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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1)

역수 나가는 날 2008. 11. 14. 16:17
예술과 평등과 자유의 나라라는 프랑스가 다음 기착지였는데 여기부터는 정말 럭셔리한 버스여행이었다.
원래 꼬질꼬질 거지여행을 각오했던 나로써는 더할나위없는 호사였고,(그래서 정말 가기 싫어햇었다.)
아마도 다시는 그런 일을 못할 거라는 생각도 있다.

칼레에서 파리까지 버스를 타다니...놀라운 일 아닌가. 우리나라처럼 산세가 천변만화하는 지형도 아닌
그냥 둥그런 능선만 이어진 푸른 목초지가 그 먼 거리를 계속 잇고 있는 광경은 경이롭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솔직히 가장 놀라운 장면이었고, 이 경험을 날려버린 건 독일의 슈발츠발트였지만 둘은 상이하니 어쨌거나)

그래서 파리로 넘어갔는데...

파리는 실망이었당.
내가 갔던 때가 여름철이어서
진짜 파리지앵들은 다 어디론가 휴가를 가 버리고 빈 도시를 관광객들만 유랑하고 다녔기 때문....

게다가 그곳에서 찍었던 사진이 하나도 안 남아버렸다.
필름을 감다가 다 감긴줄 알고 열었는데 필름이 찢어져버리며 후루룩 다 풀려버리는 초유의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어흑...디카가 없던 시절이란)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에펠탑 아래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친구가 찍어준 사진 뿐이었당.

설상가상, 아무도 안 들리는 인문사 박물관에 혼자 들어갔다가 일행과 버스가 사라져버리는 초유의 사태 발생.

지금같았으면 호텔 번호만 외워놓고 깡으로 버텼을 법 하지만 순수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20세 청년은
파리에서 미아가 되면 중동으로 납치되어 평생 노예가 된다는 당시의 [믿을만한 소문]에 귀가 쩌든 상태인지라
패닉에 빠져버렸다.

그래도 구명도생할 길은 찾아야겠기에
그 당시 에펠탑 광장 옆에서 과일을 팔던 집시처럼 보이는 아줌마에게
안되는 불어로 물어물어서 버스를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제2외국어가 불어였다는 사실이 천만다행이었고, 사람이 절박해지면 초인적인 능력이 생긴다는데 그때 나는 불어로 이야기하고 그 아줌마가 이야기하는 걸 다 알아들었다! 아니, 아줌마는 손짓으로 이야기했지...-.-)

아~ 그렇게 슬프게 다녀온 프랑스.
아마 다시는 못 가겠지....이런 환율에 돈 아까운줄 알게 된 나이라면.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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