가 부족한 걸까


오늘 밤에는
마땅한 술잔이 없어
작은 국수그릇에
일본애들처럼 사케를 붓고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한 잔을 마셨다.


이산 저산 꽃이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 되고 보면 월백설백 천지백허니

모도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올줄을 모르는구나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도가 팔십을 산다고 해도

병든날과 잠든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산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 불로생전 일배주만도 못허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끄나

늘어진 계수나목 끄끝터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 허는 놈과 부모불효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어서 한잔더 먹소 덜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겨울에 사철가를 생각하니
이것도 다 TV 안 보는 복이로세그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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