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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22 내 차, 스뎅이. 8
맨 처음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큰 맘 먹고 뽑았던 차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아버지가 갖고 있던 구닥다리 엘란트라를 몰다가 맨 처음에 내 차를 뽑았을 때
살짝 엑셀에 발냄새만 맡게 해도 진저리치면서 앞으로 부앙 나가던 녀석이
이제는 사뿐히 는지르고 지려 밟아도 설설설 움직여
나온지 얼마 안 되는 새 차들이 비웃으면서 싹싹 추월해 갈 정도로
나이를 먹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곱게 타려고 무척 노력했고, 딴에는 먼 길은 안 가져간답시고 아껴서(?)
10년 차량에 걸맞지 않은 엄청나게 낮은 주행키로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성능은 움직인 거리에 비례하지 않고 흘러간 세월에 비례하는 게 자동차입니다.
이젠 노인네가 다 되었지요.

가만히 신호대기를 하고 있으면
쿨럭쿨럭 덜덜덜 진동이 옵니다.
어차피 사람이던 기계던 물건이던 인연이던
만나면 헤어질 때가 있고 일어서면 누울 때가 있는 법이죠.

아마 더 탈 날은 탔던 날보다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새로운 차들을 고르고,
저는 카다록을 보면서 이게 좋은지 저게 좋은지 고민할테고
이 녀석은 아파트 아래 혼자 세워진 채 무념무상
주인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절 태울 준비를 하고 있겠죠.

사람도 10년을 사귀기 어렵고
반려동물도 10년을 채우기가 어려운데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을 같이 지켜준 녀석입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이 녀석을 팔 때가 되면
전 아마 울 것 같습니다.

[오!나의 여신님]에서 여주인공 베르단디가 그러죠.
기계는 모두 기계의 요정을 가지고 있다고.

아마 그럴 겁니다.
다른건 몰라도
이 녀석의 요정은 참으로 현숙한 요정일겁니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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