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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5 호두과자의 추억 8
사람이 어떤 음식의 맛을 보고 좋아하는 건 여러가지 경우가 있다.
궁합이 잘 맞아서던가 좋은 에피소드나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으면 어려서부터 먹어왔다던가 하는 나름대로의 추억이 있는 것이다. 그걸 감안해 보면 음식은 미각만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 허영만선생의 만화 [식객]에 나온 것만한 감동의 과장은 없어도 맛에 대한 호불호가 생기는 과정에 추억이 들어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식객]은 과장이라고 볼 수만도 없겠다.

난 원래 호두과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라는 것이 보통
일가친척들이 차타고 올라오다가 천안삼거리 휴게소나 동네 제과점에서 사오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사실, 어린 시절에 다 그렇게 호두과자 먹지 않았나? 난 팥앙금이 든 호두과자를 싫어했다. 팥은 팥빙수나 팥빵에 들어있는거지 호두처럼 생긴 주제에 속에 팥이 들어있다니 뭔가 이율배반스러운 과자라고 어렸을적에 느낀 모양이다.그리고 호두과자에 호두가 들어있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어린 맘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니 이게 뭔 놈의 천안명물이야. 나한테 틀만 주고 팥만 줘도 다 찍어내겠구만'

그러다가 나이를 먹을대로 먹고
어느 날 천안역에 들렀다가
천안역 앞에 원조 호도과자라는 커다란 세군데 집을 보게 되었다. 학화, 태극당,그리고 한군데는 까먹었음...
직접 마실 나왔는데 한 번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갔는데...

아,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건 다 짝퉁 사기였던것이다.
백앙금에 큼지막한 호두알이 박혀있는 호두과자...
ㅠ.ㅠ 젠장 이런 맛이었구나 흐어어어엉 내 유년시절을 돌려다오

정말 맛있었다.
적앙금과는 달리 백앙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인간인지라
그 자리에서 서른개 넘는 호두과자를 다 까먹고
화장실 문고리를 붙잡고 구슬프게 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 다음부터 호두과자를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달까.

사람들이 [원조]라는 말을 믿고 음식을 대하다가 
보통 예상에 못미쳐 씁쓸해하면서 기대를 접는 게 일반적인데
호두과자는 그나마 원조가 정말 맛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음식이었다.
(내가 검은 팥앙금을 싫어하기 때문인가. 그래서 통영 오미사 꿀빵을 좋아하는 걸까?)
Posted by 荊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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