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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31 그 때는 그랬더라고 2
기실, 사람의 사는 행위라는 것이 하루하루의 소사가 얽혀서 이루어지는 것이니만큼 하루하루의 나날이 사람에게 주는 무게감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딱히 신경쓰지 않는 깃털같은 무게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인가 그것은 수미산같은 무게를 가지고 사람의 등 위에 올라타고, 퉁방울만한 눈을 가지고 사람의 눈을 대신하며, 큼지막한 작대기를 하나 꽁무니에 매달고 사람의 뒷자락에서 갈 길을 조종하는 키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당시는 몰랐지만 이미 그것을 깨달을 때가 되어서는 이미 난 하루하루의 무게에 눌려서 내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돈벌이는 신통치 않지, 게다가 머리숱은 점점 빠져나가는데 주변의 환경은 계속 무언가를 채근하지. 게다가 하루하루 조금씩 늘어만가는 실망과 이뤄지지 않은 소망의 여운들은 그날그날 잊혀지지 않은 채 조금씩 앙금이 남아서 어느순간엔가는 내가 버틸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까지 절망의 찌꺼기들이 그득이 채워져 있었다. 이런 순간이 계속 되어서 몇 년을 반복하다 보면 아무리 대차고 희망적으로 살아가고자 마음을 먹는다 하더라고 사람의 움직임과 태도에는 조금씩 [실패자]의 기운이 감돌기 마련이었다.

본시 이럴 적에는 사람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혼자 지새워야 한다. 그것이 정석이지만
사람이란 동물은 뭔가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다른 것으로 자기자신을 채우려고 하는 본능이 발동하는 법이다.
그 당시 나는 굉장히 외롭다고 느꼈다. 주변사람들이 생각할 때 모든 것을 팽개치고 오직 외로움을 달래보려고 애쓰는 정신병자처럼 보일만큼, 나는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 하루하루를 헤멨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양이도 키우고, 사람들도 만나고 그랬지만 솔직히 마음 깊은 곳에서 찾아다니는 것은 여자였다.

반려였는지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딱히 그 대상에 대한 소구점이 무어라 정의내리기 어렵다.
그 당시도 아마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여자를 찾는다 하더라도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할 방법도 만무했고, 여자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정서적으로 그걸 유지시킬만한 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아니면 아무런 인생의 목적이 없는 양 행동했다.

사람이 정해진 목표를 외곬으로 쫒아보면 사람이 절박해지고, 사람이 구차해지고, 실수가 잦아지고 틈이 생기게 되며, 종당에는 사람들이 거북스럽게 여기게 된다. 별다른 연분없는 사람들도 이렇게 느낄진대 좋아한다고 쫒아다니는 여자들은 오죽 했겠는가. 백이면 백 그 당시 좋다고 쫒아다닌 여자들은 모두 진저리를 내면서 돌아서고 말았다. 
아마 나는 당시에 그렇게 생각했던 듯 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리고 이것저것 계획한 대로 그나마 남아있는 생을 살아가려면 지금부터라도 뭔가 있어야 한다고.

그 말은 맞는 말이었다. 지금도 시간은 턱없이 모자람을 느끼지만, 그 당시에도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성적인 목표를 가지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 모든 바램과 욕망과 집착이 계속되는 실패의 쳇바퀴를 하염없이 굴리고 굴린 뒤에. 이제는 될대로 되 버려라 하고 포기할 즈음이 되어서다.

요즘도 가끔 생각해본다.
만약 그 때, 인연을 만났으면 지금하고 똑같은 삶이 유지되었을까?
아마 아니라고 생각된다. 준비되지 못한 삶의 연장이 몇년 정도 지속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그건 부질없는 상상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쉽게쉽게 푸는 문제를 못 푸는 경우가 허다하고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생각도 않는 문제를 혼자 해결하고 희희낙락하는 경우도 많다.
누구에게나 쉽다고 자신에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인성이나 이성이나 교육이나 환경, 주장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히 한 개인에 속한 성질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분석할 필요는 없다. 한 명에게 해당되는 문제를 남이 풀어서 대신 답안을 채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에 와서야 그때는 그랬더라고 정리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런 글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도 굉장히 슬프고 서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삶이란 그런것이리라.
나중에 살 날이 살아온 날 보다 작아졌을 때 회한으로 가득한 것이 인생일 것이다.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없지만, 적은 것도 갖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는게 인생이다.

그냥 그런 것이었음을 알았다면 
최소한 그렇게 힘들게 시간을 부지런히 낭비하면서 살지는 않았을텐데.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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