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9.11 북촌방향(2011) - 홍상수 2



홍상수는 현실에서 꿈을 꾼다고 평론가들이 나불나불대긴 한다만
내가 봤을 때 홍상수의 영화는 극사실적 하드보일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리저리 구차한 학문적 촛점을 갖다 맞추거나 전문가의 심미안을 대 놓고 볼 하등의 이유가 없는것이다. 그 사건과 사건의 동선에 어떤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전무하다. 왜냐하면 영화를 감상하는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실제로 벌어지는 일일테니까.

[책임에 구애받지 않는 남성 솔로가 여자랑 섹스하기 위해 벌이는 분투기] 가 홍상수 영화를 관통하는 요소다. 중간에 찌질하건, 민망하건 그것과는 관계없는 것이다. 여자와 관계를 맺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혹은 중구난방으로 헤집고 돌아다니는 수컷의 망동과 그것을 알면서 대충 이용하거나 아니면 모르는 척 넘어가주는 암컷의 응큼함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영화에 따라 암수의 헤게모니가 바뀔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온 홍상수 영화의 주된 화자가 남성이었음을 봤을 때. 결국 [남성의 생식행위 달성을 방해하는 문명사회의 고단함]정도로 압축되지 않을까.

북촌방향은 그나마 깔끔하다. 여기저기 공간적으로 방황하면서 다닐 필요가 없는 남성의 여성사냥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타임 온 타겟]이 된 뒤에 정확하게 밀고 들어가는 주인공의 모습. 예전 김상경이 헤메이면서 엎치락 뒤치락 마지막 목표까지 허둥지둥 달려가서 읍소하고 협박하고 어르고 달래서 여자랑 자는 돈키호테형의 인물이었다면 이번에 주인공을 맡은 유준상의 모습은 햄릿과 제이슨 본을 섞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들어온다. 이걸 우리는 프로페셔널이라고 하겠지. 영화의 압축성은 거기서 빛난다. 이 영화는 섹스를 희구하는 전문가의 발자취가 첩보영화에서 악당을 제거하는 공작원의 모습과 얼마나 일맥상통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듯 싶다.

유준상은 꽤나 근사하고, 송선미는 어이없는 한 시퀀스(개새끼....)를 제외하고서는 정말 맛깔난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건 영화 [친구]와 [하얀거탑]의 김보경. 내가 유준상이라도 다른 타겟은 눈에 안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김상중씨 이야기는 없네...그냥 나 보는 것 같아서 속상해서 안 썼음.

초심자가 실제로 흉내냈다가는 콩밥먹기 딱 좋은 영화.
 
Posted by 荊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