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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0 번외편 - America(2) 7

"헤이 Ken, 다운타운에는 가지 마."

"왜?"

"위험하다고."

뭔가 쓸만한 이름이 없어 Kenneth의 Ken을 썼다가
일본친구들의 동족 연대감이 섞인(?)애칭을 받으며
남부 캘리포니아 모 대학 기숙사에 6개월간 틀어박혔을 때의 일이다.

어차피 기숙사에는 돈없는 인간들이 모여서 눌러붙기 마련인데
한국인 나
독일에서 나타난 프란츠
일본친구 유이치
멕시코 친구 호세

뭐 이런 다국적군이 편성된 기숙사를 쓸 때의 일이다.
(본토 미국인은 인디언도 안 들어있는 이 기막힌 배치라니.)

매일 하는 일이라곤 밤에 일본 닭고기 라멘이나 데워먹으면서 Sci-fi 채널이나 보던
다국적 오덕들이었는데
어느 날 멕시칸친구가 술이나 사 오자더니 차를 빌려왔다.

"어디 가게?"

"다운타운!"

나랑 일본인 친구는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죽고싶냐! 거긴 위험하다고!"

하루 아침을 여는 break news를 보면 당시 다운타운에서는 갱들의 전쟁이 한참이었고
그 작은 소도시에서 일주일에 한명씩은 꼬박꼬박 죽어나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 멕시칸 친구는
"위험하다니? 전혀! 안 위험하다고!"

이 멕시칸 친구는 알바로 학교 Security를 서고 있었고, 게다가 아마레슬링 선수였다.
게다가 그 자신감있는 말투와 기숙사 작은 방에 쳐박힌게 물릴대로 물린 우리 동양인들은
(가만..프란츠는 어디간 거지? 다른데 갔나보군.)
마치 금단의 비술에 홀리기라도 한 듯 어기적 어기적 다운타운으로 한밤중에 출발했다.

그리고 도착한 어둡기 그지없던 다운타운...
위험하지 않았다.
멕시칸들이 엄청나게 많았거든.
호세에게는 [위험하지 않았던] 거다.
호세 덕인가, 아무런 문제도 없이 맥주를 잔뜩 사 싣고 다시 기숙사로 들어온 유이치와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끼리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글쎄..."

같은 일은 유이치와 LA에 같이 갔을 때도 있었다.

"리틀도쿄는 위험해!"
"LA에서 가장 안전해!"
"코리아타운이 더 안전하다고!"
"코리아타운이 제일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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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스스로의 굴레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모양이다.
아마 그럴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와 다른 경우에 공포심을 느낄지도 모르고.

그 때는 우린 다 젊었다.
적어도 그 때는 같이 가자면 차를 타고 같이 가 줄 담력은 있었다.

아마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공포심을 많이 느낄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른 사람들이 내 주변에 등장한다면
아마 나는 그들을 두려워할 것이고, 그들 역시 나를 두려워할 것이다.
이미 나이를 먹었고
내 주변에 훨씬 익숙하고
내 주변밖에 모르니까.

사람이라는 것은
어쩌면
Territory를 가진
곰의 삶하고 다를 바가 없는지도 모른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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