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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0 과메기 그리고 삼합
지금까지 과메기에 밤막걸리를 먹다 들어왔습니다.

과메기라....그 비릿함에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느끼함이 좋습니다.
물론 같이 먹는 마늘쫑과 김이 없다면 과메기 혼자서 내는 그 기름과 바다의 향내를 감내할 수는 없겠죠.
어쨌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저도 잘 먹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홍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홍어는 사회생활 처음 할 때 사장에 의해 강압적으로 먹게 된 음식이죠. 그것도 삼합이 아니라 맨 홍합회를 그냥 소주와같이 먹었습니다. 과메기와는 달리 홍어를 처음 접했을때의 느낌은
[사람의 미각을 늑탈당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 암모니아의 강렬한 향취는 절대 소주의 취기가 머리까지 올라오게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가 혼자서 삼겹살과 홍어, 김치가 같이 있는 삼합을 먹게 된 것은 그 후로도 오래 뒤의 일입니다.

둘은 맛에 있어서는 상극에 있는 음식들이죠. 한 쪽은 끈적하고 기름져서 사람으로 하여금 비린내의 거부감에 의해 접근이 어려운 음식이라면 한쪽은 발효를 거치고 거쳐서 자연적이지만 너무나도 인공적인 향과 미각을 지배해버리는 공격성을 지녀서 사람들이 다가가지 못하게 합니다. 전적으로 서울토박이인 제가 양쪽의 음식을 다 먹는다는 건 좀 우스운 일이지요.

하지만 둘 다 최소한 먹을 때에는 식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마력이 있더군요
세상만사 돌고 돌아 쓰리고 부드러운 것 모두를 잊어버리고 그저 평상위의 한 접시에 집중하여 내가 속한 세상이 그저 술 한잔 반주와 값진 안주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음식들입니다. 식사에 집중할수 있는 시간을 주는 음식이란 위대한 것입니다.

[네버엔딩 스토리]에서 어린 왕후가 주인공바스티안에게 말하는 것처럼
[순간은 영원한 것]이니까요.

아.
취했나 봅니다.

먹세먹세 먹세그려
하물며 잔나비가 무덤 위에서 휘파람분들

뭔 소용이냐 이것입니다 그려.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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